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수사기관에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장급 간부를 해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라는 지시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직후 임무로부터 배제된 인물이어서, 이번 조치가 이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호처는 지난 1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부장급 간부 A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임은 경호처 내부 규정상 파면 다음으로 무거운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경호처 관계자는 “(해임)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 세부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A씨는 지난 1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와 수사 당국 간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서 열린 경호처 간부회의서 “위법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임무서 배제됐고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 A씨는 지난 1월22일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이후 경찰과 경호처의 분위기에 관해 상호 의견 교환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경찰 측 또한 경호처로부터 기밀 사항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경호처는 “A씨가 주요 시설물 위치 등 내부 정보를 전달하는 등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보안업무규정 등을 위반해 인사조치를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반대한 데 따른 불이익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자유로운 의견 개진 등 의사소통 과정서 나온 발언에 대한 그 어떤 불이익도, 인사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경호처 안팎에선 김성훈 경호차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처장 직무대행 자격을 유지한 상태서 지시에 불응한 경호처 간부 및 직원들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 8일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밀착 경호하는 김 차장의 내부 장악력이 강화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 최근 경호처 내부 분위기였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징계 사유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해임은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고 전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서도 이번 조치가 정치적 성격의 보복성 징계라며 성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이 석방된 뒤 경호처는 지난 1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체포 방해 명령에 불응한 경호처 직원을 해임 의결했다”며 “윤 대통령의 보복이 시작됐다”고 맹폭했다.
이들은 “위법 명령을 내린 자가 이를 거부한 준법 공무원을 해임 처벌하는 기가 막힌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며 “공직 사회는 이제 법이 아닌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그랬듯, 해임된 경호처 직원 역시 해임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반드시 복직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법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은 처벌, 징계사유가 아니라 공무원의 의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경호처 수뇌부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세 차례나 반려한 것을 지적하며, 사태를 초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윤종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용납할 수 없는 적반하장이 벌어졌다. 내란 세력이 정치 보복을 자행했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이 구속 취소되자 보복의 칼을 빼들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은 직무 정지된 상태서도 벌써 정치 보복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은 피아를 가리고 자신에게 걸리적거리면 정치 보복을 일삼았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토사구팽당했고, 심지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수거’당할 뻔했다”며 “과거를 보면 윤석열이 어떤 정치 보복을 할지 눈에 선하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내란 수괴 탄핵을 기각한다면 보복의 칼날이 온 나라를 뒤덮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경호처를 비롯한 내란 정부에 경고한다. 내란 세력에 부화뇌동해 12·3 내란을 막기 위해 애쓴 공직자들을 보복한다면 반드시 내란 동조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의결 내용은 경호처법에 따라 경호처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확정하게 된다. 현재 윤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돼있는 만큼 A씨는 최 권한대행에 의해 해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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