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투기? 투자?' 대기업 알짜 농업법인 대해부

합법적인 돈 묻고 돈 먹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기업들이 앞다퉈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은 오래전부터 '투기의 장'으로 유명했다. 이 외에도 절세, 대출에 용이하다는 점은 대기업들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베일에 싸여있는 농업회사법인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농업회사법인의 투기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매매, 토지개발이 엄연한 불법임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인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3년 주기로 실시하는 실태조사도 농업인 스스로 하는 등 감시 사각지대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뻥튀기' 빈번
사각지대

지난 18일 금융당국 및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신도시 3곳 필지와 산업단지 예정부지 290억원어치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투기로 문제된 대한영농영림은 감사보고서에 법상으로 금지된 '토지개발업 및 부동산매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법인에 대해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제시했던 한서회계법인은 지난 4일 돌연 '의견 거절'로 정정했다. 감사인은 "회사의 부동산매매와 관련된 활동이 농어업겸영체법에 따른 경작 여부, 부대사업 범위에 해당하는지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준거법령 위반사항은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불법행위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영농목적이 아닌 시세차익을 위한 부동산매입이 전혀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농식품부가 밝힌 '2019년 기준 농업회사법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실질운영 중인 활동 법인은 총 2만3315개소로 나타났다. 영농목적으로 설립이 가능한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인 1명 이상이 주주로 참여하고 농업인 출자액이 전체의 10% 이상이어야 한다.

농업회사법인이 영농활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실태조사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업겸영체법에 따라 각 지자체가 조합원·출자, 사업범위, 경작유무 등을 3년 주기로 점검하지만 농업인이 스스로 작성해 제출하는 식에 그친다.

부동산개발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지자체 공무원을 속일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투기 등 목적외 사업을 한 것이 드러나더라도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도 불가능하다. 오직 법원에 해산명령 청구만 가능한데 이 또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세액 납부자료나 부동산거래 자료를 관계부처를 통해 받아 면밀한 검토를 하려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절세·대출에 용이…너도나도 농지로
영업정지·과징금 불가…정부도 답답

이런 상황에 앞다퉈 이뤄지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농업회사법인 설립도 눈길을 끈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 사례로 유명한 곳은 현대건설의 서산간척지와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

이 두 곳은 1970년대 중동 건설 수주가 줄어들자 위기에 노출된 대형건설사들의 건설장비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자본 유치'와 '농지조성을 통한 쌀 생산'을 명분으로 추진됐다.

현대건설은 1979년 서산 A·B 지구 간척지의 매립면허를 받아 1982년에 B지구 물막이를, 1984년에 A지구 물막이를 완료했다. 이 때 동원된 폐유조선 공법이 언론에 신화로 회자된다.

당시 현대는 "정주영 회장의 신화와 더불어 이곳이 단일경영규모로는 세계 최대이고, 선진 과학영농으로 50만명이 1년간 먹을 쌀을 생산한다"고 홍보했다. 매립 후 이 지역은 염분제거와 경지정리 후 1985년 시험영농에 들어가 10년만인 1995년 농림수산부로부터 농지 준공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는 애초 논으로 조성키로 한 서산 B지구를 밭으로 변경해달라고 끈질기게 정부에 요구해왔다. 2000년 부도사태를 맞은 현대건설은 경영안정을 위해 간척지를 담보로 토지공사로부터 수천억원을 차입하고 일부를 일반인과 농어민들에게 팔았다.

이후 지속적인 타용도 전용 시도가 성공하면서 2005년 정부로부터 간척지 상당 부분이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2008년에는 바이오웰빙특구로 지정됐다. 

결국 농업용으로 허가받은 현대간척지는 현대 재벌가 내에서 주인이 바뀌며 대부분 산업용 등 타용도로 활용되거나 매각됐고, 일부만 현대서산농장이 직영하고 있다.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도 농지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받아 1991년에 매립지를 준공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쓰레기 매립장, 복합화력발전소, 하수처리장 등으로 용도 변경됐다. 동아건설은 나머지 땅에 대해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용도 변경을 시도했다.

앞다퉈
진출 왜?

1998년 IMF 위기때 부도에 몰린 동아건설은 외자 유치를 내세우며 마이클 잭슨, 갑부인 사우디 왕자 등을 내세워 대대적인 용도 변경 공세를 폈지만, 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결국 김포매립지는 동아건설의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1999년 5월 농어촌공사에 매각됐다가 다시 LH와 인천시 등에 넘어가 도시용지, 산업용지로 전용됐다.

동부그룹의 동부팜한농은 원래 1953년 한국농약으로 출발했으며, 농약·비료·종자·동물약품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농자재 회사였다.

2009년에는 자회사인 동부그린바이오(새만금팜)가 새만금간척지 대규모농어업회사 사업자로 선정됐고, 2010년에는 동화청과를, 2011년에는 천적곤충기업인 세실을 비롯해 동호제약, 대농종묘, 가야를 인수했다.

동부팜한농은 2012년 몬산토코리아로부터 영업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몬산토코리아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국내 종자업계 1위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를 인수한 세미니스코리아를 인수했었다.

특히 2012년에는 동부팜화옹이 경기도 화옹간척지 내에 일부 정부 지원을 받아 15ha규모의 첨단유리온실 단지를 건립했다가 농민들의 반발로 2013년 포기를 선언했고, 유리온실을 우일팜에 팔았다.

동부팜한농은 우여곡절 끝에 동부그룹이 부도위기를 맞자 LG화학에 매각돼 '팜한농'으로 출발했다.

동부팜을 인수한 LG가 농업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학교법인 연암학원을 설립하고 이듬해 연암대학의 전신인 연암축산고등기술학교(축산과)를 개교하면서부터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1995년 은퇴 후 천안 연암대 인근 농장에서 머물며 버섯 재배와 된장 등을 취급하는 수향식품을 운영했다. LG그룹은 2006년 리조트와 수목원에 조경수를 공급하는 농업회사법인 곤지암원예원을 설립하고, 같은 해부터 곤지암 화담숲을 조성, 2013년 개장했다.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 시도는 정보통신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카카오는 2015년 KAIST 출신들이 만든 식물공장 업체인 '만나씨이에이'의 지분 약 33%를 인수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만나씨이에이가 생산하는 품목은 바질 같은 외래종 채소류다.

농민 구역
침해 논란도

이 업체는 다시 '팜잇'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으로 공유농장이라는 사업모델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카카오의 행보는 농민들과 중소상인들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노루표페인트로 잘 알려진 노루그룹도 2014년 자본금 100억원을 들여 노루기반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농업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노루그룹 산하에는 농산물 유통·가공·판매와 영농 자재를 생산·공급하는 더기반이 있고, 노루지에스는 무인기 기술,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이용한 정밀 농업 분야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LG 유플러스 등 3사도 모바일 원격제어시스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G는 2011년 인삼과 한약재 재배를 주력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 예본농원을 설립했으나 실적이 없이 2014년 청산했다. 대성그룹의 경우 2012년 고구마와 감자를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굿가든과 굿랜드를 세웠다가 2013년 굿가든으로 흡수합병했다.

녹차브랜드 '설록차' '오설록'의 아모레퍼시픽은 1979년 제주도에 진출해 190ha규모로 녹차를 재배하면서 공장과 박물관까지 운영하고 있다. SK임업은 1972년 서해개발 주식회사로 시작해 천안, 충주, 영동 등에 조림지를 보유하고 조림, 조경, 임산물 사업을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농업회사법인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토지 투자에 가장 걸림돌 중 하나인 농지 취득 자격 제한을 받지 않고 ▲취득세나 종부세 등 세금을 회피할 수 있으며 ▲정책자금 등을 통해 대출을 받기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농업회사법인이 땅 투기 수단으로 널리 쓰이게 된 건 오래전부터"라며 "농업활동을 하는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은 많은 데다 '편법'이긴 하지만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유명 그룹 정보통신업계도 합류
총수가 앞장서…본질은 이윤추구?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세금이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농업활동을 목적으로 농지를 매매할 경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있기 때문에 개인 명의로 사들이는 것보다 절세효과가 크고 대출 면에서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농업회사법인은 영농·유통·가공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의 100분의 50을, 과세기준일 현재 해당 용도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의 100분의 50을 각각 2023년 12월 31일까지 경감한다.

상속이나 증여에도 농업회사법인은 뛰어난 절세 수단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법규상 개인 명의로 보유한 땅을 농업회사법인으로 넘기는 현물출자를 하는 경우 땅을 궁극적으로 판 게 아니라고 간주해 농업회사법인이 처분할 때까지 양도세를 유예할 수 있고, 현물출자를 통해 농업회사법인은 취득세 비용도 발생하지 않아 취득 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대출 형태로 법인 대주주나 그가 소유한 기업이 고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여럿이다.

신도시 개발 지구에 다수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 농업회사법인의 지난해 자산은 330억원인데, 부채는 266억원이다. 이 농업회사법인은 두 회사로부터 각각 연리 5.0%로 118억원, 연리 5.6%로 125억원을 각각 빌렸다.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두 회사 중 한 곳의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역농·축협에 16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조건은 각각 연리 3.88%와 4.24%다. 경제민주주의21 관계자는 "과도하게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 형태로 매각 차익을 미리 선취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 
여러 개

조사 결과 농업회사법인을 한 사람이 여러 개 가진 경우도 있다. 서울 테헤란로에 세워진 2017년과 2018년 각각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두 곳은 대표이사가 동일하다. 이렇게 농업회사를 쪼개면 외부감사기준인 자산 100억원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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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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