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합동참모본부 및 계엄사령부 간부와 잇달아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화 시기는 2024년 9월부터 12월까지다. 이때는 드론작전사령부와 합참이 실행한 ‘평양 무인기 작전’을 논의한 시기다. 노 전 사령관과 통화한 합참 간부는 이 작전을 관리·감독할 위치에 있었다. 해당 간부가 노 전 사령관과 20번 넘게 통화한 점을 보면 종합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하 평양 작전)은 드론작전사령부가 추진하면서 합동참모본부가 지휘·보고를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12·3 내란 직전까지 합참 간부와 3개월간 수십 차례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이 북풍 무인기 공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무인기와 노상원
노 전 사령관과 통화한 인물은 육군사관학교 53기 정상진 현 제20기갑여단장(준장)이다. 정 여단장은 합참 합동작전과장 출신으로 합참 비서실장을 지낸 ‘작전통’이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빌미로 삼을 ‘북풍 공작’ 준비를 위해 배치한 ‘용현파’ 중 한 사람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정 여단장은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1사단 12여단장 시절 대대장이었다. 이 인연은 2024년 말 합참 작전본부까지 이어졌다. 그는 합참 작전본부에서 이 전 본부장의의 지시를 수행하면서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과는 평양 작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정 여단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25일과 10월2일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내란 특검팀은 정 여단장을 포함한 합참 관계자들을 상대로 평양 작전이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이 전 본부장의 주장을 따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 여단장은 노 전 사령관과 2024년 9월부터 12·3 내란 직전까지 20여차례 통화했다. 일주일에 최소 한두 번은 연락한 것이다. 이 기간은 김 전 사령관과 이 전 본부장이 비화폰으로 100여차례 통화한 시기와 겹친다.
김 전 사령관과 이 전 본부장의 통화는 평양 작전이 벌어진 같은 해 10~11월에 집중됐는데, 노 전 사령관과 정 여단장도 마찬가지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이 전 본부장 지시 내용에 수사 초점을 맞췄다. 정상 작전 논의 차원이 아니라 김명수 전 합참의장을 건너뛴 김 전 장관의 지시 하달이 있었는지를 의심했다.
노·정 통화, 드론사·합참 ‘평양 작전’ 논의 시기 겹쳐
정, 평양 작전 관여 의혹에 내란 특검 두 차례 조사
이 같은 판단은 합참 관계자들이 “김 전 장관이 2024년 11월18일 이 전 본부장에게 ‘다음 오물 풍선이 오면 작전본부장이 나에게 상황 평가 결과 원점 타격이 필요하다고 보고해라. 그러면 내가 지상작전사령부에 지시하겠다. 내가 지시한 것을 김 의장에게 보고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진술이 뒷받침됐다.
김 전 사령관은 평양 작전 계획·실험 단계였던 2024년 6월부터 북한 전단 살포 계획이 담긴 보고서를 합참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반대로 김 전 의장은 지난해 6월 무인기를 활용한 전투실험 계획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았으나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김 전 장관 취임 이후에 알았다고 내란 특검팀에 주장했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2024년 11월22일 김 전 장관에게 원점 타격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김 전 장관이 이 전 본부장에게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나한테 직접 보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정황을 파악했었다. 김 전 장관은 내란 나흘 전인 11월29일 이 전 본부장에게 본인이 지시하면 원점 타격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재작성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2022년 5월부터 한남동에서 만나왔다. 2024년 5월부터 경호처장이던 김 전 장관을 찾는 일이 빈번했는데, 이때는 김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을 만났을 때와 겹친다. 김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평양 작전 시점인 2024년 9월 말부터 11월까지 비화폰으로 30여회 통화했다.
내란 특검팀이 노 전 사령관을 여러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던 이유다. 내란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평양 작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그의 수첩에 등장하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내용대로 ▲평양 작전이 북풍 공작의 일환이었는지 등을 들여다봤으나 노 전 사령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합참 “정, 전혀 사저에 인지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
파면된 김흥준 전 계엄사 참모장도 연락 수사 불가피
정 여단장과 노 전 사령관의 통화 기록은 내란 특검팀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겼었다. 경찰은 2차 종합특검팀의 요구로 내란 특검팀이 끝맺지 못한 내란·외환 수사기록을 송부했다. 종합특검팀은 이들이 통화한 시기가 평양 작전의 중심에 섰던 이들과 겹치는 만큼 실제 평양 작전을 논의했는지와 우연의 일치인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합참은 “정 여단장은 무인기 작전에 대해 전혀 인지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군 안팎에서는 정 여단장의 갑작스러운 보직 이동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예비역 장성은 “본래 정 여단장이 계엄과장이었고 권영환 대령이 합작과장이었다. 2024년 2월에 둘의 보직이 서로 바뀌었다”며 “이례적인 일이었다. 군 안에서는 당시 ‘김용현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 경호처장 시절부터 군 인사를 쥐락펴락해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굉장히 불편해했다”고 주장했다.
내란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등을 근거로 내란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기획됐다고 봤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여인형, 소형기, 박안수, 김흥준, 손식’ 등 군 장성 이름이 열거돼있다. 이들 모두 2023년 10월 전후 진급 또는 인사 대상자들이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2023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해 방첩사령관으로, 소형기 육군사관학교장은 같은 시기 방첩사 2인자인 참모장으로, 박 전 사령관은 대장 진급과 동시에 육군참모총장, 김흥준 전 육군 정책실장은 육본 참모부장으로 임명됐다.
이 중 김 전 실장도 노 전 사령관과 연락했다. 그는 계엄사령부 참모장으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을 직접적으로 보좌했다. 김 전 실장은 계엄사 편성 및 운영에 관여해 중징계 파면 처분을 받았다. 그는 국방부의 판단에 불복하고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계엄사에도 영향?
김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4일 윤석열씨가 국방부 전투통제실에 방문했을 때 김 전 장관, 박 전 사령관, 정진팔 전 합참 차장과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은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버스 출발 지시를 내렸는데, 고 전 차장은 김 전 실장으로부터 박 전 사령관의 전언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에도 장성들은 회의를 주재해 합참과 국방부가 있는 서울로 다시 재출발을 지시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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