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사고 볼링절” 도 넘은 여초 커뮤니티 조롱 논란

2024.07.03 09:52:46 호수 0호

취재 결과 진원지는 ‘여성시대’ 아닌 ‘투디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볼링절이 어제인 거지? 0701?” “볼링절 7.1 기억하기도 쉽네. 곧 재기절임” “하 볼링절 얘기 그만해줘 여시들아 간신히 웃참중이니까” “누가 볼링절이라고 해서 웃음 터졌어. 죄송합니다.” “아 ㅁㅊ 죄송합니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서 차량 역주행 사고로 15명의 사상자를 냈던 이른바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두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서 ‘불링절’이라고 칭해 파장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다음 여초 카페로 알려진 ‘여성시대(여시)’엔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대해 이 같은 조롱조의 글과 댓글이 게재됐다. 이날 여시 회원들은 승용차가 도보로 돌진해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들이받는 당시 사고 현장 영상을 볼링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 쓰러져간 시민들의 죽음을 ‘볼링절’이라고 조롱했다.

이튿날인 2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시청 사고 여성시대 반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여성시대 N번방 사건에 이어 이번엔 시청 사고를 볼링절이라고 놀리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게 대한민국 2등 플랫폼 다음 카카오 카페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언론, 대기업 모두가 쉬쉬하고 있다. 여성만 가입 가능하고 가입 시 인증 절차도 빡센 여성시대의 회원 수는 85만명”이라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여자친구, 당신의 와이프, 당신의 딸도 여성시대서 저렇게 놀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런 나라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 남자들 파이팅이다. 오늘따라 재기 형님(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이 보고 싶네”라고 덧붙였다.

보배 회원들도 “지 애비가 사망해도 저런 말이 나올까?” “신나게 맞아보면 저딴 소리 못할 텐데” “제발 출산은 하지 마라. 아무리 인구절벽이라고 해도…” “정신병자 집단” “미치지 않고서야…쓰레기들이다” “같은 여자로서 창피하다. 요즘 일베보다 더한 것 같다”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죽었는데 진짜 저러고 싶나?” 등의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하지만 3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시청역 역주행 사고 조롱글의 진원지는 여시가 아닌 ‘투디갤’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디갤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서 독립한 여초 커뮤니티로 2D 애니메이션, 만화 관련 사이트로 2차원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 올라와 ‘투디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고 당일이었던 지난 1일, 투디갤에는 ‘갈배가 한남’이라는 제목과 함께 “축제다 빵디 흔들어~~”라는 글에 투디갤 회원들은 “굿다이노~” “많이도 갔노 ㅋㅋㅋ 축제다~” 등의 비상식적인 댓글이 달렸다. 한남이란 한국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이날 <일요시사>는 여시 카페에 접속해 ‘볼링절’로 검색을 시도했지만 관련 글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여시 회원은 “여시서 볼링절 검색하면 볼링절의 ㅂ 글자도 없는데 허공에 대고 열심히 패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운전자 B(68)씨가 몰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서울시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을 역주행하면서 발생했다.

A씨 차량은 교차로서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친 후 BMW, 소나타 차량까지 차례로 충돌했다.

이 차량은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멈춰 섰다.

이날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사망자는 모두 30~50대 남성 직장인으로 파악됐다. 이 중 4명은 같은 인근 은행 직원이었고 2명은 시청 공무원, 3명은 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튿날(2일)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애도 메모를 남기는가 하면, 국화 꽃다발을 헌화하기도 했다.


한편 B씨는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당시 현장 목격자들은 급발진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이었다면 해당 차량처럼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멈추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B씨가 68세의 비교적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운전 미숙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지만, 현직 버스 운전기사로 교통사고 한 번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교통사고의 원인 파악은 차량 내 블랙박스가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급발진이 인정되더라도 역주행, 횡단보도 돌진 등을 이유로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용우 남대문서 교통과장은 전날 기자단 브리핑서 “급발진이라고 해서 적용 혐의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남대문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국과수 감식서 차량 결함(급발진)으로 인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2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급발진으로 의심된 사고에 대해 감정을 진행한 결과 364건 중 급발진으로 인정한 사례는 ‘0건’이었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운전자의 차량 미숙’ 등으로 판단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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