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300호 특집> 다시 보는 1200호 시대 미리 가본 1400호 시대

밤처럼 어두웠다, 아침같이 밝아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1996년 5월 창간한 <일요시사>가 어느 덧 지령 1300호를 맞이했다. <일요시사>는 지령 1200호와 1300호 사이에 본지 지면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들을 살펴보고 2023년이 되면 다가올 지령 1400호 시대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일요시사>가 지령 1200호를 발행하고 2년 동안에는 무슨 사건들이 있었을까?

▲심석희 성폭행 고소 사건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상습 폭행뿐만 아니라 수 년 전부터 성폭행도 당했다며 추가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게 만 17세로 미성년자였던 2014년부터 약 4년간 성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석희는 당시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조 전 코치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버닝썬 게이트 = 지난 2019년 1월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인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승리의 ‘승츠비’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는 한 번에 무너졌다. 3월에는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버닝썬은 영업을 중단했고 이후 경찰 유착, 마약, 성접대, 조세회피, 몰카 공유 논란까지 이어졌다. 특히 성접대 사건의 제보자가 권익위로 사건을 제보함에 따라 국무총리에게 바로 전달됐고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엄정한 수사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망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9년 4월 향년 70세로 타계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그가 요양 중인 미국 LA 병원에 안치됐다. 조 회장은 ‘폐섬유화증(폐섬유증)’ 투병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폐섬유화증’은 폐가 섬유화되면서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조 회장은 술과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멀리했지만 딸들의 스캔들과 더불어 주총 이후의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세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실종 신고된 전 남편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고유정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 함께 간 펜션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함께 펜션에 들어간 모습은 확인했지만 이후 행적은 파악하지 못했다. 범죄를 의심한 경찰은 펜션 내부를 조사한 결과 객실 곳곳에서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고 펜션에서 혼자 나와 사라진 고유정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했다. 이후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까지 드러났고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드디어 잡힌 화성연쇄살인범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경찰에 검거됐다. 그가 검거된 이후 이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 사건은 그동안 대한민국 과학 수사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9년 10월 모방범으로 확정됐던 8차 사건을 포함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차 모두에 대해 이춘재 본인이 저질렀다는 자백을 했다. 이춘재는 그 외 4건의 살인 사건과 총 15건의 연쇄 살인,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기생충 신드롬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칸, 베를린, 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기생충>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한국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갈리며 극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자녀 표창장 조작과 불법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구속되며 결국 35일 만에 사퇴했다. 

좋은 소식 찾아볼 수 없던 불안한 2년
그나마 국민들에게 웃음 준 <기생충>

▲코로나19의 시작 =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최초 보고되고 퍼진 후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지속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해 일부 국가 및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며 매우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월 28일부로 코로나19의 전 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했으며 3월11일 코로나19가 범유행전염병(팬데믹)임을 선언했다. 

▲N번방 악마들 구속 = 경찰은 지난 3월16일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을 체포했다. 조씨는 미성년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박사방’ 채널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했다. 조씨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자신이 ‘박사’가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체를 시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원순 시장 자살 = 지난 7월10일 딸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되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헌정 이래 최초로 한국 수도의 현직 시장이 자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계와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충격을 줬다. 박 시장 본인은 유언 등으로 자살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주변인들에 따르면 사건 전날까지도 딱히 의미 있는 수준의 감정 기복을 보여주지 않은 채 멀쩡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했던 만큼 사건 초기에는 수많은 추측과 타살설 등의 음모론들이 난무했다. 특히 실종 직전 접수된 비서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한 관련성이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 지난 6월16일,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아무 동의 없이 폭파했다. 문재인정부는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및 제7차 남북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건설 비용 약 180억원을 전액 지불해 유지비와 사용료 포함 총 235억원 상당을 들여 북한 개성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북한은 이를 폭파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협박 통보했고, 통보 사흘 뒤에 폭파를 감행했다. 이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했음을 의미한다. 2007년 참여정부 시기에 지어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2년 후면 다시 다가올 <일요시사> 지령 1400호. 그때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입대하는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이 2022년으로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병역법 개정안이 의결된 지 2년이 지난다. 방탄소년단이 일군 업적을 고려했을 때 개정안을 통해 입영을 2022년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병역특례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입영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상화폐 세금 붙나? = 2022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소득이 연 250만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매긴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처리된 세법 개정안에는 2022년 1월부터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국인 기준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이 1년간 250만원을 초과하면 20% 세율로 분리 과세한다.

▲코로나19 종식되나 = 오는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해볼만하다. 코로나19 백신이 높은 효능을 보이는 가운데 백신 승인과 생산·유통 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실제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는 것은 202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코로나19가 2022년이 돼서야 종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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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 대통령 = 제20대 대통령선거가 2022년 3월9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20대 대선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성패 여부와, 대선 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전망이다.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됐던 한국 보수 세력의 결집 여부가 차기 대선의 판세를 바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전 대선들처럼 대선 1년 전은 돼야 제20대 대선주자의 큰 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발사 = 오는 2021년 개발 완료할 예정인 한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용 로켓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나로호(KSLV-I)의 5000억원 예산보다 4배인 2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KSLV-II 또는 한국형 발사체로 불리다가 공식명칭이 누리호로 결정됐다. 2021년에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두 번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누리호를 기반으로 후속 발사체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예정. 75톤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최종적으로 85톤급 엔진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2년 좋은 소식만…
코로나 종식과 경제성장…기대 가득

▲북한 심각한 경제난 =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상에서까지 봉쇄 장벽을 높이면서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2018년 말 기준 외화 보유액은 2021년에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의 외화난을 비롯한 경제적 난국 상황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입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방산의 미래 = 기본 훈련기 KT-1, 고등 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하며 한국군의 항공전력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래 육군 최신예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소형무장헬기(LAH)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KAI는 미래 전장을 대비한 무인체계 개발도 주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KAI가 위드 코로나 시대 K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LAH와 무인체계 등으로 방위·항공산업 분야에서 이어갈지 주목된다.

▲화장품 3대 수출국 도약 = 정부는 전 세계에 ‘K-뷰티’로 통하는 우리 화장품산업을 집중 육성해 2022년까지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로 도약하면서 일자리 7만여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 신남방국가 수출비율을 2018년 11%에서 2022년 20%로 높이고 글로벌 100위기업을 4개사에서 7개사로 늘려 2022년 화장품수출 세계 3위로 올라설 계획이다. 매출 50억원 이상 기업은 2017년 150개사에서 2022년 176개사로 늘어날 예정이고, 일자리는 2018년 23만5000개에서 2022년 30만8000개로 7만3000개가 신규로 창출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2만명 시대 =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명 충원 계획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2021년 3642명, 2022년 3903명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직 인원 등 자연 감소분을 감안하면 매년 500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을 채용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8회 소방의 날을 맞아 “내년 소방청 예산은 역대 최대인 2200억원으로 편성했다”며 “소방헬기 통합관리를 비롯한 재난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화재진압이 어려운 곳에 특수장비를 배치해 우리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복되는 경제성장 = 올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KERI 경제 동향과 전망: 2020년 4/4분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관측했다. 한경연은 최근 코로나19 3차 확산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 등 대외 부문이 회복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2.7%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슈퍼스타 손흥민 =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손흥민의 미래와 관련 기분 좋은 전망을 내놨다. 손흥민은 지난 가을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트 CAA(Creative Artist Agency)와 계약했다. 포브스지는 손흥민의 ‘번리전 80m 폭풍질주 골’을 언급하면서 세계적 슈퍼스타로서의 가치를 인정했다. <포브스>는 '2018년, 2019년에 손흥민은 축구장에서 누구보다 많이 뛴 선수다. 2021년에 우리는 축구장 밖에서도 손흥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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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