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25년 전 미제' 다시 꺼낸 잠실파출소 경관 피살 사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0:33:15
  • 호수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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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 나간 사이 경찰이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관이 당했다.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경관은 괴한에게 습격해 죽음을 맞이했다. 아무리 경찰이라도 혼자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25년이 지나고도 그의 죽음에 관해 밝혀진 게 없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바로 옆 대로변에는 '잠실1파출소'가 위치했다. 이곳은 경위 직책인 파출소장을 비롯해 경찰관 19명과 방범원 2명 등 모두 21명이 근무했다.

여전히 미궁

당시 서울 대부분의 파출소는 2교대가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1995년 12월부터 3교대 근무 시범 파출소로 선정되며 7명의 근무자가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했다. 사건 당일인 1996년 8월9일 새벽 시간이었다. 경찰청의 '외근경찰관 순찰근무 강화'가 내려진 날이었다.

내근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순찰을 나가야만 했다. 

새벽 5시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정 순경은 1층에서 신음소리를 들었다. 소리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방범원실이었다. 정 순경은 끔찍한 광경을 봤다. 바닥에 부소장이었던 조성호 경사가 피를 흘린 채 신음하고 있었으며 방에 피가 묻어 있었다.


깜짝 놀란 정 순경은 2층으로 곧장 올라가 잠자고 있던 임정종 소장을 깨웠다. 정 순경은 "소장님, 큰일 났습니다. 부소장님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잠에서 깬 임 소장은 1층 방범원실로 내려왔고 조 경사를 곧바로 강남시립병원으로 옮겼다. 조 경사 뒷머리에 난 상처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렸다. 의료진은 급하게 응급처치를 한 뒤 뇌수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 경사는 심폐기능 저하로 이날 오후 4시10분경 사망했다.

부검 결과 피하출혈과 늑골골절이 발견됨에 따라 범인이 2명 이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시 파출소에는 피해자 혼자 근무 중이었고 파출소 2층에는 소장과 경찰 견습생 2명이 자고 있었으나 모두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발견 장소가 근무자들은 사용하지 않는 파출소 내 방범원실이라는 점과 흉기가 소화기 혹은 권총이라는 점, 머리를 20차례 이상 맞은 점을 미뤄 우발적이나 처음부터 살해 의도가 분명했다. 용의자는 조 경사에 대한 원한이나 채무관계에 따른 경찰은 우발적인 범행으로 추정했다.

방범원실서 피 흘린 채 쓰러져
몽타주 배포…수사 제자리걸음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전 경찰서에 갑호비상령을 내렸다. 갑호비상령이란 경찰청장이 대규모 집단사태로 치안 질서가 극도로 혼란해지거나 계엄이 선포되기 전 등의 상황에서 경찰 전원이 비상근무를 명령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령을 말한다. 


범인은 조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리볼버 권총 한 자루와 실탄 3발, 공포탄 2발, 탄띠를 탈취하고 달아난 상태였다. 무기를 소지한 범인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역과 터미널 등에 대한 순찰과 검문검색도 강화했다.

이후 전담반을 꾸려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당시 파출소 안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조 경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정 순경과 동료경찰관 4명, 방범원 2명이 관내 순찰중이어서 혼자 근무하던 중이었다. 조 경사가 쓰러져 있던 파출소 방범원실은 보통 아는 사람을 접대하는 곳으로 이용돼왔다.

방범원실은 피의자나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 곳이었다. 당시 누군가를 조사했을 가능성도 열어뒀으나 그런 흔적은 없었다.

한때 조 경사와 30대 남성이 함께 있는 것을 봤다는 자동차 수리 업체 대표 윤씨가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윤씨가 목격했다는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알렸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용의자의 용모는 키 170cm 정도, 건장한 체격, 짧은 머리였다.

파출소의 집중 단속 대상이었던 유흥업소의 업주나 종업원, 속칭 ‘호갱국’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도 벌였다. 하지만 수사는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피살된 만큼 경찰의 명예가 달려 있다며 범인 검거를 자신했다. 당시 권지관 송파경찰서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필코 검거하겠다. 수사의 범위가 어느 정도 좁혀져 가고 있다"고 말했으나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사건은 언제든 위험이 상존해 있었다. 일선 치안 최후의 보루인 파출소에 근무자가 한 명 밖에 없던 탓에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파출소에는 권총 외에도 M16 소총, 실탄 등이 보관돼있었기 때문에 범인이 조 경사가 차고 있던 무기고 열쇠까지 탈취했다면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파출소에는 CCTV가 설치됐다.

공소시효는?

경찰청 측은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법이 제정이 됐다. 그러나 경과 규정상 15년 미경과 사건에만 해당이 돼 2000년 8월 이후부터 공소시효가 배제됐다고 보면 된다. 이 사건의 경우는 1996년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72건' 장기 미제사건은?


경찰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수사 기록과 증거 등을 디지털화해 남겨둔다. 공소시효가 사라진 사건이라도 증거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관해 범인을 끝까지 추적·검거하기 위해서다. 

올초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올해 경찰청 예산에 중요 미제사건 수사역량 강화 예산 8억6100만원이 신규 배정됐다.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이 짠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이 사업에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9억원에 가까운 돈이 증액됐다.

경찰은 이 예산을 장기 미제사건 기록 데이터베이스(DB)화에 쓸 예정이다.

미제 살인사건 수사기록을 DB에 저장하고 문서 관리 및 열람, 수사 진행 사항 확인, 사건 정보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 개발 작업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 미제 살인사건 272건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 59건 ▲부산 26건 ▲대구 8건 ▲인천 11건 ▲광주 11건 ▲울산 14건 ▲경기 남부 39건 ▲경기 북부 15건 ▲강원 12건 ▲충북 14건 ▲충남 9건 ▲전북 12건 ▲전남 7건 ▲경북 16건 ▲경남 10건 ▲제주 3건 등이다.

장기 미제사건에는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1999년), 신정동 엽기토끼 연쇄살인 사건(2005~2006년), 서울 노들길 살인 사건(2006년), 목포 예비 간호사 살인사건(2010) 등이 포함돼있다.


경찰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2011년부터 지방경찰청별로 미제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현재 경찰관 73명이 미제사건 수사에 매달려 있다.

현재까지 살인과 강도, 강간 등 총 55건에 대해 82명을 검거하고 5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지난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린 이춘재 사건을 해결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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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