<송구영신 특집 특별대담> '대선 4수' 손학규가 그리는 제7공화국 

“대한민국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미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믿음이나 신앙이다. ‘다리 떨면 복 나간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함부로 주워오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미신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 여부를 떠나 미신은 우리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빅 이슈가 터진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의 이야기다.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다. 그 역시 징크스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스스로도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말할 정도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선 3번의 대선 출마에서도 손 전 대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파란만장
정치인생

이번 역시 당선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출마 당시 손 전 대표는 어떤 욕도 감수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처음부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손 전 대표를 대선판으로 뛰어들게 한 계기다. 

그는 1947년 경기도 시흥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하며 투쟁을 해오던 인물이다. 소위 운동권의 ‘블루칩’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2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른 경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풀려난 손 전 대표는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 교수로 지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손 전 대표는 같은 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뒤, 총 3선 의원,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하며 정치권에서 굵직한 경험을 쌓아왔다. 

정치권에서의 행보가 주목을 많이 받은 만큼 파고가 많았다. 손 전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3인방으로 불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생 총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대중 인지도 또한 높았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됐으나 이 전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탈당한다. 탈당 뒤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으나 당내에서는 손 전 대표를 견제하는 듯 맹공이 가해졌다. 

현재까지도 손 전 대표를 향해 가해지는 공격 방식 중 하나다. 대통합민주신당에 몸담았을 때는 정동영 전 장관에게 패배를 맞이했다. 이후 민주통합당의 대표를 맡으면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으나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는 2년간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칩거 생활을 끝낸 뒤 정계에 복귀한 손 전 대표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분당에서 또다시 당선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해 책임론이 가해진 탓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손 전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2년 뒤 수원 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패배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에 돌입했다. 


“또 왜? 대통령 불행 끝내러 마지막 도전”
“난장판 볼 수 없어” 잠행 끝내고 출사표

오랜 산중 생활을 끝낸 뒤 그는 다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칩거가 길었던 탓에 재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통해 지속적인 재기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손 전 대표가 몸담고 있던 민생당은 당선인 없는 0석 정당이라는 씁쓸한 결과표를 받았다.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타격도 가해졌다.

손 전 대표 역시 정치와 인연을 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손 전 대표가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을 출마 타이밍이라고 여긴 모양새다.

대선 출마를 선언 한뒤 지지율은 미약한 편이지만 손 전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가 있다. 다음은 손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를 하셨습니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한 뒤 일체 조용히 살고 정치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대선 진행 과정에서 인신공격이나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선이란 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국민 축제인데 난장판이 돼가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민은 찍을 사람이 없어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마당에 손 전 대표님이 우리나라 정치 어른인데 나서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정치계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인연
끊으려다…

대통령제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욕이다. 대통령 병이다’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서 그동안 정치를 해왔는데 모든 걸 바친다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부분인지요.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극도로 분열돼있는 사회,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 권력 구조의 변화, 이것을 위한 확실한 민주주의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불행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출마 선언에서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정치보복이 너무 횡행해 있습니다. 과거를 주시하는 정치가 되는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치가 돼야 합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됩니다. 현재 대선도 양강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상대 후보는 감옥 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감옥 가지 않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도지사가 대통령 나오는 게 유행같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사가 대선에 나오는 것은 좋게 봅니다. 다만 도지사를 하는 중 현직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윤 후보의 경우 현 정부에 의해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뒤 검찰총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검찰총장 초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습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을 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습니다. 윤 후보가 야당 후보가 된 것 자체가 대통령제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제 폐지를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렵게 됩니다. 대통령 제도를 폐지하고 의회중심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개헌을 하고 7공화국 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대선후보와 연합도 염두에 두셨는지요.

▲우리나라 정치연합이라는 게 권력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권력에 가까이 가느냐’를 위한 공학적인 발상이 대부분입니다. 정치적인 목표가 없이 단지 권력을 획득하거나 단순히 빌붙어서 ‘뭘 하나 얻겠다’ 단일화를 통해 제가 총리나 장관직을 얻겠다는 것은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정당의 정체성을 갖고 연립정부를 통해서 내 정책을 반영해야 하는 게 옳다고 보입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논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책으로 시장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은 부동산을 거주하는 집의 가치로 생각하는 한편, 투자 가치나 재산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은 부동산을 주거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규제하는 정책으로 눌러봤자 안 됩니다. 현 정부는 법으로만 규제를 하려고 시도한 점이 부동산값만 올려놓은 꼴입니다.

“대통령제 폐지” 강력 주장
개헌 후 의회중심주의 구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수요를 억지로 줄이면 안 된다고 봅니다. 통제를 하면서 시장의 논리를 존중하겠다는 철학과 기본 원칙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선후보들 역시 ‘어디에다 몇 만평 짓겠다’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될 것은 (부동산)철학을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거기에 따라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자세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주가 되고 정부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도와야 합니다. 저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반드시 세울 겁니다.

-저출산 역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정말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0.8명대로 내려갔어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인데 저는 단순히 ‘보육원을 더 짓는다’ 이런 정도는 안 됩니다. 아기를 낳은 후에 보육에서부터 교육 이런 건 국가가 책임져 주는 게 필요합니다. 또 생활 역시 어느 정도가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요구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정부가)사회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G7의 초청을 받고 10대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기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3만불을 5만불로 10대 경제 대국을 7대, 5대 강국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문명의 중심을 이뤄야 될 것이 우리나라의 현 위치입니다. 이를 위해서 끝없이 싸우고 대결과 갈등으로만 점철돼 있는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대선후보 손학규가 바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제7공화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또 더 이상 편 가르지 않는 나라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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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