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K-콘텐츠 명암 

팬데믹 대격변 속 절반의 승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방송가와 영화계는 치명상을 입었다. 제작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고, 영화관으로 향하던 발길은 뚝 끊겼다. 대격변은 불가피했다. 기대작은 줄줄이 개봉을 미뤘고, 해외 로케이션 제작 작품은 대부분 중단됐다. 영화 <기생충>이 유례없는 역사를 썼고, <킹덤2> <사랑의 불시착> 등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예년만큼 좋은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올 한 해 K-콘텐츠는 절반의 승리에 가깝다. 올해를 되짚어보며 내년을 내다봤다. 
 

▲ (사진 왼쪽부터)&lt;킹덤2&gt; JTBC &lt;부부의 세계&gt;, SBS &lt;스토브리그&gt;,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국내 이야기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영화는 프랑스와 미국 등 예술의 본고장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찬욱과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를 비롯해 나홍진, 연상호, 김지운 등 영화감독들의 행보는 글로벌하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열도를 관통했으며, <킹덤2>는 세계의 좀비물 팬들에게 한국을 각인시켰다. 

한국영화
예의주시

한국 영화계에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4관왕을 거둔 지 얼마 되지 않아 3월엔 홍상수 감독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2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던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기세도 만만찮다.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이야기 산업이 더 이상 변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부문도 전 세계에서 위상을 드높인 한 해였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2>가 있다. SBS <싸인>, tvN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리즈는 ‘조선 시대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좀비물 팬들을 매료시켰다. 

외국 시청자들에겐 신기할 수밖에 없는 조선 시대 배경에 좀비들이 들이닥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더불어 좀비의 발생 원인에 뒤틀린 권력욕이 있다는 점, 이로 인해 힘없는 백성들이 피해를 입는 대목,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놓인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샐 틈 없이 촘촘했고, 메시지는 날카로웠다. 아울러 좀비와의 대규모 육탄전을 통해 그간 쌓아 올린 갈등을 폭발시키는 마무리까지 작품의 완성도는 그 어떤 좀비물보다 뛰어났다. 

<기생충>과 <도망친 여자> <미나리> <킹덤2>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매우 강하게 녹여져 있는 작품인데, 한국적인 문화가 세계에서도 통용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tvN <사랑의 불시착>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완벽하게 착지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말 한국에서 방영된 뒤 올해 초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무려 7개월 넘게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 한국 알린 <킹덤2> <불시착>
망가진 영화계…이름값 못 미친 스타들

단순한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 외교적으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내에서는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킨 KBS2 <겨울연가>의 인기에 못지 않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한 혐한 소설가는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빠져버렸다고 고백해 일본 내 우익 세력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으며, 한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조차 이 드라마를 전부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드라마 분야에서는 수작도 많았다. 치정극부터 시작해 사회고발, 리더쉽, 스릴러 장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대표적인 작품은 JTBC <부부의 세계>다. 불륜이 소재이기는 하나, 그 안에 작은 사회가 담겨있으며 인간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풍성하게 그려냈다. 
 

▲ (사진 왼쪽부터)박찬욱·최동훈·류승완·한재림 감독 ⓒ왓챠, NEW

올해 SBS는 수많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4년 만에 제작된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포츠 드라마는 실패한다는 편견을 깬 <스토브리그>,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의 해법을 제시한 <하이에나>와 스릴러 장르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 <아무도 모른다> 등 걸작으로 평가받는 드라마를 다수 제작했다.

새로운 드라마 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tvN은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비밀의 숲2>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큰 화제를 모았다. <비밀의 숲2>는 설명하기 복잡하고 민감한 검경수사권 조정을 소재로 묵직한 서사를 그려냈으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의학드라마로 수많은 팬덤을 양산했다.

매년 수준 높은 장르물을 제작하는 OCN은 <경이로운 소문>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기대감을 높인 한 해였다. <킹덤>을 비롯해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 홈> 등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신인들을 중용한 <인간수업>은 빠른 전개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10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반에 우려됐던 배우들의 연기적인 측면도 흠이 없었다는 평이다. 

성공작 반
실패작 반

많은 작품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편, 평판이 좋지 않은 드라마도 적지 않았다. 특히 KBS와 MBC는 미니시리즈 부분에서 최악의 한 해를 경험했다. 두 방송사엔 10%가 넘는 시청률을 일군 드라마가 없을 뿐 아니라 대다수가 5%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도 전무하다.

특히 KBS는 <어서와>가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평일드라마 부문에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성적을 받게 됐다.

MBC의 경우 <꼰대인턴>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카이로스> 등이 낮은 시청률에 비해 호평을 받은 작품에 속한다. 그럼에도 워낙 결과가 좋지 않아 KBS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한 해를 면하지 못했다. 


영화계 역시 올해가 기록적인 최악의 해로 남겨질 듯하다. 기대를 모은 대다수 작품이 개봉을 미뤘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뚝 떨어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과 비교적 방역이 잘되고 있던 여름에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반도>는 스토리 면에서 허점을 보이며 혹평을 받았다. 비록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분명 기대 이하의 결과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정직한 후보> <#살아있다> <소리도 없이> <담보>가 올해 코로나19 시국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로 기록됐다. 

대다수 영화가 대중의 호응조차 얻지 못한 채 빠르게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많았다. 유일하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높은 완성도를 보였음에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결과가 좋지 않은 작품으로 남았다.

대부분은 꼭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성공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대목은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의 약진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가족의 일상을 통해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한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 특히 올해 나온 영화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청춘 스타 
실패 연속


이외에도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남연우 감독의 <초미의 관심사>, 최하나 감독의 데뷔작 <애비규환>, 박지완 감독의 데뷔작 <내가 죽던 날>,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가 어두웠던 2020년 한국 영화계의 빛나는 영화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 영화들은 여성을 앞세운 작품으로, 매우 뛰어난 만듦새를 보였다. 이에 국내 여성 서사 작품들이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뛰어난 연기파 배우들이 각종 작품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지만, 청춘스타들의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애와 박해준, 남궁민, 조승우, 한석규, 조정석, 현빈, 손예진, 김소연과 같은 30~40대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론된 배우들은 작품 내에서 최선의 연기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대로 김수현(tvN <싸이코지만 괜찮아>)과 박보검·박소담(tvN <청춘기록>), 배수지‧남주혁(tvN <스타트업>)은 기대작으로 불리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연기적인 평가도 작품의 호평도 기존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민호와 지창욱·김유정은 예상 밖의 흥행 부진은 물론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혹평을 받았다. SBS 기대작이었던 <더 킹:영원의 군주>와 <편의점 샛별이> 모두 숱한 논란에 휘말렸고, 작품 내적으로도 이를 타개할만한 수준을 보여주진 못했다. 
 

▲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이외에도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송승헌, JTBC <쌍갑포차>와 KBS2 <그놈은 그놈이다>의 황정음 등도 이름값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맞았다. 

2020년이 예측 밖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K-콘텐츠는 절반의 승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아쉬운 결과가 있기는 하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기대되는 요소가 많다. 

먼저 줄줄이 개봉을 미룬 것이 다행일까? 내년을 바라보는 기대작이 즐비하다. 특히 뛰어난 연출력을 가진 스타 감독들의 작품이 대기 중이다. 

아울러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기회가 커졌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실제로 올해 개봉한 감독들 다수가 “ 오랫동안 고민하고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비교적 후회 없이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찬욱·최동훈·류승완 등 A급 감독 대기 중
좀비·스릴러·호러, 웰메이드 장르 제작 완료

걸출한 연출진의 작품이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명량> 김한민 감독의 <한산>,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 <터널> 김성훈 감독의 <피랍>, <더 킹> 한재림 감독의 <비상 선언>,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의 <영웅>,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드림> 등이 촬영을 마치고 편집 중이거나 후반 작업을 마쳤다. 대부분 수백억 예산이 투입됐으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한다.

올해 나올 작품 대다수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생긴 결과다. 내년 초반에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진다면 2021년은 역사상 유례없는 숫자의 관람객을 동원할 수도 있다.

드라마 시장의 기대작도 적지 않다. SBS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감독의 신작 <홍천기>, SBS <육룡이 나르샤> 신경수 감독의 <조선구마사>, 배우 김명민의 2년 만의 안방 복귀작 JTBC <로스쿨>, 배우 송중기의 복귀작 tvN <빈센조>, 김은희 작가의 신작 tvN <지리산> 등이 내년을 대표할 작품으로 거론된다. 

올해 유독 활발하게 작품을 내놓은 넷플릭스 신작 역시 무게감이 다르다.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비롯해 비교적 예산이 많이 투입된 장르물도 대거 준비 중이다. 

특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학교에 좀비가 들어왔다는 설정의 <지금 우리 학교는>과 연상호 감독의 웹툰 <지옥>을 실사화한 <지옥>, <킹덤>의 세 번째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페인 인기 드라마 <종이의 집>을 모티브로 한 <종이의 집>,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D.P 개의 날>, 이정재 주연의 <오징어 게임> 등 올해보다도 많은 작품이 대기 중이다.

남다른
무게감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을 주는 연출가와 작가진이 내년 대중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 블루’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여기저기서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려운 시대에 놓여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민들에게 있어 새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의 작품이 즐비하다는 건 새로운 희망이 될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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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