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판 봉이 김선달' 돌아온 타짜 회장님 추적

출소하고 또…민통선에 파라다이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통선 일대에서 거대 테마파크가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업체는 스키장, 골프장, 승마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의문점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확히 10년 전 철원에서 터졌던 부동산 사기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 세부적인 내용 몇 개를 제외하면 판박이 수준이다. 

앞서 지난 2011년 강원도 철원에서 부동산 사기 사건이 터졌다. 당시 A사는 민통선 일대의 개발허가가 나지 않은 임야를 팔아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챘다. 부산지검은 철원지역에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이를 보고 몰려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A사 회장 김모씨 등 5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11년 구속
그의 정체는?

김씨가 회장으로 있던 A사는 35년 전 보이차 유통기업 및 부동산 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차를 파는 판매원들을 조합원으로 구성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방문판매 직원만 500여명에 달했다. 대외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씨 일당은 철원군 일대에 승마 사업을 한다는 대대적인 개발계획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는 ‘A사, 최전방 철원서 국내 최대 승마장 설립 박차’ ‘A사, DMZ 보며 스키·골프·관광’ 등의 홍보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유통·부동산개발기업인 A사가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개발제한지역에 가칭 ‘철월OO’라는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홍보기사에는 대표인 김씨가 본인 소유의 토지 약 1320만㎡(412만평)를 500명의 회사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매각, 분배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무엇보다도 A사의 개발계획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업계획이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휴전선 인근 테마파크 개발 투자 호객
수백억대 땅 사기 10년 전 사건과 유사

기존 승마장 사업의 경우 CEO가 전권을 쥐고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사의 개발방식은 경영자 주도의 형태가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레저타운을 공동운영하는 식으로 설명됐다. 이는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김씨 일당은 2010년 10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언론에 실린 개발사업계획에 관한 기사를 게시판에 올리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김씨 일당은 2010년 11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전체 부동산 중 800만㎡를 매각한다는 광고를 냈다. 회사에서 취급하는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개발사업계획에 포함된 땅을 나눠주겠다는 광고였다. 

사람들은 국내 최대의 승마장이 입지한다는 지역에 땅을 갖게 된다는 것에 현혹됐다. 보이차만 산다면 개발 후 몇 배의 이익이 기대되는 땅을 준다는 사실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계좌당 165만원씩을 받고 보이차를 다단계 형태로 판매했다.

보이차 구매자들에게는 그 대가로 계좌당 개발지역의 토지 165㎡(50평)를 줬다. 1㎡당 3만3000원에 판 셈이었다.


없는 땅 
팔아서…

하지만 김씨 일당이 판매한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땅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땅으로 밝혀졌다. 당시 검찰 조사결과 언론에 ‘김씨 소유’라고 홍보된 땅은 사실은 일당 중 한 명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민가조차 없는 오지 중에 오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의 대표적 지형인 적근산(1037m)은 휴전선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있는 군사 전략적 요충지였다. 더군다나 승마 사업이 추진되던 지역도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A사의 개발사업계획은 군 당국의 동의가 필요했던 셈이다.

그러나 김씨 일당은 국경지대 개발에 대한 군당국의 동의 문제에 대해 “곧 접경지역지원법이 특별법으로 격상되면 이 문제가 해소된다”며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군사시설보호법, 국토기본법보다 하위법이어서 군당국의 동의 등을 무시한 채 개발을 진행할 수 없게 돼있다. 따라서 김씨 일당이 판 땅은 애초부터 개발을 할 수 없는 땅이었던 것이다. 

결국 개발제한으로 승마 사업은 좌초됐고, 투자자들은 재산가치 없는 땅만 소유하게 됐다. 김씨 일당의 민통선 지역 부동산 사기 행각은 상품 판매를 위한 전형적인 다단계회사의 사기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들 상대
종목만 바꿔

검찰 조사 결과 김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3000여명의 투자자에게서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영세한 사람들로 이번 사건의 피해로 큰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최근 <일요시사>에는 철원OO에 투자했다가 기만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10년 전 등장했던 철원OO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제보자는 “B사에서 원금 회복 운운하며 140원 하는 C 코인을 1000원에 구매하게 했다”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고, 그것도 기약도 없이 팔지도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전국에 2만명이 투자했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사기성이 다분해 보인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이 될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강원도 철원에 기독교 랜드를 조성한다고 사람에게 현금을 받고 코인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가족 중에 하나가 돈을 회사로 넣었는데 9월에 준다, 12월에 준다며 원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보이차’서 ‘코인’으로… 최신 트렌드 반영? 
수법 거의 판박이 수준…알고 보니 동일 인물


이들의 제보를 통해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은 ‘철원’ ‘레저시설’ 등의 키워드가 위에 서술했던 10년 전 사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A사의 김씨, B사의 김씨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들의 주장을 취합해보니 10년 전 사건과 다른 것은 ‘보이차’가 ‘코인’으로 대체됐다는 것뿐이었다. 10년 전 김씨는 “보이차를 구매하면 땅을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번에는 “C 코인을 구매하면 철원 일대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C 코인은 개인거래소에서 아무 의미 없는 코인이며 발행한 철원랜드 회사도 다단계 사기 이력이 있는 회사”라고 밝혔다. 그는 “코인으로 바뀌었을뿐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이며 100% 사기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예의주시

업계 관계자는 “10년 만에 나타난 김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사기 전과가 있는 김씨와 철원랜드에 대해 사정기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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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