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화재 사고는 자칫 핵심 증거까지 소실돼 원인 규명이나 책임 입증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차량 하부에서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한 뒤, 차주가 직전 수리 과정의 정비 불량 가능성을 제기해 책임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난달 31일 ‘보증수리 이후 자동차에 불이 났다. 공업사는 책임 회피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시께 지인들과 드라이브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던 중 차량에서 탄내를 맡았다. 이후 배기라인 쪽 방열판에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해 물로 임시 조치한 뒤, 견인차를 불러 인근 24시 무인 정비소로 차량을 옮겼다.
곧바로 증거 사진을 찍고 조치를 마쳐 불이 더 이상 번지지는 않았지만, 인접한 메인 프레임 일부가 새까맣게 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공개된 사진엔 불에 탄 차량 하부와 방열판의 모습 등이 담겼다.
해당 사진과 관련해선 “추후 증명을 위해 사고 당일 차량을 띄우고 바로 찍었다”며 “언더커버로 막혀있는 부위라 제가 건드릴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선 “당시 차를 띄워 확인해 보니 촉매변환기(이하 촉매)가 방열판 쪽에 맞닿은 채 까맣게 타 있었다”며 “평소 이용하던 정비소에 문의한 결과, 수리 당시 촉매와 연결된 배기 플렉시블 파이프(이하 자바라)가 재장착되지 않은 점이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촉매는 배기가스 속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을 이산화탄소와 물 등으로 바꾸는 장치로, 화학 반응 과정에서 높은 열이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자동차 화재 실태와 발화 원인 조사’에 따르면, 일반 주행 조건에서도 촉매 장치 인근 온도는 40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방열판의 주 소재인 알루미늄의 용융점은 약 660도 수준이지만, 촉매와 맞닿은 채 주행됐다면 접촉 부위의 온도는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직전 보증수리를 맡겼던 센터 측이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A씨는 “센터 측은 ‘방열판이 탈거돼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는 말만 했다”며 “저는 지난해 12월 엔진 수리를 받은 뒤 가혹주행도 없이 출퇴근으로만 차량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렁크에 방열판도 그대로 보존한 데다, 차를 띄우자마자 탄화된 부위와 자바라가 빠져있는 사진도 확보했는데 이런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당시 방열판을 떼지 않았으면 차량이 더 크게 탔을 텐데도 센터는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보상과 원상회복을 받을 수 있을지 알려달라”고 조언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그냥 넘어갔던 사소한 것들도 모두 기록해야 빌미를 잡히지 않는다” “뭔가 다른 증상도 찾아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선 자동차 화재의 경우 자칫 증거도 함께 사라질 수 있어, 소비자 개인의 힘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거나 과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자동차 정비 업계 관계자는 1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원인과 정비 불량 여부를 가리려면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방법도 현실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의 원인에 대해선 “자바라 이탈로 배기라인 정렬이 틀어지면서 촉매가 방열판과 접촉한 상태로 주행한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촉매의 고온에 의해 방열판이 용융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주변 가연성 물질 등이 개입되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머플러 등 배기라인 체결 불량이 심할 경우, 인접 연료라인 손상으로 휘발유가 누출돼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분쟁에서 책임 입증이 어려운 만큼, 소비자가 실제 배상받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7월 소비자원은 자동차 정비 불량 관련 소비자 피해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접수된 차량 정비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953건이다. 이 가운데 배상이나 수리·보수, 환급 등 합의된 경우는 36.9%(352건)에 그쳤다.
피해 유형별로는 정비 후 차량 손상이나 하자 재발 등 ‘정비 불량’이 73.3%(699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수리비·진단료·견적료 등을 사전 안내 없이 청구하거나 과잉 정비하는 등의 ‘제비용 부당청구’가 18.2%(173건)로 나타났다.
당시 소비자원은 “정비 후 차량 고장이나 과잉 정비가 의심되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사업자의 책임을 규명하기 쉽지 않다”며 “정비 의뢰 시엔 점검·정비 견적서를, 정비 완료 후엔 명세서를 발급받아 정비 내역과 실제 작업 내용을 비교하는 등 차량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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