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특별대담> '대선 4수' 손학규가 그리는 제7공화국 

“대한민국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미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믿음이나 신앙이다. ‘다리 떨면 복 나간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함부로 주워오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미신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 여부를 떠나 미신은 우리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빅 이슈가 터진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의 이야기다.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다. 그 역시 징크스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스스로도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말할 정도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선 3번의 대선 출마에서도 손 전 대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파란만장
정치인생

이번 역시 당선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출마 당시 손 전 대표는 어떤 욕도 감수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처음부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손 전 대표를 대선판으로 뛰어들게 한 계기다. 

그는 1947년 경기도 시흥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하며 투쟁을 해오던 인물이다. 소위 운동권의 ‘블루칩’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2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른 경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풀려난 손 전 대표는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 교수로 지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손 전 대표는 같은 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뒤, 총 3선 의원,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하며 정치권에서 굵직한 경험을 쌓아왔다. 

정치권에서의 행보가 주목을 많이 받은 만큼 파고가 많았다. 손 전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3인방으로 불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생 총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대중 인지도 또한 높았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됐으나 이 전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탈당한다. 탈당 뒤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으나 당내에서는 손 전 대표를 견제하는 듯 맹공이 가해졌다. 

현재까지도 손 전 대표를 향해 가해지는 공격 방식 중 하나다. 대통합민주신당에 몸담았을 때는 정동영 전 장관에게 패배를 맞이했다. 이후 민주통합당의 대표를 맡으면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으나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는 2년간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칩거 생활을 끝낸 뒤 정계에 복귀한 손 전 대표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분당에서 또다시 당선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해 책임론이 가해진 탓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손 전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2년 뒤 수원 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패배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에 돌입했다. 


“또 왜? 대통령 불행 끝내러 마지막 도전”
“난장판 볼 수 없어” 잠행 끝내고 출사표

오랜 산중 생활을 끝낸 뒤 그는 다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칩거가 길었던 탓에 재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통해 지속적인 재기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손 전 대표가 몸담고 있던 민생당은 당선인 없는 0석 정당이라는 씁쓸한 결과표를 받았다.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타격도 가해졌다.

손 전 대표 역시 정치와 인연을 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손 전 대표가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을 출마 타이밍이라고 여긴 모양새다.

대선 출마를 선언 한뒤 지지율은 미약한 편이지만 손 전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가 있다. 다음은 손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를 하셨습니다. 

▲지난해 총선 지원 유세를 한 뒤 일체 조용히 살고 정치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대선 진행 과정에서 인신공격이나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선이란 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국민 축제인데 난장판이 돼가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민은 찍을 사람이 없어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마당에 손 전 대표님이 우리나라 정치 어른인데 나서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정치계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인연
끊으려다…

대통령제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욕이다. 대통령 병이다’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서 그동안 정치를 해왔는데 모든 걸 바친다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부분인지요.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극도로 분열돼있는 사회,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 권력 구조의 변화, 이것을 위한 확실한 민주주의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불행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출마 선언에서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정치보복이 너무 횡행해 있습니다. 과거를 주시하는 정치가 되는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치가 돼야 합니다. 

우선 보복 없는 정치를 해야 됩니다. 현재 대선도 양강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상대 후보는 감옥 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감옥 가지 않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도지사가 대통령 나오는 게 유행같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사가 대선에 나오는 것은 좋게 봅니다. 다만 도지사를 하는 중 현직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윤 후보의 경우 현 정부에 의해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뒤 검찰총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검찰총장 초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습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을 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습니다. 윤 후보가 야당 후보가 된 것 자체가 대통령제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제 폐지를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렵게 됩니다. 대통령 제도를 폐지하고 의회중심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개헌을 하고 7공화국 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대선후보와 연합도 염두에 두셨는지요.

▲우리나라 정치연합이라는 게 권력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권력에 가까이 가느냐’를 위한 공학적인 발상이 대부분입니다. 정치적인 목표가 없이 단지 권력을 획득하거나 단순히 빌붙어서 ‘뭘 하나 얻겠다’ 단일화를 통해 제가 총리나 장관직을 얻겠다는 것은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정당의 정체성을 갖고 연립정부를 통해서 내 정책을 반영해야 하는 게 옳다고 보입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논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책으로 시장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은 부동산을 거주하는 집의 가치로 생각하는 한편, 투자 가치나 재산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은 부동산을 주거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규제하는 정책으로 눌러봤자 안 됩니다. 현 정부는 법으로만 규제를 하려고 시도한 점이 부동산값만 올려놓은 꼴입니다.

“대통령제 폐지” 강력 주장
개헌 후 의회중심주의 구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수요를 억지로 줄이면 안 된다고 봅니다. 통제를 하면서 시장의 논리를 존중하겠다는 철학과 기본 원칙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선후보들 역시 ‘어디에다 몇 만평 짓겠다’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될 것은 (부동산)철학을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거기에 따라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자세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주가 되고 정부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도와야 합니다. 저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반드시 세울 겁니다.

-저출산 역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정말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0.8명대로 내려갔어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인데 저는 단순히 ‘보육원을 더 짓는다’ 이런 정도는 안 됩니다. 아기를 낳은 후에 보육에서부터 교육 이런 건 국가가 책임져 주는 게 필요합니다. 또 생활 역시 어느 정도가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요구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정부가)사회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G7의 초청을 받고 10대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기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3만불을 5만불로 10대 경제 대국을 7대, 5대 강국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문명의 중심을 이뤄야 될 것이 우리나라의 현 위치입니다. 이를 위해서 끝없이 싸우고 대결과 갈등으로만 점철돼 있는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대선후보 손학규가 바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제7공화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또 더 이상 편 가르지 않는 나라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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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