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⑤ 여론조사 허와실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4: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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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주체에 따라 왜곡되고 조장되는 여론조사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19대 국회의원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막판까지 박빙 지역이 많아 후보자는 물론 각 정당들이 애를 태웠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결과와 다른 경우가 많아 다소 싱겁게 끝나버린 지역구가 속출했다. 선거 때마다 이런 결과는 반복됐고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 중 여론조사 결과에 불만을 토로한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취재에 나선 <일요시사>는 현역 여론조사 기관에 근무 중인 실무자의 폭로를 입수했다. 선거철 여론조사 결과의 허와실을 분석해 봤다.

방송3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와 판이한 선거결과
판세 뒤집히고 20% 가까이 오차난 지역도 허다

19대 총선은 어느 때 보다 경합지가 많아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집중해 우위를 점치기도 하며 판세의 흐름을 읽어나갔다.

지난 4일까지 진행된 여론조사를 참조한다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초경합을 보인 곳은 다수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합지역으로 예상되었던 이곳 중 오히려 싱겁게 끝나버린 지역구도 있었으며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곳도 있었다.

초경합 지역
싱겁게 끝나버려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를 뽑을 수 있다.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맞붙은 종로는 선거 전 가장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0.1%의 격차를 보이며 초박빙 승부를 펼쳤던 곳이다.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에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집중됐지만 실제 투표에선 정 후보가 52.3%로 홍 후보 (45.9%)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오히려 타 지역보다 훨씬 빨리 판세가 확정되어 맥이 빠지기도 했다.

정치 2세들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중구 역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정호준 후보가 50.27%를 획득해 46.32% 획득에 그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 2일 실시되었던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진석 후보 35.6%, 정호준 후보 30.5%로 여론조사 결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앞섰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을은 민주당 민병두 후보가 52.88%를 얻어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44.54%)를 제치고 당선됐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 39.6%, 민 후보 37.2%로 홍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서대문갑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가 앞섰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45.8%에 그쳐 민주당 우상호 후보(54.2%)가 당선됐다.

영등포을과 중랑을도 마찬가지다. 영등포을의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소폭 앞섰지만 막판에 민주당 신경민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해 신 후보가 52.6%를 획득해 47.39%에 그친 권 후보를 5.2% 앞서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중랑을은 새누리당 강동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4%p 이상 우위를 점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44.49%를 얻은 민주당 박홍근 후보에게 0.83%차로 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후보직 사퇴를 한 관악을은 조금 더 심각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탈당해 출마를 강행한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1위, 야권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후보가 2위, 새누리당의 오신환 후보가 3위를 나타냈지만 결과는 이 후보가 38.24%로 당선됐고 오 후보가 33.28%로 2위, 당초 1위를 예상했던 김 후보는 28.47%로 3위에 머물렀다.

이 후보의 여론조사 차이는 12.1%나 나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 광명을에서도 결과가 뒤집어졌다. 그간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는 4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다. 지난 2일 발표된 방송3사 여론조사에선 전 후보가 44.5%를 얻어 31.8%에 그친 이언주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후보는 50.09%를 얻었고 전 후보는 46.15%를 얻어 여론조사 결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지지율 차이가 컸던 지역도 많았다. 대표적인 선거구는 친이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맞붙은 서울 은평을이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가 넘게 나며 이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많았지만 개표결과 이 후보 49.51%, 천 후보 48.37%로 끝까지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현대가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동작을도 비슷하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민주당 이계안 후보도 방송3사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22.2%나 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박빙이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다 오후 11시30분을 지나며 정 후보가 5%포인트 가량 앞서 나가며 승기를 굳혔으며 최종결과 50.8%·44.04%로 정 후보가 현역 최다선인 7선 고지를 점령했다.

두 지역모두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와 격차가 15%이상 난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했던 지역도 있다. 서울 강서갑의 민주당 신기남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구상찬 후보에 6% 가량의 우위를 보여 왔고 이는 실제 투표결과로도 이어져 48.7%의 득표율로 구 후보(42.48%)에 6% 가량 앞서며 당선됐다.

조사결과와 실제 득표가 정확하게 맞았던 것이다. 이외 다수 지역에서 비슷한 예측을 보인 여론조사도 있었다.

여론조사 조작
피해자 발생도

결과가 이렇다 보니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생기고 있다. 당 경선 이후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에게 여론조사에 불만을 제보 받았다.

이 제보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지도 차이가 그렇게 까지 나지 않았는데 조직력을 앞세워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만들어 배포한 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는 “이미 결과는 나왔고 승복한다”면서도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제도 마련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여론조사에 대해 취재를 하게 되었으며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에게 여론조사 실체에 대한 문제점을 듣게 됐다.

이 실무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수위가 1부터 10까지로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10”이라고도 말했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조작의 방법은 많고 다양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 나갔다.

먼저 “의뢰인의 입김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기관도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임으로 돈을 지급하는 의뢰 업체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결과가 나왔을 때와 결과가 나오기 전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 된다”며 “방법은 간단하다. 결과가 나왔을 때 원하지 않는 설문은 짬 시키고(결과에 반영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는 많이 반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눈을 현혹 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100점 만점에 70점과 5점 만점에 3.5점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척도 스케일을 바꿔 눈을 현혹시키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결과가 나오기 전의 작업(?)도 소상히 밝혔다. “의뢰인과 협상할 때 설문지를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이다”며 “보통 보기를 줄때 가나다순으로 나열하지만 의뢰인을 유리한 1번으로 주어 상대비교에서 우선순위를 준다”고 밝혔다.

“또 의뢰인에게 유리한 보기를 우선순위에 배치하고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 직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가능” 폭로
유권자의 판단 결정과 판세 읽어가는 잣대로 자리매김 해야

전화조사도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집 전화 등재가구가 50% 밖에 되지 않는데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실토했다.

또한 “조사자체가 사람이다 보니 문제가 많다”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 지방선거부터 RDD방식을 적용했지만 결번이 많아 응답률이 20%도 안 된다. 또한 응답에 소극적인 표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종의 말장난(?)도 있음을 인정했다. “원하는 응답을 유도 하는 것인데 대선주자 인지도 조사인 경우 예를 들어 문재인과 김두관 등 비슷한 보기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경우 문재인을 띄워주는 조사인 경우 ‘문재인이요?’ 하면 대부분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방법이 전화조사 뿐만 아니라 면접조사에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제제가 없냐는 질문에는 “조사결과를 3~6개월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감사가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으며 “녹음도 100%하는 것이 아니라 30%만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고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범죄행위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모든 것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행위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1인 1휴대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여론조사 회사들도 패널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자체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시급

이처럼 여론조사는 매 선거 때마다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또 다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낮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출구조사 때는 모집단의 연령별 분포를 정확히 배분하기가 어렵다”면서 “여론조사 기법을 현실화하고 출구조사 때도 모집단 설정 방식을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판단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판세를 읽어가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매김한 이상 더욱더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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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