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특별대담> '대선 4수' 손학규가 그리는 제7공화국 

“대한민국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미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믿음이나 신앙이다. ‘다리 떨면 복 나간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함부로 주워오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미신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 여부를 떠나 미신은 우리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빅 이슈가 터진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의 이야기다.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다. 그 역시 징크스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스스로도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말할 정도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선 3번의 대선 출마에서도 손 전 대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파란만장
정치인생

이번 역시 당선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출마 당시 손 전 대표는 어떤 욕도 감수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처음부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손 전 대표를 대선판으로 뛰어들게 한 계기다. 

그는 1947년 경기도 시흥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하며 투쟁을 해오던 인물이다. 소위 운동권의 ‘블루칩’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2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른 경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풀려난 손 전 대표는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 교수로 지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손 전 대표는 같은 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뒤, 총 3선 의원,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하며 정치권에서 굵직한 경험을 쌓아왔다. 

정치권에서의 행보가 주목을 많이 받은 만큼 파고가 많았다. 손 전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3인방으로 불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생 총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대중 인지도 또한 높았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됐으나 이 전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탈당한다. 탈당 뒤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으나 당내에서는 손 전 대표를 견제하는 듯 맹공이 가해졌다. 

현재까지도 손 전 대표를 향해 가해지는 공격 방식 중 하나다. 대통합민주신당에 몸담았을 때는 정동영 전 장관에게 패배를 맞이했다. 이후 민주통합당의 대표를 맡으면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으나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는 2년간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칩거 생활을 끝낸 뒤 정계에 복귀한 손 전 대표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분당에서 또다시 당선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해 책임론이 가해진 탓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손 전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2년 뒤 수원 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패배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에 돌입했다. 

“또 왜? 대통령 불행 끝내러 마지막 도전”
“난장판 볼 수 없어” 잠행 끝내고 출사표

오랜 산중 생활을 끝낸 뒤 그는 다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칩거가 길었던 탓에 재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통해 지속적인 재기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손 전 대표가 몸담고 있던 민생당은 당선인 없는 0석 정당이라는 씁쓸한 결과표를 받았다.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타격도 가해졌다.

손 전 대표 역시 정치와 인연을 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손 전 대표가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을 출마 타이밍이라고 여긴 모양새다.

대선 출마를 선언 한뒤 지지율은 미약한 편이지만 손 전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가 있다. 다음은 손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를 하셨습니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한 뒤 일체 조용히 살고 정치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대선 진행 과정에서 인신공격이나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선이란 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국민 축제인데 난장판이 돼가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민은 찍을 사람이 없어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마당에 손 전 대표님이 우리나라 정치 어른인데 나서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정치계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인연
끊으려다…

대통령제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욕이다. 대통령 병이다’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서 그동안 정치를 해왔는데 모든 걸 바친다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부분인지요.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극도로 분열돼있는 사회,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 권력 구조의 변화, 이것을 위한 확실한 민주주의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불행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출마 선언에서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정치보복이 너무 횡행해 있습니다. 과거를 주시하는 정치가 되는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치가 돼야 합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됩니다. 현재 대선도 양강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상대 후보는 감옥 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감옥 가지 않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도지사가 대통령 나오는 게 유행같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사가 대선에 나오는 것은 좋게 봅니다. 다만 도지사를 하는 중 현직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윤 후보의 경우 현 정부에 의해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뒤 검찰총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검찰총장 초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습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을 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습니다. 윤 후보가 야당 후보가 된 것 자체가 대통령제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제 폐지를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렵게 됩니다. 대통령 제도를 폐지하고 의회중심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개헌을 하고 7공화국 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대선후보와 연합도 염두에 두셨는지요.

▲우리나라 정치연합이라는 게 권력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권력에 가까이 가느냐’를 위한 공학적인 발상이 대부분입니다. 정치적인 목표가 없이 단지 권력을 획득하거나 단순히 빌붙어서 ‘뭘 하나 얻겠다’ 단일화를 통해 제가 총리나 장관직을 얻겠다는 것은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정당의 정체성을 갖고 연립정부를 통해서 내 정책을 반영해야 하는 게 옳다고 보입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논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책으로 시장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은 부동산을 거주하는 집의 가치로 생각하는 한편, 투자 가치나 재산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은 부동산을 주거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규제하는 정책으로 눌러봤자 안 됩니다. 현 정부는 법으로만 규제를 하려고 시도한 점이 부동산값만 올려놓은 꼴입니다.

“대통령제 폐지” 강력 주장
개헌 후 의회중심주의 구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수요를 억지로 줄이면 안 된다고 봅니다. 통제를 하면서 시장의 논리를 존중하겠다는 철학과 기본 원칙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선후보들 역시 ‘어디에다 몇 만평 짓겠다’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될 것은 (부동산)철학을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거기에 따라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자세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주가 되고 정부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도와야 합니다. 저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반드시 세울 겁니다.

-저출산 역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정말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0.8명대로 내려갔어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인데 저는 단순히 ‘보육원을 더 짓는다’ 이런 정도는 안 됩니다. 아기를 낳은 후에 보육에서부터 교육 이런 건 국가가 책임져 주는 게 필요합니다. 또 생활 역시 어느 정도가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요구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정부가)사회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G7의 초청을 받고 10대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기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3만불을 5만불로 10대 경제 대국을 7대, 5대 강국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문명의 중심을 이뤄야 될 것이 우리나라의 현 위치입니다. 이를 위해서 끝없이 싸우고 대결과 갈등으로만 점철돼 있는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대선후보 손학규가 바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제7공화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또 더 이상 편 가르지 않는 나라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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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