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300호 특집> 다시 보는 1200호 시대 미리 가본 1400호 시대

밤처럼 어두웠다, 아침같이 밝아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1996년 5월 창간한 <일요시사>가 어느 덧 지령 1300호를 맞이했다. <일요시사>는 지령 1200호와 1300호 사이에 본지 지면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들을 살펴보고 2023년이 되면 다가올 지령 1400호 시대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일요시사>가 지령 1200호를 발행하고 2년 동안에는 무슨 사건들이 있었을까?

▲심석희 성폭행 고소 사건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상습 폭행뿐만 아니라 수 년 전부터 성폭행도 당했다며 추가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게 만 17세로 미성년자였던 2014년부터 약 4년간 성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석희는 당시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조 전 코치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버닝썬 게이트 = 지난 2019년 1월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인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승리의 ‘승츠비’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는 한 번에 무너졌다. 3월에는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버닝썬은 영업을 중단했고 이후 경찰 유착, 마약, 성접대, 조세회피, 몰카 공유 논란까지 이어졌다. 특히 성접대 사건의 제보자가 권익위로 사건을 제보함에 따라 국무총리에게 바로 전달됐고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엄정한 수사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망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9년 4월 향년 70세로 타계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그가 요양 중인 미국 LA 병원에 안치됐다. 조 회장은 ‘폐섬유화증(폐섬유증)’ 투병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폐섬유화증’은 폐가 섬유화되면서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조 회장은 술과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멀리했지만 딸들의 스캔들과 더불어 주총 이후의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세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실종 신고된 전 남편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고유정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 함께 간 펜션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함께 펜션에 들어간 모습은 확인했지만 이후 행적은 파악하지 못했다. 범죄를 의심한 경찰은 펜션 내부를 조사한 결과 객실 곳곳에서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고 펜션에서 혼자 나와 사라진 고유정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했다. 이후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까지 드러났고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드디어 잡힌 화성연쇄살인범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경찰에 검거됐다. 그가 검거된 이후 이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 사건은 그동안 대한민국 과학 수사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9년 10월 모방범으로 확정됐던 8차 사건을 포함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차 모두에 대해 이춘재 본인이 저질렀다는 자백을 했다. 이춘재는 그 외 4건의 살인 사건과 총 15건의 연쇄 살인,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기생충 신드롬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칸, 베를린, 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기생충>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한국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갈리며 극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자녀 표창장 조작과 불법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구속되며 결국 35일 만에 사퇴했다. 

좋은 소식 찾아볼 수 없던 불안한 2년
그나마 국민들에게 웃음 준 <기생충>

▲코로나19의 시작 =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최초 보고되고 퍼진 후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지속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해 일부 국가 및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며 매우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월 28일부로 코로나19의 전 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했으며 3월11일 코로나19가 범유행전염병(팬데믹)임을 선언했다. 

▲N번방 악마들 구속 = 경찰은 지난 3월16일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을 체포했다. 조씨는 미성년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박사방’ 채널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했다. 조씨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자신이 ‘박사’가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체를 시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원순 시장 자살 = 지난 7월10일 딸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되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헌정 이래 최초로 한국 수도의 현직 시장이 자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계와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충격을 줬다. 박 시장 본인은 유언 등으로 자살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주변인들에 따르면 사건 전날까지도 딱히 의미 있는 수준의 감정 기복을 보여주지 않은 채 멀쩡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했던 만큼 사건 초기에는 수많은 추측과 타살설 등의 음모론들이 난무했다. 특히 실종 직전 접수된 비서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한 관련성이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 지난 6월16일,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아무 동의 없이 폭파했다. 문재인정부는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및 제7차 남북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건설 비용 약 180억원을 전액 지불해 유지비와 사용료 포함 총 235억원 상당을 들여 북한 개성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북한은 이를 폭파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협박 통보했고, 통보 사흘 뒤에 폭파를 감행했다. 이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했음을 의미한다. 2007년 참여정부 시기에 지어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2년 후면 다시 다가올 <일요시사> 지령 1400호. 그때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입대하는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이 2022년으로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병역법 개정안이 의결된 지 2년이 지난다. 방탄소년단이 일군 업적을 고려했을 때 개정안을 통해 입영을 2022년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병역특례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입영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상화폐 세금 붙나? = 2022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소득이 연 250만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매긴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처리된 세법 개정안에는 2022년 1월부터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국인 기준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이 1년간 250만원을 초과하면 20% 세율로 분리 과세한다.

▲코로나19 종식되나 = 오는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해볼만하다. 코로나19 백신이 높은 효능을 보이는 가운데 백신 승인과 생산·유통 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실제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는 것은 202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코로나19가 2022년이 돼서야 종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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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 대통령 = 제20대 대통령선거가 2022년 3월9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20대 대선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성패 여부와, 대선 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전망이다.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됐던 한국 보수 세력의 결집 여부가 차기 대선의 판세를 바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전 대선들처럼 대선 1년 전은 돼야 제20대 대선주자의 큰 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발사 = 오는 2021년 개발 완료할 예정인 한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용 로켓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나로호(KSLV-I)의 5000억원 예산보다 4배인 2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KSLV-II 또는 한국형 발사체로 불리다가 공식명칭이 누리호로 결정됐다. 2021년에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두 번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누리호를 기반으로 후속 발사체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예정. 75톤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최종적으로 85톤급 엔진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2년 좋은 소식만…
코로나 종식과 경제성장…기대 가득

▲북한 심각한 경제난 =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상에서까지 봉쇄 장벽을 높이면서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2018년 말 기준 외화 보유액은 2021년에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의 외화난을 비롯한 경제적 난국 상황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입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방산의 미래 = 기본 훈련기 KT-1, 고등 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하며 한국군의 항공전력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래 육군 최신예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소형무장헬기(LAH)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KAI는 미래 전장을 대비한 무인체계 개발도 주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KAI가 위드 코로나 시대 K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LAH와 무인체계 등으로 방위·항공산업 분야에서 이어갈지 주목된다.

▲화장품 3대 수출국 도약 = 정부는 전 세계에 ‘K-뷰티’로 통하는 우리 화장품산업을 집중 육성해 2022년까지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로 도약하면서 일자리 7만여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 신남방국가 수출비율을 2018년 11%에서 2022년 20%로 높이고 글로벌 100위기업을 4개사에서 7개사로 늘려 2022년 화장품수출 세계 3위로 올라설 계획이다. 매출 50억원 이상 기업은 2017년 150개사에서 2022년 176개사로 늘어날 예정이고, 일자리는 2018년 23만5000개에서 2022년 30만8000개로 7만3000개가 신규로 창출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2만명 시대 =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명 충원 계획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2021년 3642명, 2022년 3903명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직 인원 등 자연 감소분을 감안하면 매년 500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을 채용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8회 소방의 날을 맞아 “내년 소방청 예산은 역대 최대인 2200억원으로 편성했다”며 “소방헬기 통합관리를 비롯한 재난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화재진압이 어려운 곳에 특수장비를 배치해 우리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복되는 경제성장 = 올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KERI 경제 동향과 전망: 2020년 4/4분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관측했다. 한경연은 최근 코로나19 3차 확산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 등 대외 부문이 회복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2.7%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슈퍼스타 손흥민 =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손흥민의 미래와 관련 기분 좋은 전망을 내놨다. 손흥민은 지난 가을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트 CAA(Creative Artist Agency)와 계약했다. 포브스지는 손흥민의 ‘번리전 80m 폭풍질주 골’을 언급하면서 세계적 슈퍼스타로서의 가치를 인정했다. <포브스>는 '2018년, 2019년에 손흥민은 축구장에서 누구보다 많이 뛴 선수다. 2021년에 우리는 축구장 밖에서도 손흥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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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잡는 이재명 더 유리한 이유

칼 잡는 이재명 더 유리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정치권의 분위기는 조기 대선으로 넘어갔다. 아직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독무대인 가운데 야권 잠룡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록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52일 만에 석방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야당에서는 사뭇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들은 잠시 총구를 거두고 하나의 목소리로 탄핵을 촉구했다. 풀려난 윤 뭉치는 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 전 지사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이다.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지사는 “정치 불확실성이 더 길어진다면 심각한 경제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즉각 탄핵만이 민주주의와 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수원역 로데오거리서 시위를 하던 중 한 남성이 맥주캔을 던지는 등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단식농성 중인 김 전 지사를 만나 “힘을 합쳐 조기 탄핵, 100% 탄핵을 이루자”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탄핵과 탄핵 100%를 주장하는 분들과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지금의 이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는 빠르게 탄핵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같이 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야5당 합동 집회가 열린 광화문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전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내란 수괴가 활보하는 대한민국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이제 내란 세력을 응징하는 것은 파면 후 조기 대선서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 길밖에 없다”고 탄핵 여론에 군불을 땠다. 박용진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총장 출신 내란 수괴와 한통속으로 대놓고 봐주기 하는 것 아니냐”며 “9시간 45분이 문제가 아니라 94년 5개월을 감옥에 있어도 모자랄 내란 수괴의 석방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하는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공개 특강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문재인정부 초기를 준비했던 분들의 경험을 경청해주길 바란다”며 “제가 주선해서라도 그때 준비한 내용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속 취소에 커지는 광장 목소리 정권교체론 발판 삼아 “윤 파면” 합심해 이 대표를 압박했던 비명계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계기로 다시 뭉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역시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겨냥해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통합 기조를 내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광화문 인근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 농성장을 찾아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만나 시국 간담회를 가졌다. 김동연 지사도 이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기존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 대표는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을 군인으로 통치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지금 같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불안과 공포감을 준다”며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우리 경제도 추락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부 국민의힘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공식적으로 헌재의 이름으로 앞으로 대통령은 아무 이유도 없이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아무 때나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해도 된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취미활동 삼아서 계엄령을 선포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것인데 가당키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정권교체론과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두드러질수록 차기 대선은 계엄 해제의 공을 다투는 선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관점서 봤을 때 이 대표는 ‘계엄 해제’와 ‘탄핵 찬성’이라는 두 가지 정치적 유산을 모두 갖고 있다. 야권 잠룡들이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데 그쳤다면 이 대표에게는 계엄을 해제한 1등 공신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은 것이다.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탄핵 목소리를 키우는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 정국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가 추후 열릴 수 있는 경선, 또는 조기 대선에 가산점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의견은 50.4%,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은 44.0%로 집계됐다. 2주째 오차범위인 ±2.5%p 밖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앞선 것이다. 정권교체 신경전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이 각각 정권 연장론과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무당층에서는 정권 연장이 31.6%, 정권교체가 45.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비상계엄 심판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될 이번 계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동조한 이들을 반헌법 수호 세력으로 규정해 정권교체 프레임을 굳히겠단 것이다.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계엄 해제에 앞장선 이 대표를 내세울 수 있다. 이 대표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 “우리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해제 선언 전까지 국회서 자리를 지키겠다” 등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고, 탄핵 정국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비상계엄이 ‘불법 내란’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통해 헌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인 민주당 박수현·민형배·김준혁,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은 이날 서울 광화문 농성장서 “윤 대통령 파면 시까지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할 것과 법원의 윤 대통령 직권 재구속 및 국민의힘 정당 해산 등 요구안도 발표했다. 이들은 연대 이름으로 낸 성명서를 통해 “오늘로 12·3 내란이 98일째를 맞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는 헌재의 신속하고 단호한 윤석열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민주당 초선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이 국회 본청 앞 계단서 윤 대통령 조기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500여명이 국회의사당서 광화문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는 대신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너도나도 때리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의 본령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지도부는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의원님들께서 양해해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적으로 탄핵 각하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는 등 엇박자를 보이면서 여당은 여당대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급해진 여권 잠룡들은 일제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집중 공격에 나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고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만일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결과가 비록 유죄일지라도 조기 대선에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판결이 6월26일까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2심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심과 3심 대법원 판결 사이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모르는 상태서 유권자에게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맞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이 심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검찰을 희생양 삼아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하면서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고도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를 콕 집어 “위험하고 불안한 후보”라며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M+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바이오 혁신 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 당도 혹시 열릴지도 모르는 조기 대선에 여러 가지 사전적인 준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때릴수록 커지는 이…보이지 않는 대항마 정책 과제 발표에 시동 걸리는 조기 대선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대표를 겨냥해 “위험한 사람이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겠다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뭉친다면 이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저마다 ‘이재명 때리기’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려 하지만 그럴수록 이 대표의 주목도만 높아지는 꼴이다. 게다가 대권주자들의 차별화가 눈에 띄지 않아 결국 이 대표 대세론만 인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노동, 경제, 민생 등에 관해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락가락 행보’ ‘우클릭 좌회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야당 대표’를 벗어나 ‘집권여당’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과정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당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한 민생연석회의를 출범시키고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민생연석회의는 “국민과 함께 민생에서 미래를 찾겠습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중소상공인·자영업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금융·주거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가 선정한 20개 민생의제와 60개의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를 하려면)왼쪽도 보다가 오른쪽도 봐야 한다. 시각이 한쪽에 쏠려 흑백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검은색 아니면 흰색(과 같은 식의)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나. 회색도 있고 빨강·노랑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라는 것은 편 나눠서 싸우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공약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안 생기면 좋겠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논의해야 할 의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잠룡 모두 고심이 깊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으로 인해 보수 결집을 이뤄냈지만 중도층을 잃는 딜레마에 빠졌다. 야권 잠룡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총구를 밖으로 꺼냈지만 한편으로는 이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 로드맵은커녕 개헌을 주장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차별점이 없는 것 역시 여야 잠룡들의 고민 중 하나다. 이대로 어대명?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대표 경쟁 주자들은 계엄 해제가 아닌 개헌, 또는 윤석열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제기하는 등 조기 대선 주자 선택의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결국 차기 대선의 프레임을 계엄 해제와 내란 저지 구도로 유지해야 이 대표의 완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꺼낸 기본사회 카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논의하는 기본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2일 출범한 위원회 위원장은 이 대표가, 수석 부위원장은 박주민 의원이 맡았다. 이날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회복과 성장을 바탕으로 국민 기본권을 든든히 해서 보장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입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본위원회도 함께 출범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과는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가시권에 접어든 조기 대선을 대비한 로드맵과 연결 짓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