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대선 경선 탈락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 하와이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이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밝히면서 복귀 여부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한 귀국 의사 표명일 수 있지만, 연일 이어지는 그의 ‘온라인 정치’와 국민의힘을 향한 날선 비판을 고려할 때, 정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꿈’서 지지자의 댓글에 “하와이는 놀러 온 게 아니고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을 온 것”이라며 “대선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히 하와이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가 남긴 추가 발언들은 정계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었는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 국민의힘에서 은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꼬마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그의 언행이 “더 이상 정치 안 하겠다”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던 은퇴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그는 출국 이후에도 온라인 소통 창구를 통해 사실상 매일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 “두 번 탄핵당한 당과는 절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홍 전 시장의 이 같은 비판은 그가 기존 정치 구도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치권에선 그의 계속되는 ‘온라인 정치’에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정치인의 모습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정계 은퇴는 곧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선언인데, 홍 전 시장의 행보는 사실상 ‘사이버 논객’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이는 은퇴 선언의 진정성에 의심이 드는 대목이자, 지지자들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짐이 된 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며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업고 새 판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기득권층 대변자였던 토리당이 몰락하고 보수당이 새롭게 등장 했듯이 판이 바뀌지 않고는 더이상 한국의 보수 진영은 살아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홍 전 시장은 ‘청년의꿈’을 통해 “누가 집권하든 내 나라가 좌우가 공존하는 안정된 나라가 됐으면 한다. 이 땅에 정통 보수주의자들이 새롭게 등장하기를 기원한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홍 전 시장이 제3지대에서의 독자 세력화나 신당 창당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특히 그의 화려한 정치 이력과 전국적 인지도, 두터운 팬덤을 고려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새로운 보수 정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홍 전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토리당이 몰락하고 보수당이 새롭게 등장했던 영국의 정치 지형 변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대선 이후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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