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 유력 잠룡 3인 대권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13 14:30:20
  • 호수 13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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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룡 모두 기운이 하늘 찌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제20대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정권교체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이 점친 유력한 대선후보 3인방의 신년운세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점쳐봤다.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3명이다. 실제로 차기 대통령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들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들쑥날쑥
여론조사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은 지난 3~4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해 지난 7일 발표했다.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4.7%로 1위, 이 지사는 22.5%로 2위를 기록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주 대비 2.1%p 빠진 24.7%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2.5%p 하락한 22.5%였다. 이 전 대표는 14.3%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0.9%p 하락한 수준이다.

이 전 대표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20.8%를 기록하며 이 경기(17.8%)에게 앞서기도 했다. 호남에선 21.4%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25.8%를 지지를 얻었다.


또 다른 여론조사는 이 지사가 1위를 달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28.0%로 26.4%를 기록한 윤 전 총장에 1.6%p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이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윤 전 총장을 제치고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 지사를 꼽은 응답자가 24%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윤 전 총장(19%), 이 전 대표(8%)가 이어졌다.(여론조사 결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2일, 종로 5가 소재의 백운비 원장을 만나 대선후보 3인방 신년운세에 대해 들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오랜 세월 법과 원칙, 상식과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몸으로 싸워왔다”며 “나라가 정상화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은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이후 인터뷰서 발언 구설수, 캠프 인사들의 당 대표 탄핵 논란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백 원장은 윤 전 총장의 내년 운세에 대해 도고명립(道高名立)의 해라고 운을 띄었다. 도고명립은 생애 최고의 명함을 세우고 이름을 온 세상에 떨치는 형상이라고 언급했다. 


계절 바뀌어도 운 상승
오해·구설수 조심해야

백 원장은 “윤 전 총장의 내년 운세에 반흉반길(半凶半吉) 운이 있어 한구석의 흉마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흉반길은 한편으로는 길하고 한편으로는 흉하다는 뜻이다. 

이어 “윤 전 총장은 배신, 사기 등 인간관계의 함정이 결정적인 문제다. 세심한 관찰로 방어와 공격을 병행하고 솔직함으로 자신을 보이는 투명한 처세술을 보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운이 양합을 이뤄 명진사해(名振四海) 하는 보기 드문 해”라고 덧붙였다. 명진사해란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7월 윤 전 총장은 후원 모금 개시 하루 만에 한도액인 25억원을 다 채우고 모금을 종료했다. 이는 이 지사, 이 전 대표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첫날 모금액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다. 캠프 측은 정권교체를 향한 보수 지지층의 열망이 후원금 열풍에 담겨있다고 자평했다.

윤석열 “배신 조심하라”

후원금을 모금한 지 하루 만에 한도액을 모두 채운 건 여야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지사는 후원 모금 첫날인 지난 10일 9억854만원을 모았다. 이날 이 전 대표 캠프에는 8억1425만원의 후원금이 답지했다. 

백 원장은 윤 전 총장을 두고 사절웅태(四節雄泰)와 금계포란(金鷄抱卵) 두 가지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사절웅태란 계절은 바뀌어도 운은 계속 상승한다는 뜻이고 금계포란이란 금빛 닭이 알을 품은 형상을 뜻한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백 원장은 “다만 부분적 흉마 운이 있어 사람들 간의 감정대립, 오해, 구설 등의 부딪힘이 많아 과하게 되면 윤 전 총장에게 치명적 손실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을 도와주는 운도 있어 처음의 위기가 역전으로 바뀌어 기적의 신화를 쓰는 등 놀라운 일들이 많다”고 예언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모여드는 운이라 사방에 귀인이 있고 불신에서 벗어나 마지막 승기를 잡는 선고후길(先苦後吉)의 운”이라고 언급했다.

선고후길이란 전반은 부진하고 후반에 빛을 본다는 뜻으로 처음의 약세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중반부터 정상의 궤도에 올라 승리감을 맛볼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중산층 경제를 만들겠다.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10년 전 65%였던 중산층이 지금 57%로 줄었다. 중산층이 두꺼워야 불평등이 완화되고 사회가 위기에 강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2019년 8월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하기 시작해 2020년 6월까지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 7월 이후 이 지사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 양강 구도가 만들어졌고 올해 들어 이 지사에게 밀리며 2위에 계속 머물고 있다. 


당권을 거머쥘 때만 해도 ‘어대낙(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낙연)’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이낙연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당 대표 재임 기간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추격자 입장이 됐다.

지난해 4·15 재보선 참패 후 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변의 의견에 “문재인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배신할 수 없다”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내년 운세는 도전적이지만 아쉬운 해라고 볼 수 있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표 내년 운에 대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해라고 분석했다. 건곤일척은 명운은 걸고 승부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표는 큰 운이나 바람에 낙엽이 흐려지듯 한 곳에 모여 있지 않다. 사방으로 분산돼 화려한 성장과 발전이 있는 대신 실속이 없어 결정적인 소망에 못 미쳐 아쉬운 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화를 복으로 만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운도 있어 우호적인 인간관계와 새로운 환상에 비법이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하고 한 단계 더 급성장하는 뜻깊은 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운이 분산”

이 전 대표는 소탈한 취미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주량은 막걸리 5~6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이유는 서민의 술이며 쌀 소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전 대표가 총리가 된 후 공식·비공식 만찬에서 막걸리를 행사주로 사용해 ‘막걸리 총리’라는 별명도 붙었다.


별다른 취미생활도 하지 않는 이 전 대표는 공무원 대상 정신건강 프로그램에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마신다, 잔다, 읽는다’세 가지를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양재진 전 보좌관은 이낙연을 놓고 2017년 5월 SNS를 통해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하면서 그 흔한 골프 한 번 못 쳤다”며 “끽해야 막걸리 한 잔, 그것이 취미의 전부”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표의 신변에 대해서는 “안전하다. 집안 경사나 큰 축복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매우 인간적이나 융통성이 부족하다. 단점 개선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명성이 더 높고 넓게 퍼지게 되면서 광명의 해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임인년
3명 융통성 부족…보완해야

이 지사는 지난 7월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4분가량 되는 영상에서 이 지사는 검은 배경에 마이크 앞에서 출마 선언문을 낮은 목소리로 읽었다. 그 사이 배경음악과 함께 이 지사의 과거 행적 등이 담긴 사진들이 영상 내내 슬라이드처럼 지나갔다. 출마 선언문 내용은 자막으로 깔렸다.

당시 이 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정의하며 그 원인을 ‘불공정과 양극화’라고 진단했다. 이어 “누군가의 부당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이라며 “투기이익 같은 불공정한 소득은 의욕을 떨어뜨리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운다”고 말했다.

이 지사를 두고 백 원장은 낭중지추(囊中之錐)의 해라고 운을 띄었다. 백 원장은 “그동안 숨어있던 재능이 새로 나타나 최후의 승리 도약에 오르게 되는 상승운”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의 숨겨져 있던 정치적 재능이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전달된다.

이어 “미완성 운이 부분적 결함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잃을 수 있으니 철저하고도 세심한 방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2018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56.4%의 득표율로 35.5%를 얻은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선거 과정에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 형수 욕설 녹취록 공개, 김부선씨 스캔들 등 숱한 악재를 만났지만 경기도 민심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 지사는 그동안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무상 교복 등  복지정책을 추진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 뒤에도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정책 시리즈’를 앞세워 보편복지 분야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배달앱기업의 독과점과 과도한 수수료 관행,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등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시장질서를 놓고 거침없이 시정 조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 과정에서 반시장·반기업 이미지도 같이 얻었다.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시장개입과 선심성 현금 살포라는 비판도 나왔다.

백 원장은 “소중하고 귀한 ‘전진현달(前塵顯撻)’의 행운은 분명하나 편운에 해당해 나누어지는 형상이니 고저가 심하고 작은 감정에 예민해지며 심적 동요와 약점이 노출되는 등 자충수를 두는 위기가 올 수 있다. 신용과 덕망을 앞세워 자신감과 함께 최후의 정신무장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세심한 방어를”

이 지사는 다른 대선후보와 달리 사생활 관련해 부정적인 논란이 많았다. 대권 도전에 있어 사생활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백 원장은 이 지사에 대해 “건강과 신변은 안전하며 가정 내외도 운의 무호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주거 변동이나 부동산 변동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 지사는 무엇보다 옹졸한 마음을 떨치고 크고 넓은 마음의 수양과 두려움 있는 승부처에서 자신있게 임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내년 이 지사는 신용과 덕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양원이 미덕으로 내 앞에는 상대가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명운”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운비 원장은?

5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 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에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그는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서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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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