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정책 없고 이재명만 난무했던 국힘

2025.06.04 17:17:21 호수 1535호

대선은 끝났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패배했다. 정치에서 패배는 늘 존재하지만, 정권을 잃는 패배는 단순한 선거 실패, 그 이상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정권을 다시 야당에 넘겨주며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총체적 위기를 맞이했다.



많은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이변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뻔했고 과정은 더 뼈아팠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치러진 특수한 선거였다. 선거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서 출발한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불리한 조건은 항상 존재한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이었다.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반 이재명’ 정서에만 의존한 선거 전략을 펼쳤다. 이는 전통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였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에 어필할 만한 메시지는 찾기 어려웠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반사이익이 아니라 명확한 대안과 지도력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그 부분이 완전히 비어 있었다.

선거 막판의 후보 교체 파동은 이번 대선의 전환점이자, 패배를 자초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선거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외부 인사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는 시도는 지지층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 시도는 당원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왜 이런 혼란을 자초하느냐’는 자조섞인 비판이 쏟아졌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후보에 대한 신뢰와 일관된 메시지인데, 국민의힘은 스스로 그것을 무너뜨렸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판을 뒤집으려고 시도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후보로 단일화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실제로는 자신 없는 모습만 드러냈다.

단일화가 결국 실패하면서, 당권을 이준석 후보에게 넘기려 했다는 거래설까지 터지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런 과정은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고, 결국 표심은 안정성과 신뢰가 있는 쪽으로 향하게 된다. 이 점에서 국민의힘은 정치적 진정성과 전략 양면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출당이나 제명 등 명확한 조치하지 않다가, 윤 전 대통령이 결국 스스로 탈당하면서 주도권을 상실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 국민의힘은 사실상 지도력 공백 상태다.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더 이상 비상하지 못하고 있고, 계파 간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는 여전히 영남권을 기반으로 당을 장악하려 하고, 이에 맞선 친한계(친 한동훈)는 대선 패배 책임론을 들고 당권에 도전할 움직임을 보인다.

문제는 그 싸움이 ‘정책 경쟁’이 아닌 ‘세력 다툼’이라는 점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정권 재창출을 꿈꾸기 전에 정당으로서의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선이었다.

정치는 신뢰다. 이번 국민의힘의 패배는 단순히 상대가 강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반복한 결과였다. 다시 국민에게 다가서기 위해선 ‘진정성 있는 쇄신’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기간 내내 내부 단결에 실패했다. 당 대표 출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경선에 반발해 탈당했고,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버렸다. 이를 막기 위해 특사단까지 보냈지만, 그는 끝내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 유세를 벌이면서 계파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런 와중에 강성 지지층은 윤 전 대통령 편에 서고, 당 지도부는 김건희 여사 논란에 사과하며 중도층을 잡으려는 엇박자 전략을 보였다. 결국 누구의 마음도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총체적 난국을 자초한 셈이다.

이렇듯 이번 국민의힘의 행보는 ‘정권 창출’보다는 ‘정권 포기’에 가까워 보였다. 정권 유지의 명분과 전략, 그리고 지도력 부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렇듯 선거 결과는 단순한 패배가 아닌, 앞으로 국민의힘은 정치적 성찰의 기회로 삼고 극우 세력과의 단절, 내란 세력 색출, 계파 갈등 봉합 등의 기치로 국민적 신뢰를 도모해야 한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자신을 스스로 ‘보수’라 정의하지만, 정작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망각한 채 권력에만 집착해 왔다. 법치주의는 권력자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고, 안보는 정치적 이득을 위한 레토릭으로만 쓰였다. 보수의 핵심인 절제, 안정, 질서보다 더 우선된 건 오직 ‘이재명 반대’ ‘문재인 심판’이라는 구호였다.

국가 운영 비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반복하며, 스스로 보수의 명분을 무너뜨렸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민의힘은 사실상 ‘대통령의 정치 사조직’으로 퇴화했다. 정당은 자율성을 잃고, 청와대의 의중만 살피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검사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인사·정책 라인은 대통령의 뜻에 줄서기로 일관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권력 감시 기능은 마비됐고, 당은 행정부의 부속 기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힘은 대중 앞에 내세울 정책과 비전이 사라진 지 오래다. 민생, 복지, 경제, 기후위기 등 중대한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놨나? 떠오르는 건 오직 ‘이재명 구속’ ‘문재인 조사’뿐이다. 이런 정치는 정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중도층은 점점 이탈하게 만든다.

정권 비판만으로는 집권도, 정치적 생명도 지속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 이후의 국민의힘은 지도력 공백 상태에 빠졌다. 유승민, 오세훈 등 당내 잠재적 대안 세력들은 경선 자체를 거부하거나 배제됐고, 남은 건 무책임한 친윤 세력과 입장을 뚜렷이 밝히지 못하는 기회주의자들뿐이다.

당의 내적 자정 능력은 사라졌고, 권력 핵심에 기대 생존하던 의원들은 동반 추락할 위기에 있다. ‘지도자 교체’가 아닌 ‘정당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그럴 역량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권력욕에 찌든 집단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진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인가. 후자를 선택하려면, 반대 진영 때리기를 멈추고, 경제·안보·복지 등 각 영역서의 실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 중심의 정당, 책임지는 정당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고, 유권자들의 신뢰도 회복할 수 없다.

정당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보수의 이름으로 집권하고 싶다면, 먼저 그 보수의 철학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국민은 더 이상 ‘이재명이 싫다’는 이유 하나로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다음 보수의 미래는 ‘탈 윤석열’ ‘탈 반이재명’, 그리고 정책 중심의 가치 회복에 달려 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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