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예능의 신' 스타PD 나영석의 '내일'

"아직 관찰 강세" 그리고 생짜 코미디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유재석과 강호동. 예능 MC계의 두 거장이 있었던 만큼 예능 PD계에도 두 거장이 있다. tvN 나영석 PD와 MBC 김태호 PD가 그 인물이다. 국내 예능사에 깊이 남을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왔던 터라 누구 한 명이 더 뛰어나다고 하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두 PD의 공통점은 예능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는 것이다. 기획부터 섭외 등 다양한 부분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나영석 PD는 다시 한번 도전의 문턱에 섰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요즘 말로 '억지 텐션'을 끌어모아서 재미없는 것도 웃어주거나, 합을 맞춘 것임에도 마치 진짜로 속은 것처럼 연기하는 패턴이 시청자들에 읽혀서다. 

진짜로?
억지 텐션

요즘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린 것이 드러나는 예능 프로그램은 외면을 당한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티가 고스란히 전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30세의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다큐멘터리형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가 된 PD 중 한 명이 나영석 PD다. KBS2 <1박2일> 시절 나 PD는 출연진에게 가혹한 미션을 전달하면서 '출연진 VS 제작진' 구도로 긴장감을 만들었다. 

실제로 점심을 주지 않기도 했고, 게임에 패배하면 저녁조차 초라한 반찬을 제공했다. <1박2일>을 거쳐간 출연진은 제작진의 혹사에 당하지 않기 위해 몰래 음식을 챙겨오는 등 잔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전파를 탔다.


출연진과 제작진 구도에서 꼭 제작진이 승리한 것도 아니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 밤, 잠자리를 걸고 한 게임에서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모든 제작진이 실외 취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5억원에 육박하는 자동차를 건 게임에서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나 PD가 직접 무릎을 꿇는 일도 있었다. 

출연진과 실제로 벌이는 승부에서 리얼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1박2일>에 이어 <신서유기>까지 흥행 요소 중 하나는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의 치열한 수 싸움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대결구도는 나 PD의 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PD는 꾸준히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왔다. <1박2일> 이후 배우들을 캐스팅한 tvN <꽃보다 할배>를 주축으로 여행 예능의 시대를 열었고, tvN <강식당>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통해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네이버tv를 통해 첫 공개한 <신서유기>로는 웹 예능의 기반을 닦았으며,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통해서는 이른바 유튜브 예능 전성기의 중심에 있다. 

MC로 나선 '출장 십오야' 콘텐츠 평가 10위
"유재석이라면 과연 어떻게 진행했을까요?"

그런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MC의 영역이다. <신서유기>에서 갈고 닦은 게임 진행 능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을 론칭한 것. 웹 예능 '출장 십오야'가 그것이다. 본격적으로 MC 롤을 맡기로 한 셈이다. 

시작은 배우 유연석 덕분이었다. 후배인 신효정 PD와 아이템 기획 회의를 하던 중 유연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이 캠핑을 가는데, <신서유기>류의 게임을 해달라는 게 요지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밌겠는데'였다. 


"연석이한테 전화가 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연석이도 그렇고, 드라마 팀이나 조정석도 잘 알아서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은 이벤트성으로 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괜찮더라고요. 제작진과 협의해서 '이거 확장해서 해보자'고 정했죠."

그렇게 '출장 십오야'가 탄생했다. 출연진에는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숙제만 주어진다.

유희열 대표를 비롯한 안테나 뮤직의 아티스트들, 이말년‧주호민‧김풍‧이용범 작가의 웹툰 작가들, 정종연, 이진주, 김민석, 유호진, 이태경, 박희연 PD 등 CJ ENM 소속 PD들,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tvN <빈센조>팀,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BTS까지 만났다.

국내에서 최고의 스타들을 섭외하는 데 엄청난 역량을 발휘한 나 PD의 능력이 '출장 십오야'에서도 발휘된 것. 

최종적으로는 배우 이병헌이 수장으로 있는 BH엔터테인먼트 소속 한효주, 한지민, 박해수, 김고은, 이진욱 등 배우들과 만났다. 

예능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나 PD는 빼어난 진행 능력이 돋보인다. 출연자들의 텐션을 적정한 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은 물론, 특유의 단호한 게임 진행 능력이 빛을 발한다. 

심지어 친분이 거의 없는 웹툰 작가팀과 <빈센조>팀을 만났을 때도 나 PD의 진행 능력은 그 어떤 MC 못지않다. 다양한 게임을 준비해오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어떻게 재미를 뽑아내는지에 대한 감도 탁월하다. 

탁월한
방송감

몇 차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빠르게 파악하고, 약점을 파고든다. 게임에 취약한 BTS 지민을 상대로 여유로운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땡'을 외치는 장면은 백미다. 방송인 겸 PD의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제가 플레이어로서 나오는 것에 처음에는 고민이 없었어요. 다 아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부터, 안테나 뮤직도 유희열 대표와는 가까운 사이었고요. PD들은 더 편한 사람들이고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편하고 부담이 덜하거든요."

새로운 기획과 더불어 안정적인 진행 덕분이었을까, '출장 십오야'는 불과 5편 만에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J ENM 제공) 집계에서 종합 10위에 진입했다. 한 주 전보다 무려 17계단이나 오른 기록이다. 

<빈센조>편은 무려 16명의 배우를 상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전문 MC가 아닌 나 PD에겐 매우 어려운 난이도의 숙제였다. 그럼에도 모든 장면이 명장면에 가까웠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등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제가 진행을 잘했다고 여겨진다면, 아마 그건 한정된 영역이라서 그럴 거예요. <신서유기>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외부에 나가서 하는 거라서, 사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MC라고 지칭하기엔 부족하죠. MC는 여러 분야의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건데, 제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에요. 잠깐의 외도로만 즐겨주시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 친분이 깊지 않은 웹툰 작가들과 <빈센조>, BTS와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나 PD는 BTS 촬영을 앞두고 "'만약 유재석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만 하다 잠이 들었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MC 겸 PD
"힘들어요"

"이게 지인만 갈 수는 없으니까 점점 확장됐어요. 아는 사람이 있는 필드에 마실 나가듯 나가보자는 게 저희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르는 판에도 가게 된 거죠. 자연스럽게 확장이 됐는데, 지금은 매우 불편해요. 사실 진행 롤을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걸 언제 그만둘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나 PD에 따르면 '출장 십오야'의 선물은 대부분 제작진이 구입한다. 맥주와 치킨 등만 PPL이다. PPL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PD 중 한 명일 뿐 아니라, 브랜드명을 게임의 도구로 사용한 것도 그가 최초다. 최근 '출장 십오야'에서 맥주를 따르는 장면을 매우 깔끔하게 삽입한 것도 나 PD 사단의 센스다. 

"아무래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출장 십오야'에서 선물로 활용되는 것들은 다 저희가 사는 것이에요. PPL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으면 좋을 텐데요. 아무래도 유튜브 콘텐츠는 광고를 활용하는 부분에서 제한이 덜하니까 편하게 하는 편이에요. 더 많은 광고를 유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맞습니다."


<신서유기>를 통해 네이버tv로 예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고, '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를 통해 유튜브 스핀오프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TV PD가 뉴미디어에도 손을 뻗친 것. '출장 십오야' 외에도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 '마포멋쟁이' '이식당' '라끼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에 가장 선구자적인 행보를 보인 그다. 

"사실 그런 류의 플랫폼을 잘 몰라서 시작하게 된 게 많아요. 잘 모르니까 오히려 공부하기 위해서 시작한 거죠. 새로운 미디어가 출발하게 되면, 올드 미디어와는 자연스러운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건 뉴미디어와 올드 미디어 간의 시청층이 다르다는 거예요. 뉴미디어는 취향에 특화돼있다면, 올드 미디어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작품을 원하는 거 같아요. 새로운 플랫폼은 계속 배우려고 해요."

유튜브 꽉 잡은 나 PD, OTT도 도전
새 예능 <스프링캠프> 벌써부터 화제

나영석 PD는 CJ ENM과 JTBC의 합작 법인인 티빙에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했다. 제목은 <스프링캠프>다. <신서유기>의 멤버들의 캠핑생활을 관찰 예능 형태로 찍는 셈이다. 

"<신서유기> 멤버들이 봄 소풍을 떠나는 콘셉트예요. OTT가 미래 대세 플랫폼이기 때문에 관심이 생겨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의 새로운 도전의 패턴 중 하나는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다. tvN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꽃보다> 시리즈는 나 PD의 주 무기였던 여행 예능을 색다르게 바꾼 것이었다. <윤식당>의 경우에는 새로운 포맷에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와 같은 익숙한 얼굴을 캐스팅했다.

콘텐츠가 새로워지면 인물을 익숙하게 넣고, 콘텐츠에 큰 변화가 없으면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스프링캠프>는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이기 때문에 익숙한 인물을 배치했다.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 규현, 피오, 송민호, 안재현이다. <신서유기>를 통해 오랫동안 합을 맞춘 예능인들이 캠핑을 통해 편안한 모습을 그린다는 게 <스프링캠프>의 기획 의도다.

"<신서유기>를 하면 어디 가서 게임을 통해 왁자지껄하면서 노는데, 새로운 플랫폼으로 왔으니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그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캠핑이라는 틀 안에서 <신서유기> 멤버들의 편안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들었어요."

OTT는 기존의 TV 매체와는 다른 결을 지닌다. TV는 매주 시청률을 통해 결과를 얻는 데 반해 OTT는 오랫동안 저장되면서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형태의 플랫폼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인 셈이다.

"PD는 모두 시청률의 노예예요. 하하. 거기에 얽매여서 조마조마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청률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티빙이라는 플랫폼은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지금 당장 볼 수도 있지만, 1~2년 지나서도 즐길 수 있어요. <스프링캠프> 같은 편안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언제든 들어와서 보고 대리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어요."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버라이어티가 활성화됐고, <아빠 어디가>를 통해 관찰·여행 예능이 붐을 일었다. 트로트가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면서, 현재 방송가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채 진행되고 있다.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꿀 다음 장르는 어디가 될지 물어봤다.

아이템 혼재
다음 장르는?

"그런 걸 예상하기란 사실 쉽지 않죠. 각자 PD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장르를 해요. 거기서 우연히 터지기도 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방송 전체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버라이어티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관찰 장르가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강세인데요. 훨씬 더 많아지고 확장될 것 같아요. 또 반대로 유튜브를 보면 한동안 잊혀진 생짜 코미디도 인기가 많아요. 트렌드가 돌고 도는 거니까, 코미디가 들이닥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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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