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소녀 티 벗은 '소시 출신' 권유리

물오른 연기력 ‘배우를 훔치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유리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가수가 된 지 15년 차다. 소녀시대의 일원으로 한류 흐름의 중심에 있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정점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별의 빛이 영원하지는 않은 법. 결국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유리는 10년 전부터 배우의 문을 두드렸다. 혼자만의 힘으로 배우에 도전했지만, 그 빛의 힘은 가수로서의 그것에 미치지는 못했다. 얼마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했을까. 배우가 된 지 10년, 드디어 오랜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초등학생 5학년, 12세 어린 소녀는 대형기획사의 연습생이 된다. 먹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대화도, 심지어 고된 훈련에 대한 어리광마저 사치일 정도로 고되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획사 연습생
어리광도 사치

국내 아이돌 업계에서, 아울러 한국에서 아이돌을 가장 잘 기획하는 회사에서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상상조차 어려운 경쟁을 뚫을 순 없다. 아무리 예쁘고 누구나 혹할만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해도 ‘1만 시간의 법칙’에 상응하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태우고 발화하는 별처럼, 대중의 눈에 보이는 연예계 스타들은 각고의 고통을 견뎌내야만 카메라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다. 무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던 15세 유리도 혹독한 트레이닝과 다투고 이겨냈다. 그리고 누군가는 수능을 준비하던 19세에 소녀시대로 한국 가요계에 혜성처럼 입성한다.

데뷔곡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다시 만난 세계’ ‘Kissing you(키싱 유)’ ‘소원을 말해봐’ ‘Oh!’(오!) ‘Run Devil Run’(런 데빌 런) 등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을 뒤흔드는 명곡과 함께 우뚝 선다. 


SES와 핑클에 이어 그야말로 아이돌 2세대의 최정점에 있었다. 누구도 쉽게 경험하지 못할 위치를 10년간 고수했다. 올라가기보다 어렵다는 1위 유지를 10년 넘게 했다. 그 안에서 유리도 20대를 거치며 성장통을 겪었다.

아무리 최정점에 있다고 하더라도 소녀시대가 평생 먹거리를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아이돌의 생명이 그리 길지 않아서다.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대중의 욕망을 소녀시대가 전부 채워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남녀를 막론하고 7년이면 뿔뿔이 흩어지는 ‘7년 차 징크스’를 못 넘기는 아이돌이 허다하지 않은가.

그마저도 극복한 소녀시대지만, 결국 멤버 개개인은 솔로든 예능이든 연기든 다음 행선지가 필요했다. 

연습생에게 연기도 가르친다는 SM엔터테인먼트의 트레이닝을 받은 그는 자연스럽게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한다. 스타라고 해서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KBS2 <스타 인생극장>에서는 다른 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학업에 열중하다 못해 교수에게 칭찬받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소녀시대 내에서 솔로 활동을 하기도 했고, 각종 예능에서 매력을 뽐낸 그다. 팬들로부터 끼를 잘 부린다고 해 ‘깝율’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건강미 있는 몸매로 섹시함을 과시하면서 ‘율란하다’는 신조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했지만, 유리의 마음은 연기자로 향하고 있었다. 연극의 메카인 혜화동을 오고 가며 봤던 연극에 자극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고, 언젠가 연기자로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영과 무술, 승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키웠다. 

MBN 드라마 <보쌈> 화인옹주 열연
시청률 9.8% 주역 ‘그 유리 맞아?’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12년 SBS <패션왕>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섰다. 이전에도 작게나마 연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극은 처음이었다. 데뷔 치고 혹평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소녀시대라는 이름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있는 결과였다.

그래도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으려 했다. 

영화 <노브레싱>을 비롯해 웹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OCN <동네의 영웅>, SBS <피고인>, MBC <대장금이 보고 있다>, 넷플릭스 <마음의 소리 리부트2> 웹드라마 <이별유예, 일주일>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았다.

작품 활동에 비해 대중의 각인이 된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연기자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만이 그를 위로했을 뿐이다.

배우가 된 지 10년, 권유리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자신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MBN <보쌈: 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를 통해서다. 여배우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권석장 PD의 작품이다. 

<파스타>의 공효진, <마이 프린세스>의 김태희, <골든타임> 황정음, <미스코리아> 이연희 등 다소 모호한 평가를 받고 있던 연기자들이 권석장 PD의 손을 거쳐 배우로 거듭났다. 그를 거친 배우들은 연기력이 날로 성장했다. 여배우의 연기력 논란은 권 PD의 작품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듯 여배우에 대한 특별한 안목을 가진 권 PD는 권유리를 선택했다. 후궁의 딸 옹주에서 이름 모를 시정잡배에게 보쌈을 당한 뒤 온갖 고초를 겪었음에도,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능동적으로 삶을 대하는 수경의 얼굴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이라 해도 무방한 가요계에서 꿋꿋하게 버틴 삶이 거장의 눈에 비췄나 보다. 

대본을 읽고 수경의 삶에 감동한 권유리는 장면마다 진심으로 연기했다. 글을 보고 느낀 감동을 시청자들도 느꼈으면 하는 욕망이 작동했다. 

거장 눈에 띈
단단한 내공

“처음에 대본을 읽고 갖은 고초와 고난 앞에 반응하는 수경의 방식이 매력적이었어요.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을뿐더러 위엄도 있었죠. 삶에 있어서 능동적인 부분에 매료됐어요. 수경을 닮고 싶었어요. 권유리가 수경이라는 사람을 거울삼아 극대화해서 표현할 수 있을까에 고민했어요.”

워낙 오랜 기간 인기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주체성을 발휘하기보단 주위의 시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익숙했을 테다. 법은 물론이고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것에 누구보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그를 조여왔을 수 있다. 그런 권유리에게 수경이란 인물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보쌈>에서 수경은 광해군(김태우 분)과 후궁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화인옹주다. 궁에서 지내던 시절부터 이대엽(신현수 분)을 좋아했으나, 시아버지 이이첨(이재용 분)과 광해군의 정치적 밀약으로 그의 형과 혼약을 맺는다. 그 혼약이 기구한 삶의 시발점이 된다. 신혼 첫날밤도 치르기도 전에 남편이 죽고 과부가 된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조선의 건달이나 다름없는 바우(정일우 분)가 다른 여인 대신 실수로 화인옹주를 보쌈한다. 바우를 설득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어쩐 일인지 바우는 약속을 어긴다. 진실을 추궁하자 돌아온 대답은 “이미 당신은 죽었다”는 것. 

화인옹주가 없어지자 이이첨은 장례를 치른다.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반정을 노리는 그에게 화인옹주는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경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평생 겪어보지 못한 고초에 시달린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희생을 통해 이겨낸다. <보쌈>은 이때부터 수경의 성장 드라마로 변주한다.

“제가 수경이 매력 있고 멋지다고 생각한 지점은 수경이라는 인물이 타고난 성품이 정말 좋아서예요. 옹주임에도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수직적이지 않고, 주위를 다 돌봐요. 자신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의 안위를 더 걱정해주는 올곧은 성품이죠. 마음도 따뜻하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늘 멋있게 이겨내요. 이타적인 방식으로요. 그렇다고 불의 앞에서 결코 주눅 들지도 않아요. 당차고 할 말도 다 하고요. 원수나 다름없는 좌의정과 다시 만난 장면에서 심리적 복수를 하는데요. 개인적으론 가장 통쾌했어요. 예의를 갖추면서 싸우는 모습이 단단하게 느껴졌어요.”

배려와 희생
쏟아진 호평


수경은 왕가의 출신으로 늘 용모를 단정히 할 뿐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중심이 명확한 여인이다. 아무리 자신을 괴롭히는 이가 있다 해도 마음으로 먼저 이해하려 한다. 불의에는 분명히 맞선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조선시대의 인격화’라는 피드백을 남기기도 했다. 조선시대가 사람이 됐다면 수경이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극 중에 그런 대사가 있어요. ‘내가 죽어 없어져야 모든 이가 편해진다’라고요. 온 나라의 국민과 나라가 편해질 수 있다면 죽음도 각오하는 여자예요. ‘내가 과연 저 정도의 대사를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그렇게 단단한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이 작품이 끝날 무렵엔 수경이 내 안에 들어와 있기를 희망했어요.”

캐릭터와 그 인물은 연기한 배우의 능력치를 수치화해서 비교할 수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수경을 훌륭히 표현해냈다. 권유리에게도 수경이 가진 단단한 내공이 없었다면, 부족한 부분이 아마 시청자의 눈에 다 드러나지 않았을까. 배우를 두고 인물을 담는 그릇이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니 말이다.

호평이 쏟아지는 건 수경을 담는 그릇으로 권유리의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저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수경이 옹주였던만큼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았을 거예요. 누구보다 빨리 성숙해져야 했겠죠. 저 역시도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 단체생활을 했어요. 열두 살부터 연습생이었고, 열아홉에 데뷔하면서 작은 사회를 또래보다 빨리 경험했어요. 15년 넘게 팀원들과 앨범을 내고 활동을 했고요. 수경이가 감내해야 했던 것들을 저도 소녀시대 경험을 하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서로서로 배려해줘야만 밸런스를 잡는다는 걸 비교적 어린 나이에 터득했거든요. 그런 지점이 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매 순간 당당하고 멋진 옹주, 닮고 싶다”
“고통 감내하며 연기, 궁금한 배우되겠다”

아이돌로서의 탄탄해진 마음의 힘과 배우로서 능력을 키우고자 한 노력이 대중의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매력적인 인물을 훌륭히 표현한 결과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내가 알던 유리가 맞냐”면서 연기력을 극찬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났다.

뼈가 부서져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한 노력이 감동으로 전달된 덕이다. 0%대 시청률을 전전하던 MBN 드라마는 9.8%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냈다. MBN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보쌈> 같은 좋은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결과까지 좋아서 정말 기뻐요. 좋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저에게도 좋은 의미의 자극이 됐어요. 사실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어요. 첫 촬영까지 하루에도 5번은 고민했어요. ‘괜한 도전을 한 게 아닐까?’하고요. 그래도 용기 내서 도전했는데, ‘연기 잘 한다’는 피드백을 받다 보니까 계속 더 용기를 내서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대중에 배우로서 진정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고호의 별의 빛나는 밤에> 조수원 PD를 비롯해 그의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관계자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연기에 도전 중인 소녀시대 멤버들은 언제나 그를 응원했다. 주위의 응원과 스스로 일궈낸 성취가 자신감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수경이라는 캐릭터가 저한테 준 긍정적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나면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수경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다가 바우를 만나고 비로소 수경이라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잖아요. 연기하면서 ‘나 역시 수경처럼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성찰을 했어요. 수경처럼 용감해지려고 늘 굳게 각오를 했어요. 그런 면에서 성장한 것 같아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한 권유리는 여전히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려한 미모는 주인공을 하기에 손색없으며, 연기력도 충분히 갖춰졌다. <보쌈>에서의 활약상 이후 수많은 제작자가 그와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손을 내밀고 있다.

거듭한 성찰
커다란 성장

“데뷔할 때만 해도 대사가 많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고 연기했던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인물에 대한 공감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요. <보쌈> 이후에 감사하게도 많은 작품 제안이 들어왔어요. 머지않은 시일 내에 작품으로 만나면 좋겠어요. 언제나 그랬듯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연기할 생각이에요. 늘 다른 매력을 보이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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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