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통일부 간판’ 교체 꺼내든 정동영, 왜?

2025.07.02 17:10:06 호수 0호

지난 24일 “적극 검토할 필요 있어” 주장
“후보자 신분에 헌법정신에도 부합” 비판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통일부 명칭 변경 논쟁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통일부 부처 명칭 변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바탕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부의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단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5000만 국민의 지상 명령이고 지상 과제다. 통일은 마차고 평화는 말에 해당하는데,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고 말이 앞에 가야 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브란트정권이 한국의 통일부와 상통하는 ‘전독부’를 동·서독관계부를 뜻하는 ‘내독부’로 변경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통일부의 남북 회담, 교류 협력, 개성공단 지원 등 조직을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 축소한 것에 대해 “비정상”이라면서 “통일부도 역할과 기능,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의 이날 발언은 대북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새 정부와 북한의 평화 노선을 적극적으로 열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찬반 논란으로 번지자 정부조직 개편안을 준비 중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사흘 뒤인 같은 달 27일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진지하게 논의한 바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나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현명한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나흘 뒤인 지난 1일, 국정위도 통일부 명칭을 ‘한반도평화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북한이 2023년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통일을 내세우면 평화적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통일을 대통령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통일부에서 통일 명칭을 빼는 것은 헌법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일부는 1969년 국토통일원으로 출발해 1990년 통일원, 1998년부터 현재의 통일부로 명칭을 유지해 왔다. 역대 정부에서도 통일부 폐지나 명칭 변경 논의가 있었지만, 헌법정신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현재까지 존속돼오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4~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문재인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도 지난 1일, 헌법 조항을 근거로 명칭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 부각 차원에서 통일부 명칭을 유지하고, 대신 대대적인 조직 및 업무 재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헌법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함에 따라 명칭을 유지하면서 헌법 수호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여권 내에서도 통일부의 명칭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우리의 목표가 통일인데 왜 목표를 바꿔서 과정으로 가느냐”며 ‘통일부 명칭 변경’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당내 분위기도 “통일부 그대로 가자는 것이 더 많더라”라고도 전했다.

이와 별개로 정치권 일각에선 아직 정식 장관으로 임명되지도 않은 후보자가 간판을 먼저 바꾸려 하는 게 적절한 처사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또 통일부의 명칭을 변경하는 게 자칫 통일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중요한 건 통일부에 대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내부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하고, 어떻게 정책을 재정립해 나갈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도 “우리가 통일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북한이 대화에 불응하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고 해서 거기에 맞춰 명칭을 바꿀 게 아니라, 우리의 방향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명칭 변경은 오히려 남남갈등을 키울 우려가 크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북한이 김일성 시절부터 내려온 ‘조국 통일’의 기조를 뒤집고 대한민국을 적대국이라고 규정했는데, 굳이 헌법에 명시된 통일의 명칭을 빼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인사청문회도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 신분으로 부처 명칭 변경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먼저 꺼내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며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충분한 내부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꼬집었다.


<jungwon933@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