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 사의 “지금이 책임 적기로 판단”

2025.07.01 13:31:56 호수 0호

한 달 전 “흔들림 없이 역할 수행하겠다”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16일 임기를 시작한 지 약 9개월 만의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심 총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은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에 대한 반발이 사퇴의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로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논란이 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포기 등 논란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심 총장의 사의 표명은 최근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되는 등 검찰개혁을 이끌 새 진용이 갖춰진 직후에 이뤄졌다. 이는 자신을 임명한 이전 정부와는 다른 방향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의 사퇴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검찰 조직 전체의 동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비롯한 다수의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도 심 총장과 뜻을 같이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지휘부의 공백도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률로 2년이 보장돼있지만, 정권과의 갈등이나 검찰 관련 주요 정책 변화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심 총장의 이번 사퇴 역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재현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심 총장의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 총장이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됐던 인사인 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해오고 있는 검찰개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발맞출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심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시킬 경우, 검찰 조직의 반발과 동요가 계속될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이는 정부와 검찰 간 갈등을 장기화시킬 수 있으며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표를 즉시 수리함으로써 갈등을 조기에 매듭짓고 검찰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5월21일, 심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및 조상원 4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그러면서 “총장으로서 그렇게 (흔들림 없도록) 일선을 지휘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랬던 심 총장도 정권이 교체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같은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심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오자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당시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이던 윤 전 대통령 측근은 구속 기간 만료를 주장하며 구속 취소 심사를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지귀연 부장판사)은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구속 취소를 결정했고 결국 석방됐다.


지 판사의 구속 기간 계산 방식을 두고 ‘갑작스러운 해석 변경’에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그는 기존의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대검찰청은 “구속 기간 산정과 관련된 법원의 새로운 해석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즉시항고를 하더라도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 출신의 전직 대통령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항고를 포기해 ‘봐주기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법원의 이례적 결정에 검찰이 직무를 유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일부 검사들은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수십여년간 이어져 온 구속 기간 관행을 뒤집은 법원 결정에 항고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검찰 지휘부의 결정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심 총장은 지난해 9월1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의해 제46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돼 같은 달 16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던 바 있다. 그의 중도 사퇴로 검찰은 또다시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으며, 향후 검찰 조직의 안정과 수사의 향방은 한동안 불투명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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