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⑥> ‘포스트 코로나’ 바뀌는 재계 판도

변화 없이 생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사회 곳곳에 변화가 감지된다. 규모와 범위는 상당하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한 변환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점쳐진다. ‘포스트 코로나’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 문재인 대통령 ⓒ문병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는 ‘접촉 제한’으로부터 비롯됐다. 코로나19의 폭발적 전염력은 거리두기를 동반했다. 시민과 정부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택하고 권유했다. 그 결과 이전과 상이한 일상이 시작됐다. 예고 없이 다가온 생활 방식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특히 경제 분야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접촉 제한
거리두기

국내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접촉을 기반으로 한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서 최소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접촉한다. 물론 1인 사업장 등 몇몇 예외가 있지만, 국가 경기에 영향을 줄 만한 경제적 요소들은 대부분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빗장을 걸었다. 경제 전반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경제활동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전과 다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한된 접촉은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당기게 했다.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전까지 변화된 생활 패턴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국회를 찾아 “경제 분야는 이전보다 훨씬 큰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법과 제도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예측불허의 질병이 경제 전반을 타격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정착된 생산·유통·소비 방식은 사실상 훼손된 상태다. 기업 상황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기업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상장사 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제힘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분기를 포함해 국내 기업 성적표가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20년 1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592개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0%(8조8328억원)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47.80%(10조1032억원) 내려앉은 11조336억원이었다. 흑자를 낸 기업은 411개사(69.43%)였지만, 181개사(30.57%)가 적자를 봤다. 10개사 중 3개사가 적자를 본 셈이다.

대인 접촉 막히면서 뒤바뀐 생활상
기존 경제·산업구조 전방위적 타격

매출액이 증가한 업종은 ▲의약품(16.62%) ▲음식료품(9.07%) ▲운수장비(6.53%) ▲통신업(3.52%) ▲건설업(3.29%) ▲전기전자(3.22%) ▲기계(1.88%) ▲서비스업(1.47%) 등이다.

감소한 곳은 ▲의료정밀(-12.18%) ▲철강금속(-7.05%) ▲섬유의복(-6.61%) ▲운수창고업(-5.66%) ▲유통업(-4.86%) ▲전기가스업(-4.37%) ▲비금속광물(-1.99%) ▲종이목재(-1.65%) ▲화학(-0.17%) 등이다.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156.33%) ▲의약품(110.13%) ▲종이목재(52.14%) ▲의료정밀(5.36%) 등이다. 반면 흑자가 깎인 곳은 ▲서비스업(-75.70%) ▲철강금속(-57.97%) ▲유통업(-39.08%) ▲운수장비(-34.00%) ▲통신업(-11.03%) ▲건설업(-5.20%) ▲전기전자(-2.85%) 등이었다.

종합해봤을 때, 매출과 흑자가 모두 증가한 업종은 음식료품과 의약품이다. 나란히 100% 이상 성장했다. 두 업종은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회를 찾아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음식료품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식당을 찾는 발길은 자연스레 줄었다. 반면 모바일·온라인 쇼핑을 통한 음식료품 수요는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그달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11.8%(12조5825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91.8%), 음식서비스(75.8%), 음·식료품(59.4%)에서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유형이 신선식품, 간편식, 배달음식 등으로 고스란히 넘어간 셈이다.

흑자 회사
적자 회사

의약품은 코로나19에 따라 수요가 늘었다. 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점이 작용했다. 또한 제약업체들의 주력제품인 만성질환제가 코로나19와 관련 없이 꾸준한 수요를 보였기 때문이다.

매출과 흑자 모두 감소한 업종은 철강·금속과 유통업이다. 철강금속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깎였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발주 등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것이다.

철강·금속 가격의 하락도 그 연장선에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마저 엿보이면서 철강금속 업계에 먹구름이 낀 형국이다.

유통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시설에 대한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RBSI는 66으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은 긍정적 전망을, 100 미만은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66은 지난 2002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이 줄었지만 흑자가 증가한 업종은 종이 목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 다양한 지각변동이 관측되면서 정부 차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구체적 사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을 내세웠다. 모두 코로나19와 접촉 제한에 따른 경제 전반적 변화로 등장한 과제들이다.
 

문 대통령은 “비교적 튼튼했던 기간산업이나 주력 기업들마저 어려움이 가중되며 긴급하게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고용충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그린 뉴딜이 포함되기로 결정됐다. 그린 뉴딜이란 친환경 산업을 형성, 기후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을 위한 고려도 동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비대면 산업 육성에 이목이 쏠린다. 비대면 관련 사업은 IT업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업무는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전반에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시에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비대면 산업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IT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예상외로 별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서도 비대면 업무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업체를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재택근무 중”이라며 “내근을 해야 하는 몇몇 직원 외 나머지 인원은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공공 분야서도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대면 업무시스템 활용률은 지난 1월에 비해 300∼800% 수직상승했다. PC와 노트북 등을 활용한 영상회의나 자택, 출장지서 원격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도 늘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된다.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선 텍사스A&M대학교 교수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동향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이 멈추면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라며 주요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소개했다.

중국은 2월 초부터 3월 중순 사이 공장 폐쇄로 약 18%, 유럽은 3월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미국은 약 7% 감소가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4%가 하락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교수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지만, 경기회복 후 리바운딩 효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바운딩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중국서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자 대기오염 및 탄소 배출 수치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 선제적 대응 될까
코로나 후 주목받는 신산업은?

특히 보고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에너지전환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부품의 공급사슬이 마비되고, 노동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 달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관련 분야서만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 ⓒ문병희 기자

우리 정부는 신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올해 수소추출시설 구축사업 지원 대상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업계 안팎서도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현대차·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 등은 지난 20일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강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존 경유 화물차를 수소전기 화물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새로 정착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 1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S.H.O.C.K.(쇼크)’를 제시했다. 일시적 변화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키워드 ‘S’는 ‘온라인(Switching On-line)’서 비롯됐다. 오프라인 중심 소비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H’는 ‘홈라이프(Home-life Sourcing)’로 감염병 우려로 인한 외출 자제로 주거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비대면
친환경

‘O’는 ‘건강·위생(On-going Health)’서 가져왔다. 코로나19로 건강과 위생 등에 대한 소비가 확산될 것을 의미한다. ‘C’는 ‘패턴변화(Changing Pattern)’를 뜻한다. 고정돼있던 소비 시간·연령·구매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30세대 중심의 서비스가 4060세대로 확산된 점이 언급됐다. 마지막 ‘K’는 ‘디지털 경험(Knowing Digital)’으로 대면접촉과 외출자제가 요구되면서 생활 속 디지털 경험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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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