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30호가 높인 오디션의 품격

▲ ⓒJTBC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63호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심사위원을 패자로 만들겠다.”

M.net <슈퍼스타K> 시즌1 이후 국내에서 수많은 오디션이 열렸던 가운데 출연자의 발언 중 가장 도발적인 문장이 지난 21일, JTBC <싱어게인> 30호를 통해 뱉어졌다.

앞선 무대에서 음악적인 재능은 물론 토크에서도 센스를 보여줬던 30호였기에 ‘치기 어린 행동’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30호는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으로 무대를 꾸몄다.

기대감이 충격으로 바뀌는 데는 5분이 걸리지 않았으며 원곡자 이효리는 완벽하게 지워졌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끄는 속삭임으로 시작해 힘 있는 발성, 마치 예술가들이 몰입한 듯이 보이는 묘한 퍼포먼스, 심사위원에게 던지는 심드렁한 마이크, 그 과정에서 조금도 흔들림 없었던 기본기와 끝까지 치닫는 듯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다소간 뺀 마무리까지, 30호가 보여준 무대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쟨 족보가 어디야?”라는 심사위원 유희열의 말처럼 어디서도 보기 힘들었던 패턴의 무대였다.

일각에서는 밴드 잔나비와 계보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꼭 닮은 느낌은 아니다. 30호가 무대를 통해 보여준 생경함은 ‘문화 대통령’으로 군림한 서태지의 출현 당시와 닮아있다는 의견이 더 힘을 받는다. 그만큼 ‘치티치티 뱅뱅’ 무대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과 더 가깝다는 것이다.

너무 놀라운 무대를 본 탓에 머리가 하얘졌던 것일까, 심사위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방비 상태였는지 무대의 맥을 잡지 못한 평가로 오히려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주니어 층을 대표하는 선미와 해리는 ‘기타의 부재’를 꼽았다가 대중으로부터 날 선 비판을 받고 있다.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면 30호가 보여준 무대는 기타의 유무로 좋고 나쁘고를 평가할 수 없는 무대라는 것.

차라리 곡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나 다소 특이한 퍼포먼스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의견도 나온다. 두 사람은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던진 말로 인해 뮤지션으로서 탄탄하게 쌓아온 커리어마저 흔들리고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심사위원을 패자로 만들겠다는 말이 이러한 방식으로 구현될 줄은 30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제나 뛰어난 화법으로 공감을 일으키는 심사평을 해온 김이나 작사가도 ‘혼돈이었다’라는 말로 명확한 심사를 보류했고, 유희열은 서태지 데뷔 때를 거론하면서 정확히 모르겠다며 솔직함을 내비쳤다. 워낙 기묘한 무대였기에 ‘모르겠다’라는 두 사람의 반응이 오히려 대중의 공감을 일으켰다. 

30호를 위한 극적인 스토리가 쓰여지기 위함일까. 30호는 엄청난 무대를 보여주고도 앞서 한 팀이기도 했던 63호와의 맞대결에서 3:5로 패했다.

너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끼는 인간의 보수성이 드러난 것인지, 아니면 탄탄한 기본기로 어울리지 않았던 감성 발라드를 훌륭히 소화한 63호의 재능이 돋보였던 것인지, 명확히 이유를 알 수 없는채로 63호가 승리를 가져갔다. 

63호와 30호 두 무대 모두 오디션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기에, 승패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비록 30호는 패배로 인해 탈락의 위기에 놓이게 됐지만, ‘치티치티 뱅뱅’ 무대는 국내 오디션 역사에 오래도록 회자 될 무대로 남지 않을까 짐작된다. 

색다른 기획으로 제작된 <싱어게인>은 수많은 무명의 실력자에게 기회의 발판이 됐다. 주어진 기회에서 30호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무대로 오디션의 품격을 높였다. 대중이 어떤 뮤지션을 원하는지 알고 가수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가 혜성처럼 등장해 방송가를 장악한 30호는 앞으로 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앞선 방송에서 “더 보여줄 것이 없다”고 공언했던 그의 거짓말이 오히려 더 큰 설렘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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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