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예능의 신' 스타PD 나영석의 '내일'

"아직 관찰 강세" 그리고 생짜 코미디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유재석과 강호동. 예능 MC계의 두 거장이 있었던 만큼 예능 PD계에도 두 거장이 있다. tvN 나영석 PD와 MBC 김태호 PD가 그 인물이다. 국내 예능사에 깊이 남을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왔던 터라 누구 한 명이 더 뛰어나다고 하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두 PD의 공통점은 예능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는 것이다. 기획부터 섭외 등 다양한 부분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나영석 PD는 다시 한번 도전의 문턱에 섰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요즘 말로 '억지 텐션'을 끌어모아서 재미없는 것도 웃어주거나, 합을 맞춘 것임에도 마치 진짜로 속은 것처럼 연기하는 패턴이 시청자들에 읽혀서다. 

진짜로?
억지 텐션

요즘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린 것이 드러나는 예능 프로그램은 외면을 당한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티가 고스란히 전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30세의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다큐멘터리형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가 된 PD 중 한 명이 나영석 PD다. KBS2 <1박2일> 시절 나 PD는 출연진에게 가혹한 미션을 전달하면서 '출연진 VS 제작진' 구도로 긴장감을 만들었다. 

실제로 점심을 주지 않기도 했고, 게임에 패배하면 저녁조차 초라한 반찬을 제공했다. <1박2일>을 거쳐간 출연진은 제작진의 혹사에 당하지 않기 위해 몰래 음식을 챙겨오는 등 잔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전파를 탔다.


출연진과 제작진 구도에서 꼭 제작진이 승리한 것도 아니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 밤, 잠자리를 걸고 한 게임에서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모든 제작진이 실외 취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5억원에 육박하는 자동차를 건 게임에서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나 PD가 직접 무릎을 꿇는 일도 있었다. 

출연진과 실제로 벌이는 승부에서 리얼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1박2일>에 이어 <신서유기>까지 흥행 요소 중 하나는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의 치열한 수 싸움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대결구도는 나 PD의 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PD는 꾸준히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왔다. <1박2일> 이후 배우들을 캐스팅한 tvN <꽃보다 할배>를 주축으로 여행 예능의 시대를 열었고, tvN <강식당>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통해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네이버tv를 통해 첫 공개한 <신서유기>로는 웹 예능의 기반을 닦았으며,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통해서는 이른바 유튜브 예능 전성기의 중심에 있다. 

MC로 나선 '출장 십오야' 콘텐츠 평가 10위
"유재석이라면 과연 어떻게 진행했을까요?"

그런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MC의 영역이다. <신서유기>에서 갈고 닦은 게임 진행 능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을 론칭한 것. 웹 예능 '출장 십오야'가 그것이다. 본격적으로 MC 롤을 맡기로 한 셈이다. 

시작은 배우 유연석 덕분이었다. 후배인 신효정 PD와 아이템 기획 회의를 하던 중 유연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이 캠핑을 가는데, <신서유기>류의 게임을 해달라는 게 요지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밌겠는데'였다. 


"연석이한테 전화가 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연석이도 그렇고, 드라마 팀이나 조정석도 잘 알아서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은 이벤트성으로 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괜찮더라고요. 제작진과 협의해서 '이거 확장해서 해보자'고 정했죠."

그렇게 '출장 십오야'가 탄생했다. 출연진에는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숙제만 주어진다.

유희열 대표를 비롯한 안테나 뮤직의 아티스트들, 이말년‧주호민‧김풍‧이용범 작가의 웹툰 작가들, 정종연, 이진주, 김민석, 유호진, 이태경, 박희연 PD 등 CJ ENM 소속 PD들,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tvN <빈센조>팀,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BTS까지 만났다.

국내에서 최고의 스타들을 섭외하는 데 엄청난 역량을 발휘한 나 PD의 능력이 '출장 십오야'에서도 발휘된 것. 

최종적으로는 배우 이병헌이 수장으로 있는 BH엔터테인먼트 소속 한효주, 한지민, 박해수, 김고은, 이진욱 등 배우들과 만났다. 

예능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나 PD는 빼어난 진행 능력이 돋보인다. 출연자들의 텐션을 적정한 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은 물론, 특유의 단호한 게임 진행 능력이 빛을 발한다. 

심지어 친분이 거의 없는 웹툰 작가팀과 <빈센조>팀을 만났을 때도 나 PD의 진행 능력은 그 어떤 MC 못지않다. 다양한 게임을 준비해오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어떻게 재미를 뽑아내는지에 대한 감도 탁월하다. 

탁월한
방송감

몇 차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빠르게 파악하고, 약점을 파고든다. 게임에 취약한 BTS 지민을 상대로 여유로운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땡'을 외치는 장면은 백미다. 방송인 겸 PD의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제가 플레이어로서 나오는 것에 처음에는 고민이 없었어요. 다 아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부터, 안테나 뮤직도 유희열 대표와는 가까운 사이었고요. PD들은 더 편한 사람들이고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편하고 부담이 덜하거든요."

새로운 기획과 더불어 안정적인 진행 덕분이었을까, '출장 십오야'는 불과 5편 만에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J ENM 제공) 집계에서 종합 10위에 진입했다. 한 주 전보다 무려 17계단이나 오른 기록이다. 

<빈센조>편은 무려 16명의 배우를 상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전문 MC가 아닌 나 PD에겐 매우 어려운 난이도의 숙제였다. 그럼에도 모든 장면이 명장면에 가까웠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등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제가 진행을 잘했다고 여겨진다면, 아마 그건 한정된 영역이라서 그럴 거예요. <신서유기>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외부에 나가서 하는 거라서, 사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MC라고 지칭하기엔 부족하죠. MC는 여러 분야의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건데, 제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에요. 잠깐의 외도로만 즐겨주시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 친분이 깊지 않은 웹툰 작가들과 <빈센조>, BTS와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나 PD는 BTS 촬영을 앞두고 "'만약 유재석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만 하다 잠이 들었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MC 겸 PD
"힘들어요"

"이게 지인만 갈 수는 없으니까 점점 확장됐어요. 아는 사람이 있는 필드에 마실 나가듯 나가보자는 게 저희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르는 판에도 가게 된 거죠. 자연스럽게 확장이 됐는데, 지금은 매우 불편해요. 사실 진행 롤을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걸 언제 그만둘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나 PD에 따르면 '출장 십오야'의 선물은 대부분 제작진이 구입한다. 맥주와 치킨 등만 PPL이다. PPL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PD 중 한 명일 뿐 아니라, 브랜드명을 게임의 도구로 사용한 것도 그가 최초다. 최근 '출장 십오야'에서 맥주를 따르는 장면을 매우 깔끔하게 삽입한 것도 나 PD 사단의 센스다. 

"아무래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출장 십오야'에서 선물로 활용되는 것들은 다 저희가 사는 것이에요. PPL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으면 좋을 텐데요. 아무래도 유튜브 콘텐츠는 광고를 활용하는 부분에서 제한이 덜하니까 편하게 하는 편이에요. 더 많은 광고를 유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맞습니다."


<신서유기>를 통해 네이버tv로 예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고, '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를 통해 유튜브 스핀오프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TV PD가 뉴미디어에도 손을 뻗친 것. '출장 십오야' 외에도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 '마포멋쟁이' '이식당' '라끼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에 가장 선구자적인 행보를 보인 그다. 

"사실 그런 류의 플랫폼을 잘 몰라서 시작하게 된 게 많아요. 잘 모르니까 오히려 공부하기 위해서 시작한 거죠. 새로운 미디어가 출발하게 되면, 올드 미디어와는 자연스러운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건 뉴미디어와 올드 미디어 간의 시청층이 다르다는 거예요. 뉴미디어는 취향에 특화돼있다면, 올드 미디어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작품을 원하는 거 같아요. 새로운 플랫폼은 계속 배우려고 해요."

유튜브 꽉 잡은 나 PD, OTT도 도전
새 예능 <스프링캠프> 벌써부터 화제

나영석 PD는 CJ ENM과 JTBC의 합작 법인인 티빙에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했다. 제목은 <스프링캠프>다. <신서유기>의 멤버들의 캠핑생활을 관찰 예능 형태로 찍는 셈이다. 

"<신서유기> 멤버들이 봄 소풍을 떠나는 콘셉트예요. OTT가 미래 대세 플랫폼이기 때문에 관심이 생겨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의 새로운 도전의 패턴 중 하나는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다. tvN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꽃보다> 시리즈는 나 PD의 주 무기였던 여행 예능을 색다르게 바꾼 것이었다. <윤식당>의 경우에는 새로운 포맷에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와 같은 익숙한 얼굴을 캐스팅했다.

콘텐츠가 새로워지면 인물을 익숙하게 넣고, 콘텐츠에 큰 변화가 없으면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스프링캠프>는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이기 때문에 익숙한 인물을 배치했다.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 규현, 피오, 송민호, 안재현이다. <신서유기>를 통해 오랫동안 합을 맞춘 예능인들이 캠핑을 통해 편안한 모습을 그린다는 게 <스프링캠프>의 기획 의도다.

"<신서유기>를 하면 어디 가서 게임을 통해 왁자지껄하면서 노는데, 새로운 플랫폼으로 왔으니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그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캠핑이라는 틀 안에서 <신서유기> 멤버들의 편안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들었어요."

OTT는 기존의 TV 매체와는 다른 결을 지닌다. TV는 매주 시청률을 통해 결과를 얻는 데 반해 OTT는 오랫동안 저장되면서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형태의 플랫폼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인 셈이다.

"PD는 모두 시청률의 노예예요. 하하. 거기에 얽매여서 조마조마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청률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티빙이라는 플랫폼은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지금 당장 볼 수도 있지만, 1~2년 지나서도 즐길 수 있어요. <스프링캠프> 같은 편안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언제든 들어와서 보고 대리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어요."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버라이어티가 활성화됐고, <아빠 어디가>를 통해 관찰·여행 예능이 붐을 일었다. 트로트가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면서, 현재 방송가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채 진행되고 있다.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꿀 다음 장르는 어디가 될지 물어봤다.

아이템 혼재
다음 장르는?

"그런 걸 예상하기란 사실 쉽지 않죠. 각자 PD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장르를 해요. 거기서 우연히 터지기도 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방송 전체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버라이어티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관찰 장르가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강세인데요. 훨씬 더 많아지고 확장될 것 같아요. 또 반대로 유튜브를 보면 한동안 잊혀진 생짜 코미디도 인기가 많아요. 트렌드가 돌고 도는 거니까, 코미디가 들이닥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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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