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판 봉이 김선달' 돌아온 타짜 회장님 추적

출소하고 또…민통선에 파라다이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통선 일대에서 거대 테마파크가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업체는 스키장, 골프장, 승마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의문점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확히 10년 전 철원에서 터졌던 부동산 사기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 세부적인 내용 몇 개를 제외하면 판박이 수준이다. 

앞서 지난 2011년 강원도 철원에서 부동산 사기 사건이 터졌다. 당시 A사는 민통선 일대의 개발허가가 나지 않은 임야를 팔아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챘다. 부산지검은 철원지역에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이를 보고 몰려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A사 회장 김모씨 등 5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11년 구속
그의 정체는?

김씨가 회장으로 있던 A사는 35년 전 보이차 유통기업 및 부동산 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차를 파는 판매원들을 조합원으로 구성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방문판매 직원만 500여명에 달했다. 대외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씨 일당은 철원군 일대에 승마 사업을 한다는 대대적인 개발계획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는 ‘A사, 최전방 철원서 국내 최대 승마장 설립 박차’ ‘A사, DMZ 보며 스키·골프·관광’ 등의 홍보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유통·부동산개발기업인 A사가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개발제한지역에 가칭 ‘철월OO’라는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홍보기사에는 대표인 김씨가 본인 소유의 토지 약 1320만㎡(412만평)를 500명의 회사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매각, 분배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무엇보다도 A사의 개발계획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업계획이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휴전선 인근 테마파크 개발 투자 호객
수백억대 땅 사기 10년 전 사건과 유사

기존 승마장 사업의 경우 CEO가 전권을 쥐고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사의 개발방식은 경영자 주도의 형태가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레저타운을 공동운영하는 식으로 설명됐다. 이는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김씨 일당은 2010년 10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언론에 실린 개발사업계획에 관한 기사를 게시판에 올리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김씨 일당은 2010년 11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전체 부동산 중 800만㎡를 매각한다는 광고를 냈다. 회사에서 취급하는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개발사업계획에 포함된 땅을 나눠주겠다는 광고였다. 

사람들은 국내 최대의 승마장이 입지한다는 지역에 땅을 갖게 된다는 것에 현혹됐다. 보이차만 산다면 개발 후 몇 배의 이익이 기대되는 땅을 준다는 사실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계좌당 165만원씩을 받고 보이차를 다단계 형태로 판매했다.

보이차 구매자들에게는 그 대가로 계좌당 개발지역의 토지 165㎡(50평)를 줬다. 1㎡당 3만3000원에 판 셈이었다.


없는 땅 
팔아서…

하지만 김씨 일당이 판매한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땅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땅으로 밝혀졌다. 당시 검찰 조사결과 언론에 ‘김씨 소유’라고 홍보된 땅은 사실은 일당 중 한 명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민가조차 없는 오지 중에 오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의 대표적 지형인 적근산(1037m)은 휴전선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있는 군사 전략적 요충지였다. 더군다나 승마 사업이 추진되던 지역도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A사의 개발사업계획은 군 당국의 동의가 필요했던 셈이다.

그러나 김씨 일당은 국경지대 개발에 대한 군당국의 동의 문제에 대해 “곧 접경지역지원법이 특별법으로 격상되면 이 문제가 해소된다”며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군사시설보호법, 국토기본법보다 하위법이어서 군당국의 동의 등을 무시한 채 개발을 진행할 수 없게 돼있다. 따라서 김씨 일당이 판 땅은 애초부터 개발을 할 수 없는 땅이었던 것이다. 

결국 개발제한으로 승마 사업은 좌초됐고, 투자자들은 재산가치 없는 땅만 소유하게 됐다. 김씨 일당의 민통선 지역 부동산 사기 행각은 상품 판매를 위한 전형적인 다단계회사의 사기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들 상대
종목만 바꿔

검찰 조사 결과 김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3000여명의 투자자에게서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영세한 사람들로 이번 사건의 피해로 큰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최근 <일요시사>에는 철원OO에 투자했다가 기만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10년 전 등장했던 철원OO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제보자는 “B사에서 원금 회복 운운하며 140원 하는 C 코인을 1000원에 구매하게 했다”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고, 그것도 기약도 없이 팔지도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전국에 2만명이 투자했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사기성이 다분해 보인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이 될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강원도 철원에 기독교 랜드를 조성한다고 사람에게 현금을 받고 코인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가족 중에 하나가 돈을 회사로 넣었는데 9월에 준다, 12월에 준다며 원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보이차’서 ‘코인’으로… 최신 트렌드 반영? 
수법 거의 판박이 수준…알고 보니 동일 인물


이들의 제보를 통해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은 ‘철원’ ‘레저시설’ 등의 키워드가 위에 서술했던 10년 전 사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A사의 김씨, B사의 김씨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들의 주장을 취합해보니 10년 전 사건과 다른 것은 ‘보이차’가 ‘코인’으로 대체됐다는 것뿐이었다. 10년 전 김씨는 “보이차를 구매하면 땅을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번에는 “C 코인을 구매하면 철원 일대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C 코인은 개인거래소에서 아무 의미 없는 코인이며 발행한 철원랜드 회사도 다단계 사기 이력이 있는 회사”라고 밝혔다. 그는 “코인으로 바뀌었을뿐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이며 100% 사기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예의주시

업계 관계자는 “10년 만에 나타난 김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사기 전과가 있는 김씨와 철원랜드에 대해 사정기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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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