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서의 일이다. 개표 결과 박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432표 앞섰으나, 이 후보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2884표를 얻어 2452표 차이로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후보에 당선됐다.
당시 적극적이지는 않았으나 박 후보 당선을 위해 일조했던 필자는 전당대회 이전부터 동 선거 결과를 어렴풋이 예견했다.
이른바 ‘역선택의 함정’과 관련해서다. 그 뿌리는 5년 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당시 정몽준,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월드컵을 유치하고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정 후보. 대권에 도전했던 그에게 노 후보는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가 당선 된 데에는 역선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영남, 특히 대구와 경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걸려온 여론 조사의 경우 절대 다수가 노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그들이 노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명백했다. 그들은 정 후보와 노 후보를 평가한 게 아니라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즉 이 이후보 당선을 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판단한 노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결과였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출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를 살펴보자. 동 선거 결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경쟁 후보들을 크게 앞지르며 1위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당원투표 5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된 경선에서 이 전 위원은 41%를 득표해 종합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2위에 오른 나경원 전 의원은 29%를 얻었다. 이 전 위원이 나 전 의원을 12%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컷오프를 통과한 다른 세 사람은 제쳐두고, 이 두 사람의 득표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자.
당원 여론조사에서 이 전 위원은 31%, 나 전 의원은 32%를 획득했다. 반면 일반 국민 여론 조사에서 이 전 위원은 51%, 나 전 의원은 26%를 득표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당원투표에서는 앞섰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뒤져 2위를 차지했다.
어떻게 살피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선 결과’와 흡사하게 보인다. 아울러 이 전 위원의 1위에 대해 일부에서 역선택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본선에서도 역선택 방지를 위해 예비경선에서 실시했던,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조사 대상으로 한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전화상으로 지지층과 무당층을 어떻게 가려낼지도 미지수지만 국민의힘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작금에 보인 소위 ‘이준석 돌풍’은 역선택과 하등 관계없다고 판단한다. 역선택은 상기에서 실례를 들었지만 자당의 당 대표 선출이 아닌 외부의 경쟁상대가 존재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 경선에서 발생한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과 당원들의 생각이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는, 결국 국민의힘이 아직도 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덧붙인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데 무슨 이유로 국민들을 귀찮게 하느냐고, 그냥 집안 일로 끝내라는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