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KAI 사장, 새 정부 첫날 사의 표명 “전통 잇는 것”

2025.06.04 16:52:46 호수 0호

차기 사장 선임 전까진 직 유지
업계선 ‘그럴 줄 알았다’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새 정부 출범 첫날인 4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정부서 임명된 공기업·공공기관 수장들의 대거 사퇴 움직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가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이날 오전 KAI의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해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강 사장의 사표는 즉각 수리되지 않고, 차기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직이 유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KAI 사장은 정권 내내 임기를 다 마치는 경우보다 정권교체 시점에 먼저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강 사장의 행보는 이런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 사장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고, 강 사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용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당초 강 사장의 임기는 오는 9월5일까지였으나, 그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으로는 그간의 경영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국내 방산 업체들이 수출 증대에 힘입어 고공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KAI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취임 이후 수출 활성화를 위해 3차례나 조직을 재정비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최근 필리핀과의 FA-50 추가 수출 계약이 성사됐지만, 이는 강 사장 임기 중 이뤄진 유일한 대규모 계약이다. 취임 초기에 폴란드와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취임 직후 성사된 것으로 그의 실질적인 공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 사장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헬기 판매에도 주력했지만, 이라크에 수리온 헬기 2대를 수출한 것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KAI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강 사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강 사장은 공군 참모차장과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을 역임한 군 출신으로, 국내 1세대 시험비행 조종사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배경 탓에 새 정부 출범 직후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정치권과의 인사 청산 움직임을 예의주시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KAI 사장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선이 변경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진다. KAI 역대 사장을 보면 대부분 관료 또는 군 출신이었다.

과거 KAI 사장 인사를 살펴보면,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관료 출신인 정해주 사장이,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차관보 출신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서 활동했던 인물인 김홍경 사장이 직을 맡았다.

박근혜정부에선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도 기존 사장이 교체되고, 내부 승진으로 발탁된 하성용 사장이 취임했지만, 원가 부풀리기와 협력업체 비리 수사 등의 논란 속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결국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정부에선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김조원 사장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안현호 사장이 KAI를 이끌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치권서 KAI 인사 교체 얘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강 사장이 먼저 손을 들어올린 것은 새 정부에 자진 후퇴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정치권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 인사 청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강 사장의 움직임이 향후 인사 변동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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