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집처럼 들락날락…한국형 ‘재범 포비아’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4:59:13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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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범죄자에게도 이 말은 통용될까. 줄지 않는 재범률로 피해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0일,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절도죄로 4개월간 복역 후 지난 4월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불안한 피해자

남성은 지난 5월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약 3개월 동안 평택 시내 길거리에서 여성의 다리와 뒷모습 등 신체 부위를 1만5000여차례 몰래 촬영하고 이를 보관한 혐의를 받았다. 복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출소자가 범죄를 또 저지르다 보니 피해자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법무부는 ‘2016년 전체 출소자 재복역률 분석 결과’를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재복역률이란 교정시설 출소자 중 3년 이내에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비율을 뜻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재복역자 7039명 중 2465명(35%)이 1년 내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됐다. 죄명별로는 절도죄 수형자 재복역률이 50%로 가장 높았고, 마약류 범죄(45.8%)와 폭력(31.3%), 과실범(25.1%), 강도(22.8%), 성폭력(16.9%) 등의 순이었다.


특히 같은 죄를 저질러 다시 수용되는 비율도 높았다. 마약류 범죄로 출소 후 재복역한 수용자 중 89%가량이 같은 범죄로 금고형을 선고받았고 절도(78.2%)와 사기·횡령(61.3%), 폭력(54.1%), 등의 순으로 재복역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20세 미만 재복역률이 43%로 가장 높았으며 수형자 나이가 적을수록, 범죄 횟수가 많을수록 재복역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보다 남성의 재복역률이 16%포인트 높았다. 재복역률과 비슷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인 재범률이 있다.

재범률이란 교정시설에 수용되었던 수형자들이 출소한 후 다시 범죄를 저질러 체포, 유죄 선고 혹은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특히 음주운전과 성범죄가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은 44%다. 지난해에는 45%나 돼 상습적인 음주운전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운전을 세 번 이상 반복한 사람도 무려 19.7%에 달했다. 실제로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음주운전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도죄 수형자 재복역률 50% 
음주운전·성범죄·마약 많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다시 운전하려면 차량 시동잠금장치 설치와 음주치료 이수를 하도록 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범률이 높아 권익위는 이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음주운전자는 현행 제도에서 면허정지·취소 처분 후 일정기간 운전을 할 수 없으며, 특별 교통안전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성범죄 가운데 불법 촬영 재범 비율이 75%에 이른다. 불법 촬영 다음으로 재범 비율이 높은 성범죄는 강제추행(70.3%)과 공중밀집 장소 추행(61.4%)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 412건에 불과하던 불법 촬영 범죄는 2019년 6배 가까이 늘어난 2388건으로 집계됐다. 불법 촬영 재범자 중 1058명(36.5%)은 동일한 장소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하철과 기차에서 범행이 이뤄지는 경우가 435건 중 272건(62.5%)으로 가장 많았다.

목욕탕과 찜질방 등에서 불법 촬영이 이뤄지는 경우가 243건 중 148건(60.9%)으로 뒤를 이었다.

복역 중인 성범죄자에게 심리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지난 13일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범죄자 심리치료 제도 효과성 평가’ 연구 결과를 법무정책연구원 이슈 페이퍼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는 심리치료를 받은 성범죄자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통제집단)을 비교해 치료집단의 재범 위험성이 29%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심리치료를 받은 집단은 통제집단보다 교정범죄예측지표(REPI) 등급과 경비 처우 등급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REPI와 수형자 개별 특성에 따른 경비처우 등급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재범 위험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범 방지를 위해 심리상담 프로그램, 직업훈련 그리고 사회 가족관계 회복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는 재범 방지를 위해 세 가지 요소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성은 없다?

이 관계자는 “첫 번째는 출소자가 ‘범죄와 결별하겠다’는 각오와 반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가족과의 관계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에 나가서 직업을 탐색하는 과정인 취·창업 교육이나 직업훈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자발찌 무용론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성범죄 재범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자발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범죄자들의 재범이 주거지 인근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주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법무부의 ‘전자발찌 착용자 성폭력 재범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자발찌 착용자 재범 건수 303건 중 절반 이상(166건)이 성범죄자의 거주지 1㎞ 반경 이내에서 발생했다.

주거지 인근에선 전자발찌 훼손, 피해자 접근, 어린이보호구역 접근 등으로 ‘경보’가 울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호관찰과의 주관적 판단에 대부분 의존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자신의 주거지 근처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별도의 이상 신호가 위치 추적 장치에서 뜨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가령 아파트 3층에 사는 범죄자가 10층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범행을 저지른다면 위치추적 장치 시스템상에선 자기 거주지 상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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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띄운 이재명<br> ‘장기 집권’ 노림수?

개헌 띄운 이재명
‘장기 집권’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이재명정부가 개헌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정 운영 동력이 강한 임기 초에 드라이브를 걸어 개헌을 성공시키겠단 구상이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안을 걸고 넘어졌다. “이재명의 장기 집권”이라며 공포탄을 쏘아 올리고 있어 개헌 로드맵마저 흐릿해지는 형국이다. 개헌은 매 선거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대통령 후보들은 “87년 체제를 극복하겠다”며 앞다퉈 개헌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막상 당선된 이후에는 흐지부지 다음 정권의 몫으로 미루기 일쑤였다.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 대통령 역시 임기 초반부터 개헌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개헌 논의 걸림돌은?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시절부터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의 헌법은 87년 체제에 멈춰있는 만큼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월18일 대선 국면이던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을 수면 위로 띄웠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서 윤석열 전 정권처럼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하거나,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 인권을 짓밟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통제 장치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저나 민주당은 87년 체제가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많고 역사적 당위성도 있었는데 객관적 상황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쉽게 조정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인데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개헌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비롯한 ▲대통령 결선투표제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사후 승인제 등 대통령 권한 축소안과 더불어 ▲감사원 국회 이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공수처장·국가인권위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 및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제 등을 제안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단연 대통령 4년 연임제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행 단임제에선 현직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있다. 이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 운영 방식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기존에 있던 사업은 물론 장기 프로젝트까지 엎어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문재인도 실패...“제왕적 대통령” 비판 헌법 128조 설명에도 먼 산 보는 국힘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시되는 게 중임제와 연임제다. 두 제도 모두 대통령 권력 분산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 또는 차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그 다음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만 출마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과 1시간40분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약이었던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정권 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위)도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개헌 논의 착수에 나섰다. 국정위 조승래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개헌안은 이미 공약한 것이라 정리가 돼있고 문제는 시기”라며 “(개헌안을) 대통령이 발의하든 국회에서 발의하든 간에 국회 개헌특위 등 국회 논의에 따라 추진 속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위는 국회와 국민 공감대 양쪽 모두를 예의주시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개헌 논의는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점에서다. 조 대변인은 “여당과의 협의만으로 될 문제는 아니”라며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 야당과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위는 개헌안을 성안하는 곳은 아니다. 대통령이 공약한 사항을 정리해 국정 과제 목록에 첨부할 것”이라며 “국정위는 개헌 추진 절차와 방법,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이라며 시기도 못 박았다. 그러나 4년 연임제와 같은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가 남아 있어 국정위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안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4년 연임제가 담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이를 위해서는 개헌안 발의 시점을 더 늦출 수 없다”며 개헌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개헌은 헌법 파괴와 국정 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외쳤던 촛불 광장의 민심을 헌법으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패한 개헌 8년 전 데자뷔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만약 채택이 된다면 지금 대통령하고 지방정부와 임기가 거의 비슷해진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정부의 임기를 약간만 조정해서 맞춘다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당시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과 헌법기관 구성 등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 담겼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그간 전직 대통령들이 불행을 겪어왔는데 4년 연임제는 4년은 선거운동하고 4년은 레임덕에 빠지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 개헌안은 완전히 방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반박했다. 당장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이 통과되더라도 이는 현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현행 헌법 제128조의 제2항을 예시로 든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혹시라도 이 개헌이 저에게 무슨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문 전 대통령은 해외순방 도중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단상에 선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4년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마치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 주장”이라고 거듭 말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의 개헌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야당의 반발로 총 114명의 의원만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192명)를 채우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것이다. 1980년 ‘간선제 5공화국’ 헌법 개정안 이후 38년 만에 발의된 개헌안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시작도 전에 브레이크 문재인정부의 개헌이 실패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의 권력과 연관돼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졌다. 헌법 제128조를 예시로 들었지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단임제 체제를 바꾸는 것에 국민이 부담감을 느낀 것 또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헌 방식에 대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전자결재로 대통령 헌법개정안 발의를 관철해 야당의 거센 비판을 산 것이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조 수석을 언급한 뒤 “언젠가 이런 사고를 칠 줄 알았다. 처음이 아니다. 권력기관 개편안을 들고 나와 혼자 (발표)하더니 국민을 상대로 개헌안을 교육시켰다”며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비서다. 법무부 장관이,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을 일개 비서가 나서서 설쳐대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의 비서가 보낸 개헌안을 검토할 수 없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한 헌법 전문가 역시 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는 헌법 개정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했다. 당시 발표자로 조국 민정수석이 나왔는데 이런 것들이 파격적”이라며 “하나의 이유로 개헌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기 말에 개헌을 시도했다면 차기 대선주자 등이 반발해 마찬가지로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부의 개헌 역시 4년 연임제가 발목을 잡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4년 연임제를 띄우자,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장기 집권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내용을 들여다보면 권력을 나누겠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축을 다시 짜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이재명의 푸틴식 장기 집권 개헌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며 “지난번에는 중임제를 얘기하더니 (이 후보가) 슬쩍 끼워 넣은 연임 두 글자에 푸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임은 단 한 번의 재선 기회만 허용하며 8년을 못 넘기지만 연임은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혹세무민의 단어”라며 “푸틴이 바로 이 연임 규정으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개헌을 위한 개헌? “음모론에 가까워” ‘4년 연임제’ 국정과제서 제외 가능성도 대선이 끝난 후에는 “이재명 50년 장기 집권”이라는 공세도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4일 대선 결과에 대해 “우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은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악법을 밀어붙이고 보수 궤멸을 통한 50년 장기 집권을 획책할 것인데, 야당으로서 하루 빨리 전열을 정비해 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이 ‘장기 집권 노림수’라는 군불을 땔 때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우리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이 없다는 게 현 헌법 부칙에 명시돼있다”며 임기 연장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며 겪었던 고난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이정부가 헌법 제128조 제2항까지 뜯어고칠 것이란 의혹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일부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국민의 뜻’ ‘국민주권정부의 희망 사항’ 등을 핑계로 4년 중임제를 현 정부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장기 집권 의혹에 부채질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단순 음모론”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헌법학자 역시 “일각에서 그런 주장이 나온다지만 (이 대통령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것을 뭐 하려고 시도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개헌 시기에도 눈길이 쏠린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빠르면 2026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임기 내에 개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70%를 넘기고, 개헌 정족수인 200석을 여당이 확보해야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힘을 받는다.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0%대를 웃돌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개헌을 띄웠을 때 지지율도 마찬가지로 60%대였던 만큼 적어도 국민 7할을 편으로 두어야 개헌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 야당과의 협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180석에 그치는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개헌 저지선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4년 연임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 첫발을 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4년 연임제 논의가 개헌안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4년 연임제는 국정과제가 대통령실과 총리실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 권한과 직결돼 논쟁의 여지가 큰 데다가 여야는 물론 국민과의 합의도 충분히 이뤄어지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안에 대해 국정위는 “아직 어떤 사안도 결정된 바 없다”고 알렸다. 연임 논란 이대로 패스? 신평 변호사는 와의 통화에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관해서는 전 국민 합의가 거의 이뤄진 상태”라면서도 “이번 개헌은 추진되고 유종의 성과를 거두리라 본다. 여야 합의가 중요한 부분인데 정부 내에서 개헌 추진 위원회를 만들고 헌법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현실적인 개헌 작업을 실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 역량을 가진 곳은 국회가 아니라 정부다. 정부가 단단히 뒷받침해줘야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