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마지막 언택트 명절 나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14 10:45:19
  • 호수 13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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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안 가고 랜선 여행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추석 명절 분위기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로 인해 비대면 명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추석에도 가족, 친척이 모여 북적이는 명절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마지막 비대면 명절이 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10월3일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추석에는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최대 8명까지 모임을 허용할 방침이지만, 올해 설날과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올 추석 연휴는 주말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로 23일과 24일 연차·월차를 사용하면 내리 9일을 쉴 수 있다. 

귀성 포기

지난 6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직장인 1705명에게 ‘추석 귀성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51.9%가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동일 설문에서 직장인 57.7%는 귀성을 포기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귀성 포기 응답이 2019년(39.7%), 2018년(37.1%)에 비해 평균 1.4배가량 높은 수치다.

귀성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단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감염이 우려돼서’(65%, 복수 응답), ‘4인 이상의 친지가 모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34.9%) 등 방역상의 이유가 많았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어서’(20.5%),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서’(13%),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12.3%), ‘경제상황 악화로 지출 비용이 부담스러워서’(8.9%) 등의 이유도 있었다.

당국이 10월 말 ‘위드 코로나’를 목표로 두면서 이번 추석이 마지막 비대면 명절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추석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추캉스 =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 방문하지 않고 바캉스를 보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등과 연휴 기간을 잘 맞춰서 숙박업소를 예약하고 있다. 

경북지역 주요 펜션의 추석 연휴 기간 예약률은 높은 수준을 보인다.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 A 업소는 연휴 전날인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9개 객실에 대한 예약신청을 모두 접수했고, 포항 북구 송라면 B 업소의 6개 객실 예약률은 평균 79.9%를 기록했다.

이 기간 경북 경주 감포읍 C 업소의 17개 객실 예약률은 84.6%, 경주 천북면 D 업소의 35개 객실 예약률은 74.8%로 조사됐다.

대구 내 캠핑장도 같은 기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예약이 들어찼다. 팔공산 캠핑장 동화지구(30개면)와 도학지구(29개면)의 평균 예약률은 각각 89.3%, 95.1%에 달했고, 파계지구(24개면)의 경우 예약이 완료됐다. 달서 별빛캠프도 이미 카라반(14대)과 데크·오토캠핑장(총 45개면)에 남은 자리가 없다.

호텔업계서도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패키지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 롯데호텔, 하얏트 호텔앤리조트 등이 추석을 맞아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랜선 여행 = 온라인으로 즐기는 ‘랜선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전국 각지로 떠나는 온라인 여행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방구석에서 여행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여행 일정을 취소하거나 조정하면서 대신 집안에서 여행 콘텐츠를 감상하는 식이다. 

감상하는 주요 콘텐츠로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사진, 블로그 등이 있다. 가장 떠나고 싶은 랜선 여행지로는 해안 도시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국내 대표 여행지 제주가 50.4%로 1위, 속초·강릉 지역(34.1%)과 부산(27.8%) 등지의 선호도가 높았다. 


연휴기간 호텔·펜션 예약률 높아
영화·드라마 보며 스트레스 해소

다양한 플랫폼에서 랜선 여행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여행자를 위한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도 출시하고 있다. 한 플랫폼은 제주, 동해 등 인기 여행지 한 곳을 선택하면 랜선 여행 장면을 공개해 방콕족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영화·드라마 = 추석 연휴 동안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세계적인 OTT ‘넷플릭스’를 비롯해 ‘왓챠’ ‘웨이브’ ‘티빙’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 프라임 비디오 등 홍수처럼 쏟아지는 OTT들과 오리지널 콘텐츠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추석 연휴 동안 방콕족은 질 높은 미디어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홈 시네마 수요도 확대되고 있어 집에서 영화관 분위기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전년 동기보다 집에서 영화관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게 하는 빔프로젝터와 암막커튼의 매출이 각각 120%, 68% 늘어났다. 빔프로젝터는 작은 크기에 10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띄울 수 있어 영화관을 대신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씨는 이번 추석 명절엔 집에 머물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친척들이 모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에서 밀린 영화와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 추석 특수를 노리고 아르바이트를 계획 중인 취업준비생도 많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은 취준생 10명 중 6명은 추석 연휴에 명절을 보내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추석 명절에 아르바이트하고 싶은 이유는 휴일 수당 등 “평소보다 급여가 높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다. 

특히 현재 아르바이트 중인 사람들의 상당수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계속 근무할 예정이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생들이 생각하는 추석 명절 아르바이트의 장점으로는 평소보다 높은 시급 및 일당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단기간 근무하고 필요한 돈을 모을 수 있는 점’(40.3%)과 ‘일자리가 많아 알바 구직이 쉬운 점’(17.8%) 등도 장점으로 꼽았다.

현재 아르바이트 중인 677명에게 명절 연휴에 근무 여부를 물은 결과 72.1%가 ‘이번 추석 연휴에도 근무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근무(53.3%), ‘매장, 사무실 등이 정상 운영해 어쩔 수 없이 근무’(45.7%)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미 공유”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비대면의 표준화로 명절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올 추석에는 부모님과 함께 여가를 즐기거나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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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