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더 비싼' 황금 번호판 뒷거래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23 13:16:20
  • 호수 13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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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넘버 ‘1111 2000만원’ 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111, 2222 등 희귀한 차량번호들은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이른바 ‘포커 번호’라고 불리는 이 희귀 차량번호들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상당히 고액에 거래되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눈에 잘 띄는’ 희귀 번호를 구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가격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숫자가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1990년대 삐삐가 전 국민의 필수품이었을 때 숫자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예를 들면 8282는 빨리빨리, 486은 사랑해, 1004는 천사란 뜻이다. 이처럼 숫자에 의미가 부여되면서  삐삐용어란 말도 생겼다.

‘좋은 번호’
특별한 배열

삐삐 시대가 지났어도 숫자가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이삿짐센터 전화번호는 2424,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4989가 유리해 해당업계에선 국룰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음식점 배달 전문업체는 8282, 콜택시는 8255 번호를 선호한다. 

우리 일상에선 전화번호에서부터 자동차 번호판, 아파트 동·호수, 집 번지, 생년월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이 언제부턴가 자신을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수단이 돼버렸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눈에 띄는 차량번호는 국회의원 등 공무원들이 주로 사용했다. 의원들은 외우기 쉽고 ‘눈에 잘 띄는’ 3000번이나 5656, 5060 등의 번호를 확보하려고 애썼다. 구구단형 8756번이나 9545번도 좋은 번호로 꼽힌다.


의원들은 차량번호뿐 아니라 전화번호도 특별한 것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번호는 권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외우기 쉬운 번호가 권위로 격상하는 것은, 이 같은 번호에 대한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기 때문에 특별한 능력을 행사해 이를 취득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특별한 숫자에 집착하는 현상에 대해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듯 의원들은 4년마다 있는 선거에 이겨야만 하기에 의원들은 자기가 쓰는 차량과 전화의 번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황금 번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자동차가 많아지고 번호판 부정 배정 잡음에 따라 신청한 순서대로 받게 됐다. 황금 번호 차량은 부정번호의 상징이 돼버린 탓에 일반 시민은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으며 배정받더라도 피하는 사람이 늘었다. 

‘눈에 띄는’ 번호 목돈 주고 배정
고객이 원하는 대로…짭짤한 딜러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탓이다. 남의 눈에 쉽게 띈다는 점을 오히려 꺼림칙하게 생각하기도 쉬웠다. 또 눈에 띄는 차를 타고 다닐 경우 사람들은 인식이 ‘돈만 많고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 ‘부정적인 사람’ 등으로 인식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서울 자동차 관리사업소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제작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자동차 번호가 권위의 상징이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좋은 번호를 갖고 있다고 누가 우러러봐 주지도 않는다. 좋은 번호를 가지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자동차 황금 번호를 다시 찾고 있다. 개인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잠재적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용도로 눈에 띄는 차량 번호를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차 카페에서 황금 번호를 구한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도 황금 번호를 받기 위한 방법이 공유됐다. 일반적인 차량번호 배정 방식은 완전 무작위 방식으로 이뤄지며 번호 공란 현황과 발급 상황 등 변수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주로 하루를 기점으로 바뀌지만, 때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뀔 수 있다.

순서가 바뀌어도 차주가 원하는 번호를 찾는 방법은 있다.

자동차 등록 업무를 지원하는 구청 교통행정과나 차량등록사업소에 일일이 유선으로 문의하면 된다. 다만 서울의 각 구청 교통행정과로 전화 연결 시 상당수가 다산콜센터와 연동돼있어 통화 연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만 한다.

유선 문의를 통해 해당 구청 혹은 자동차등록사업소에서 분출하는 차량 앞 두 자리 번호와 글자, 그리고 뒤 네 자리 번호의 첫 번째 숫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용도와 번호판 형식 등에 따라 다른 번호를 운용하기 때문에 유선 문의에 앞서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줘야 한다. 

이삿짐·배달점
전번 의미 부여

확정된 앞번호와 달리 뒷번호는 당일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배정받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략적인 번호 범위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이미 확정된 번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단, 후자의 경우 황금 번호와는 상관없는 일관성 없는 번호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등록일에 차주가 가장 마음에 드는 앞번호를 선택했다면, 그다음부터는 운에 맡겨야 한다. 

예를 들어, 차주는 ‘55오 5555’라는 희귀한 번호를 갖고 싶어 한다. 뒷번호가 5로 시작한다는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그렇다 한들 이미 5555 번호를 사용 중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앞뒤 번호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당 번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데 있어 변수는 시간이다. 신차 출고와 동시에 등록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10일에 불과하다. 이후 10일 경과 시 5만원, 그 이후 1일에 1만원씩,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 맞춰 모니터링이 필요하기에 자동차 번호 선택 시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주어진 10개의 보기 중 ‘취향’에 맞는 번호를 고르게 되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그나마 직접 등록할 때 이를 저울질할 시간이 제법 주어지는 편이다.

보통 등록 대행을 맡겼을 경우 이 선택의 시간은 30초 내로 한정된다. 


차량 등록 시 제시된 10개 번호를 확인한 이후, 그와 완전히 다른 무작위 배정이 가능한지는 배정 현황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 있다. 그 사이에 해당 번호가 빠진다면 새로운 번호로 보기가 추가되지만, 확인 직후 재배정 시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각종 서류 작성 및 제출, 비용 납부를 마친 뒤 원하는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발품을 팔지 않고 좋은 번호를 받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고액의 돈을 들여 황금 번호를 취득하는 것이다. 각종 중고차 카페나 거래 매매 사이트에 “황금 번호를 구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회원 수가 많거나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는 등 규모가 큰 카페일수록 좋다. 

게시글을 올리지 않아도 구매 대행업체 직원이나 브로커가 ‘포커 번호(연속된 숫자를 의미)’를 구해줄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후 브로커가 연락을 준다고 한 뒤 한참 동안을 기다려야 한다. 

연락이 바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브로커는 황금 번호 희망자에게 일 주일에서 한 달 정도의 날짜가 지난 뒤 연락을 취한다. 원하는 번호대를 확인한 후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한다. 원하는 번호 등급에 따라 액수도 천차만별이다.

유튜브·블로그 
발급 방법 공유

1등급으로 불리는 포커 번호를 구해주는 데 수수료는 1000만원대까지 올라간다. 자동차 번호는 대표적으로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나누어져 있다. 


등급 별로 ▲1등급 앞뒤 포커(111가1111) ▲2등급 오름차순(123가4567) ▲3등급 앞 오름차순과 뒤 포커(123가7777) ▲4등급 포커(147가1111) ▲5등급 특정 차량 (페라리 0488, 0911 포르셰) ▲ 6등급 1000번대(1000, 2000) ▲7등급 오름차순 내림차순(1234, 4321) ▲8등급 AABB패턴(1122, 2211) ▲9등급 개인적인 선호 번호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번호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다. 혹은 자신의 핸드폰 뒷자리를 차량번호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여간 네 자리 숫자가 동일하거나 0이 3개 포함된 황금 번호 대부분이 수입차나 국산 고급차에 집중됐다. 이 기간 황금 번호가 발급된 현대자동차 i30와 엑센트는 각각 55대, 134대에 불과하지만 벤츠 E클래스는 857대, BMW 5시리즈의 경우 499대나 황금 번호를 배정받았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좋은 번호를 얻는 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대행업체를 거쳐 돈을 주고 번호판을 매매한다는 것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차량등록사업소 출신 퇴직 공무원 등이 대행업체를 차리기도 한다는 점을 들어 유착관계를 의심하기도 한다.

중고차 카페·거래사이트 만남의 장
1~9등급 따라 수수료 가격 천차만별

황금 번호를 원하는 A씨는 서울의 한 구청을 방문했지만, 공무원이 아닌 번호판 발급 대행사 직원의 설명만 들어야 했다. 대행사 도움 없이 스스로 황금 번호를 얻고 싶었던 그는 다음날에도 구청을 찾았지만 원하는 번호를 뽑는 데 실패했다.

돌아가려던 순간 A씨는 다른 부서엔 들르지도 않은 채 번호판 발급 장소로 직행해 3000번을 달고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의 모습을 목격했다.

A씨에 따르면 보험개발원 전산원에서 뽑아본 0이 3개씩 들어간 번호들은 다 외제차였다. 이 같은 경험은 온라인에서 비일비재하게 찾아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 차량 번호판은 구청이 1000개 단위로 번호를 배정받아 10분의 1씩 잘라서 발급하고 있다. 

10개씩 무작위로 추첨한 것 중 차주가 고르기 때문에 비리는 있을 수 없다는 게 구청 공무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1000단위로 딱 떨어지거나 한 가지 숫자가 연속되는 골드 번호를 취득하는 데 있어 대행사들이 분주해진다.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황금 번호가 나올 때까지 10개 단위의 추첨을 여러 번씩 반복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7777번이나 7788번 같은 ‘프리미엄 번호’를 얻으려면 대행사에 1000만원 이상씩 내야 한다는 것은 업계 정설로 통한다. 또 다른 구청은 민원인은 물론 대행사에도 좋은 번호를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이미 발급됐어야 할 번호도 유보로 잡고 있다가 나중에 내주는 경우도 확인되곤 한다.

A씨는 중고차 사이트에서 이미 발급됐어야 할 차량번호를 입력했는데 미등록 번호로 나와 해당 번호를 달라고 문의했더니 “이미 나간 번호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공무원과 공모해 좋은 차량 번호를 얻는 건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순서를 바꾸거나 미리 빼돌려 좋은 번호를 선점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원하는 번호를 콕 집어 얻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남은 좋은 번호 중에 기다리고 기다려서 구하는 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자동차 번호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범죄는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덧붙였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김 교수는 “황금 번호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성숙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돌리고 돌려
미리 빼돌려

앞서 브로커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좋은 번호를 구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과거 명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명품을 구매하는 행태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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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