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고생 3명 사망 미스터리

2025.06.30 11:30:44 호수 1538호

학업 스트레스로 죽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부산 B 예술고등학교 무용과 여학생 3명이 같은 날 동시에 숨졌다. 사망 직전 가족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들의 휴대전화에선 관련 기록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지난 21일 오전 1시39분쯤 부산시 해운대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3명이 투신해 숨졌다. 사망 배경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전공 강사 교체에 따른 학내 갈등이 학생들의 사망에 간접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B 예술중·고교 H 교장은 지난해 B 예중 외부강사 채용을 앞두고 면접 질문을 특정 지원자에게 유출했다.

엉망진창

질문 내용을 받은 지원자는 H 교장 대학 후배로, 지난해 8월 면접을 본 뒤 외부 강사로 합격했다.

당시 부산시동래교육지원청이 학교 측에 보낸 공문을 보면 개인 위탁 외부강사 선정 시에는 학교 지침에 따라 평가위원을 평가 대상자와 이익이나 친분이 없는 자로 한정해 5~7명으로 구성해야 한다. 또 1차 제안서 평가 시 제출 서류에 대한 증빙자료와 허위 사실 제출 여부를 확인한 뒤 제안서 합격자에 한해 2차 운영 능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와 H 교장은 평가위원을 기준보다 적은 4명으로 구성했고 1차 제안서 평가도 진행하지 않았다. 제출 서류에 대한 증빙자료와 허위 사실 제출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내용과 관련해 최근 한 제보자가 부산금정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동래교육지원청은 지난해 10월 감사에 착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학교에 대해 ‘기관 경고’, H 교장에게 ‘경고’, 또 다른 교사에게 ‘주의’를 조치했다. 합격자는 2개월 만에 채용이 취소됐다. 후임 강사는 H 교장과 관련 없는 인물로, 채용 이후 학교 측과 수업 등과 관련해 갈등이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강사는 H 교장이 뽑으려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커리큘럼이나 실기 수업 준비 과정 등에서 학교 측과 갈등이 심했고 이런 문제가 지속하면서 학내 분위기는 어수선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을 경우 보통은 승진에 제동이 걸리지만 H 교장은 처분을 받은 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에서 승진해 현재 B 예중·고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를 두고 사립 학교이지만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날한시에···책임 회피한 학교장
인사 개입·채용 비리·증거인멸 논란

예술계 한 관계자는 “H 교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그럼에도 그가 무형문화재 승무 계승자로 B 예중·고 무용과 학생들의 진학 관련 성과를 내고 있어 학부모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과 동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 대해 특감이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H 교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매체 인터뷰에서 “면접 내용을 사전에 유출한 적이 절대 없다”며 “당시 교육지원청 처분이 견책 수준이어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후임 강사와 갈등이 지속됐다는 소문에 대해 그는 “교장이 강사의 수업에 전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처분받은 내용을 들춰내는 것은 누군가가 악의적이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려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에서 교장 연수 중이어서 내려가는 대로 적극 응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고생 3명이 사망 직전 가족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관련 기록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죽음의 원인이 학업이나 진로 부담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23일 경찰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세 학생은 숨지기 직전인 21일 오전 12시쯤 가족에게 ‘엄마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유족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의 휴대전화에서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 기록이 모두 삭제돼있었다고 한다.

이 학교 학부모회 간부이자 숨진 학생들과 친구 사이인 딸을 둔 이모씨는 “자필 유서를 남기고도 휴대전화 기록을 지운 건 상반된 행동”이라며 “무언가를 감추려 한 정황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숨지기 전날인 20일 오후 세 학생이 한 강사와 상담한 뒤 교실에서 울며 하교하는 모습을 친구들이 봤다는 목격담도 제기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반쯤 귀가했으나,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사퇴한 교사들은 알고 있다?
운영진 정치질에 분위기 어수선

일부 학부모들은 “실기 강사 14명 중 1명이 숨진 학생들이 속한 2학년 전체 수업을 전담했고, 나머지 13명은 1, 3학년 수업을 맡았다”며 “올해 3월 실기 강사 14명 중 11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고 밝혔다.

B 예고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5일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시 교육청은 15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투입해 B 예고 운영 법인 산하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일반고(남·여고)와 예술중·예술고를 운영하는 이 학교 법인은 1999년부터 경영권 분쟁 등 문제가 발생,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법인과 학교 측의 갈등은 지속됐고, 법인 측이 B 예고 교장 인사권에 개입하는 등 문제가 일면서 일부 학부모들과의 마찰과 다수의 민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학부모들이 제기한 민원을 비롯해 법인 운영 학교 4곳의 운영 전반에 대해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시 교육청이 요청한 B 학교 법인 임시이사 교체를 보류한다고 부산시교육청에 통보했다.

시 교육청은 지난달 말 이 학교 법인 임시이사 7명 중 4명이 사퇴함에 따라 후임자를 추천했고, 사분위는 지난 23일 회의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했다. 시 교육청은 이사진 교체를 시작으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분위 결정으로 학교 내부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B 예고 학부모회와 강사들은 지난 24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과 관계 기관의 특별하고도 엄중한 감사, 그에 따른 마땅한 처벌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게 해달라”며 “한 명도 아닌 세 명의 아이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반드시 명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학업 스트레스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년 초부터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학교 운영과 학교 재단의 운용이 무관하지 않다”며 “그 깊은 연관성에 대해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강사와 마찰?

이날 기자회견에선 학생들이 학교 무용 강사와의 마찰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학부모회는 “3월 새 학기 시작 직후 신임 강사와 학생들이 마찰하기 시작했다”며 “강사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지난 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학생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다른 사망 원인이 있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이는 유족들의 동의가 필요해 아직 본격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mk1@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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