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대표적인 국내 로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구인·구직 아르바이트(알바) 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무(차량 운전)에 비해 지급 비용이 너무 저렴하게 책정돼있는 데다 차량마저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당근에 좋은 알바 있어서 추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내일 정동진까지 운전해주실 분(차 있으신 분)’이라는 당근 알바 글을 직접 캡처해 올렸다. 알바 구인 글에는 건당 7만원이 지급되며, 10시에 서울서 출발해 정동진까지 총 4명을 데려다주는 업무라고 소개돼있다.

해당 글은 2000명이 넘는 당근 회원들이 조회했으며, 5명이 지원했다.

A씨는 “왕복 500km 4명 꽉 채우고 7만원 일당 뛰실 분. 방금 올라온 우리 동네 당근”이라며 어이없어했다.

보배 회원들은 “왕복 기름값도 안 나오네. 제정신이 아니네요” “와,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택시를 타라” “70만원이면 모를까, 7만원? 게다가 4명 꽉 채우고서?” “9시간에 7만원이면 최저임금도 안 되네. 기름값, 점심 식대 생각하면 마이너스일 듯” “솔직히 20만원이면 갈 듯” 등의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회원은 “가끔 자차로 기름값 포함해서 부산도 10만원에 올라오던데…아무래도 정줄 놓은 듯”이라고 개탄했다.

반면 회원 ‘엔O’는 “내용엔 편도 7만원이네요. 편도면 손해는 아닐 듯하다. 택배라고 생각하면 무거운 물건 4개”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회원은 “정신나간 알바 모집글을 올리는 건 이해가 간다”면서도 “정신나간 알바 모집에 지원하는 사람은 뭘까? 어떻게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5명의 지원자들에 대해 비토 목소리를 냈다.

과거 지인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회원 ‘우유빛OOO’은 “어떤 사람은 원룸집 이사하는 데 운전만 해주면 된다는 구인 글을 보고 대화를 나눠 보니 ‘시간당 2만5000원인데 개인 트럭 있느냐’고 묻길래 ‘그냥 개인 용달 부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해당 글이 논란으로 불거진 이유는 ▲차량이나 유류비가 별도로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 ▲전혀 고려되지 않은 차량의 감가상각비 등의 이유 때문이다.

확인 결과 서울 자양동서 정동진까지의 이동거리는 대략 230여km로 유류비만 약 3만원 이상(왕복 시 7만원가량)이 소요되며 톨게이트 비용 12100원(편도)이 발생한다. 점심 식대의 지급 여부도 기재되지 않았다. 게다가 최저시급(9860원)으로만 계산한다고 해도 총 10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면 9만8600원인데, 7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여객 운수 알바는 사실상 불법이라는 점이다. 자가용으로 유상의 요금을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받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돼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자동차의 유상운송금지)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는 운송용으로 이용할 수 없다. 또 고객 유치의 목적으로 노선을 정해 자동차를 운행해서도 안 된다.

다만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카풀), 천재지변이나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은 경우는 가능하다.

불법 유상운송 적발 시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분 및 벌금 1000만원에 처해진다.

10일, 당근마켓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근 알바는 운영 정책상 ‘승객운송’은 게시 불가 업종으로 분류돼있다”며 “게시글 공고 단계서 모니터링을 통해 승인을 거절하고 있는데, 이를 피해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추가 모니터링을 통해 미노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게시글 역시 운영정책을 위반해 현재는 미노출 상태로, 채용 과정서 유상운송과 관련한 채팅이 확인될 경우 시스템서 자동으로 ‘현행법을 위반하는 업무니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해 이용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