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24 01:01
'세월호 특별법'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최근 신현돈 1군사령관(대장)의 근무 위반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군기강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안 그래도 윤모 일병 총기난사 사건과 윤모 일병 폭행사건으로 벌집 쑤셔 놓은 듯한 상황에서 1군단 전체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의 처신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북한 핵 위협 등 안보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에서 사병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추태를 보였다는 점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6월19일, 신 사령관은 자신의 고향인 충북의 모교에서 안보 강연을 하고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문제는 술을 마시던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인 관계로 전군에 특별 경계태세가 내려진 시기였다는 것이다. 군형법 제30조1항에 따르면, 근무지 이탈은 적전시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전쟁중이나 계엄지역인 경우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 밖의 경우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다스리는 등 형벌이 상당히 무거운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4월17일, 진도실내체육관 방문) "단계 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4월21일, 청와대 특별수석비서관 회의) "이번 세월호 사고로 소중한 자녀를 잃으신 부모님들의 아픔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5월8일, 페이스북)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가족과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4월29일, 청와대 국무회의) '책임', '엄벌' 등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건이 있었던 4월16일 이후로 시종 일관된 발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잠수부들의 불철주야 수색작전에도 생존자 구조 소식 대신 사망자 숫자만 점점 늘어갔고,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등의 정치일정 속에 자연스레 여론에서 멀어져 갔다. 정치권에서 3차 재협상까지 가는 등 천신만고 끝에 '세월호 특별법'을 내놨지만
7·30재보궐선거에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되레 역풍으로 쓴잔을 들이켰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선진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보은 공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권은희 당선인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유력 인사가 공천받지 못하고 명분도 없는 엉뚱한 다른 지역으로 공천받아 7·30재보궐 선거에서 쓴잔을 들이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이에 화답하듯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8일, 한 대담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뜻을 물어 지역 주민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고 중앙당에서는 선관위에 보내기 위한 요식행위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앞으로) 절대 전략공천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 사령탑이 공개석상에서 현행의 하향식 공천제도를 부정하며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자, 일각에서는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는 '말의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며 실제로 말(공약)으로 시작해서 말로 종료되는데, 그 동안 정치권은 대선이나 총선 등 굵직굵직한
세월호 참사 등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현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낙승을 예상했던 7·30재보궐선거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김한길·안철수 등은 물론, 주승용 사무총장, 우원식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경기 수원병에서 고배를 마셨던 손학규 상임고문도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새누리당도 선거 승리의 여흥에 분위기를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도부와 선거 당선인들과의 포부가 다소 엇박자를 내는 분위기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거 대승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은 새누리당이 혁신하겠다는 각오와 민생 경제를 살려서 생활고에 지친 주름살을 펴주겠다는 약속을 한 번 더 믿어보자고 표를 줬다. 새누리당은 보수 혁신, 새누리당 혁신, 국가 대혁신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민생경제 살리기에 몰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7·30 재보선이 4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간 15곳에 이르는 각 지역별 대진표 작성을 두고 눈치 작전이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새누리·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등 여야는 그동안 총선 및 재보궐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상향식 공천' '공천 개혁'을 부르짖어 왔지만, 항상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공천잡음을 냈던 게 사실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극근으로 분류되는 금태섭 대변인이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당내 수십명 의원들과 지역위원장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샀다. 금 대변인은 해당 지역구에 이렇다 할 연고도 없는 상황인데, 명분도 없이 출마한다는 내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새민련은 3일,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후보로 앉히며 내부 공천 잡음을 정리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 전 부시장은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계 사람으로 당초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당의 전략공천으로 동작을 전투에 나서게 됐다는 사실이다. 여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새누리당은 경기 평택을 경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인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난달 24일과 31일,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지난해에 추락했던 비행체가 발견돼 심각한 군의 전비태세에 허점을 노출시켰다. 게다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조차도 무인항공기 소식을 며칠 뒤에서나 보고 받는 등 군의 생명인 보고체계에도 구멍이 존재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냈다. 군은 파주와 백령도에서 수거한 기체를 다루는 데도 적지 않은 미흡함을 보였다.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군의 이 같은 초동대처 미흡과 보고체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파주 추락에 대한 수사가 나흘이나 걸린 점에 대해 “무인기에 낙하산도 있고 대공 용의점이 있는데도 최초 수사가 신속하게 마무리되지 않는 바람에 장관이 알지도 모른 채 며칠이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처음에는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오판해 무인기를 맨 손으로 만지는 등 증거를 훼손하는가 하면, 국내 제작자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며 “북한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북한은 지난해 3월부터 소형항공기 타격 가능성을 공언해왔는데 그
[일요시사=경제2팀]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을 겪었을 때 정부가 내세웠던 주장 중에 하나가 ‘싸고 질 좋은’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청문회 때 한 국회의원이 “싸고 질 좋은 소고기가 있으면 어디 한 번 가지고 와보라”고 호통쳐 두고두고 회자됐던 사례도 있다. 소고기 수입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정부가 공기업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나 민영화로 변경시키려 할 때 항상 내세우는 논리는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도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는 수서발KTX 법인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코레일과의 경쟁으로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1일 서승환 국토부장관도 담화문을 통해 “철도경쟁체제의 도입은 국민에게 ‘값싸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독점으로 인한 공기업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달 27일,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의정서와 관련해 철도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운영주체가 누구든 간에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한다면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텐
얼마 전 외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한 통의 짧은 SNS 문자가 왔다. ‘시시비비’라는 단 네 글자. 답문을 통해 물어보니 2012년을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한자사전을 꼼꼼히 훑어봐도 시시비비(是是非非)란 단어만 보일 뿐 또 다른 시시비비란 사자성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뜻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니 기발한 해석까지 덧붙여준다. 시시비비(時屎非庇). 낱자를 풀이하면 ‘때 시’ ‘똥 시’ ‘아닐 비’ ‘덮을 비’이다. 각개의 뜻을 모아 의역을 하면 ‘똥은 때를 맞춰 덮지 않으면 갈수록 냄새가 더 진동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자를 끌어다 억지로 꿰맞추려 했다 하더라도 너무나 시의적절한 표현이다. ‘흑룡의 해(壬辰年)’인 2012년이 어떤 해인가? 두 차례의 굵직한 선거가 겹친 해이다. 새싹이 움트는 4월에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고, 엄동설한 12월에는 대한민국을 이끌 18대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해인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는 지난 4년 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서 막연하지만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었던 게 사실이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챙겨 부강한 국가와 윤택한 국민을 만들어줄 것이란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이 30대 재계총수를 소환조사한 지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격 구속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만 하더라도 세간의 반응은 ‘혹시나’ 하면서도 ‘역시나 아닐까’라고 의심했었다.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구속 요건은 충분하나 현 국가경제 상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늦은 밤까지 영장심사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걸 보니 법원으로서도 이런저런 고심의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그 결과 사법부의 판단은 역시 옳았다. 이번엔 재벌의 불법과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에 검찰은 이미 160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른바 ‘금고지기’ 노릇을 한 전략담당사장 조경민씨를 구속 수감했다. 비자금 조성을 도와준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씨 역시 이번엔 검찰의 예봉을 비껴가지 못하고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홍씨는 그간 재벌 관련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캔들 메이커’로 지목되곤 했었다. 더욱이
천만년 이어질 유구한 역사의 돌담길에 작은 돌멩이 하나 얹겠다는 심정으로 지난 1996년 첫발을 내디뎠던 ‘사람향기 나는 신문’ <일요시사>가 어느덧 창간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말이 15년이지 대한민국에서 작은 한 기업이, 그것도 척박한 환경에서 힘없는 언론사가 15년을 버텨왔다는 것은 수많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단하고 힘들었습니다. 불과 창간 1년 만에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IMF사태를 맞아 뜻밖의 부도상황에 직면하기도 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철주야 열정적으로 뛰던 동료 기자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가슴시린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정권교체 소용돌이 가운데서 때론 권력(權力)에 휘둘리거나 제지당하기도 했고,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는 대기업의 금력(金力) 앞에서 쓰라린 좌절도 맛보며 미력(微力)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권력과 타협하거나 금력과 결탁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도 써보고 몸부림도 쳐보았지만 거대한 골리앗의 횡포 앞에 <일요시사>는 한낱 힘없는 다윗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골리앗들과의 원치 않은 타협을 해야 할 순간엔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
#1. 옛 국회의사당이었던 서울시의회. 저 멀리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걸어온다. 중간에 이 대통령은 방으로 들어갔는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박 전 대표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평소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해 단독 인터뷰를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쉽게…. #2.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수많은 취재기자들 앞에서 잠깐 동안 브리핑을 한 다음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가다 나와 맞닥뜨린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와 잠깐 얘기 좀 나누실까요?’라는 말에 ‘그러자’면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다. 한참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수년 전에 있었던 ‘왕자의 난’ 얘기를 꺼내자 버럭 화를 내며 자리를 뜬다. 그 때 뒤를 돌아보니 평소 친분이 있는 전·현직 현대차 홍보실 인사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는 현실이 아니다. 두 상황 모두 어느 날 꿈속에서 본 생생한 ‘현몽’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재계 최고의 뉴스메이커
척박한 타블로드이드판 신문의 불모지를 개척하며 애독자 여러분과 애환을 함께해온 <일요시사>가 벌써 창간 1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996년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일요시사>는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해온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요시사>의 성장 과정에는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와 네 번의 국회의원 총선, 그리고 반세기 민족 분단사의 획기적 사건이었던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역사적 사건들도 참 많았습니다. 연이은 두 전직 대통령의 애통한 서거와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던 천안함 46용사의 비통한 죽음 역시 <일요시사> 14년과 함께한 비운의 역사였음은 물론입니다. 이처럼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라는 세기적 전환기의 한가운데서 때론 권력과 재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두드리는 ‘목탁’처럼, 때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불’처럼 정의와 진실의 파수꾼으로서의 소명을 다해왔습니다. 창간 초기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 편집으로 ‘옐로우페이퍼’라는 세간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탄탄한 기획취재와 꾸준한 탐사보도로 이 같은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보도자료에 의존한
2009년 대한민국은 어느 해보다 슬프고 가슴 아픈 한 해가 아닐까 싶다. 한 명도 감당하기 힘든데 불과 몇 달 사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안타깝게 떠나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개월여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향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DJ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격동의 대한민국 반세기 정치사에 실로 헤아릴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 생전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뉴스의 중심이었고, 한마디 한마디는 대한민국의 역사 속 어록으로 길이 기록될 것이기에, 이제 다시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음에 국민들은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상고를 졸업하고 일국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김 전 대통령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고 부침이 심했다. 오죽하면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꽃피우는 ‘인동초’에 비유되었을까. 특히 김 전 대통령 생전에 늘 지울 수 없는 꼬리표로 따라다녔던 지역갈등과 색깔 논쟁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봐도 너무도 억울하고 어처구니없는 보수들의 음해였음이 자명하다.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40대 기수론’을 들고 영구집권을 획책했던 박정희정권에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가릴 수 없다’는 게 자연의 섭리이자 세상의 이치다. 물론 손바닥을 들이대 눈을 가린다면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명천지에 한낱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초자연적이고 몰상식한 상황이 벌어져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정원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국가 3대 권력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가 어이없게(?) 낙마한 ‘천성관 인사파동’은 현 정권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정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인재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공직자보다 범법자에 가까운 인사를 다른 자리도 아닌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의 수장에 앉히려 했는지 묻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파동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면 국민된 입장에서 참으로 통탄할 내용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내세웠던 것일까. 혹여 과거처럼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에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진다. 여과 없이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했
앞면엔 퇴계 이황 선생의 초상이, 뒷면엔 명륜당과 ‘계상정거도’가 자리하고 있는 가로 13.6센티미터 세로 6.8센티미터의 종이.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1000원짜리 지폐의 모습이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발권하는 고액권 수표를 제외하면 한국은행 발권 전체 화폐 중 중고참급인 1000원이지만 별로 그렇게 쌈박하지 않고 뭔가 찜찜한 느낌의 지폐. 통용되는 지폐 중 가장 말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받아도 달갑지 않고 줘도 손부끄러운 게 지금 1000원의 참담한 모습이다. 오죽하면 지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땀내 나는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채로 동전들과 함께 나뒹구는 ‘천덕꾸러기’ 신세이겠는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더니 어느 여가수의 노래 제목처럼 ‘아 옛날이여’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게 1000원짜리 지폐의 처지가 아닌가 싶다. 수표라는 게 없던 시절엔 일명 ‘배춧잎’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화폐의 지존으로 군림한 ‘세종대왕(1만원)’을 가까이 모시면서 거북선을 배후에 둔 ‘충무공 이순신 장군(구권 500원)’까지 휘하에 두고 지갑 속에서 귀하신 대접을 받았던 ‘퇴계 선생(1000원)’ 아니었던가. 물론 그때 역시 동급이면서도 앞에 5자가 붙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만을 남겨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인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서 투신해 한 많은 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지난 토요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국민들의 충격과 상처는 감당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직접적 원인은 두 달여가 넘는 검찰의 수사에 엄청난 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때문으로 확인됐다. 그는 유서에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해 책도 읽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남겼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참으로 애석하고 비통하기 그지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국가의 지도자가 아무리 큰 비리와 만행을 저질렀어도 이처럼 끔찍한 최후를 선택한 예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노 전 대통령을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절감하게 할 만큼 그렇게 힘들게 했던 것일까. 그보다 더한 비리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한 일’로 왜 하필 죽음이란
참으로 각박한 시절입니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신록의 계절이 돌아왔는데도 푸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온통 비보들뿐이니 뉘라서 감히 눈부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겠습니까. 불황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는 운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불청객이 가뜩이나 힘에 겨운 지구촌에 일격을 가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상황은 더 어수선하기 그지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족의 도덕성 파문으로 온 나라가 연일 시끄럽고, 정치권은 4월 재보선 결과를 놓고 밥그릇 싸움으로 날 새는 줄 모르는 형국입니다. 특히 검찰에 소환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은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과 가슴은 아프다 못해 시커멓게 멍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절이 하수상한 가운데 타블로이드판형 시사주간지의 역사와 정통성을 자랑하는 <일요시사>가 창간 13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996년 당시 불모지였던 타블로이드판형 신문시장을 개척하며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해온 <일요시사>는 이듬해 1997년 IMF체제라는 한국경제의 몰락 과정에서 큰 위기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금껏 10명의 대통령이 17번 취임하는 동안 귀가 아프게 들었던 선서문이다. 대부분 한 번씩에 그쳤지만 박정희는 무려 다섯번, 이승만은 세번, 전두환은 두번씩이나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헌법 제69조에 따라 국민 앞에 오른손을 곧추세워들고 선서한 대로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같이 ‘아니올시다’였다. 오른손을 들 때 국민의 열망에 따른 ‘조건반사’가 아닌 전임자들이 했으니 따라하는 ‘무조건반사’였음이 이미 9명의 전직 대통령 행적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도 믿었던, 아니 믿고 싶어했던 노무현의 대국민 배신행위가 그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만은 깨끗하길 기대했던 국민들의 분노는 지금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이른바 ‘연차수당’으로 칭하는 박연차의 검은 돈을 직접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가족을 잘못 다스렸다는 데 국민적 지탄의 초점이 모아진다
‘사람 사는 세상’에 가보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만든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 명칭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곳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고 지지했던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름대로 ‘소탈한 정치(?)’를 펼치고 있었다. 안희정, 문재인 등 핵심 측근들이 그곳에서도 주류를 형성하며 소위 ‘노빠’라 칭하는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듯 보였다. 서로 격려하고 칭송하고 사과하고 해명하고… 그런 사람 사는 세상에 청천벽력 같은 ‘사과문’ 하나가 실리면서 대한민국을 또 한 번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 전 대통령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단다. 물론 빌렸다고 했다. 그것도 당신이 아닌 ‘저의 집(권양숙 여사)’이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어 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빌려서 사용했다고 했다. 빌린 것과 그냥 받은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차용증을 쓰면 빌린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물이란 말인가. 빌렸다는 말은 한낱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핑계로 들린다. 또 대가성이 있든 없든 진짜 빌렸으면 일찍이 갚았어야 했다.
정치권의 두 거물이 돌아왔다. 정동영과 이재오. 그들은 지난해 치러졌던 국회의원 총선에서 낙마하고 대한민국 정계를 떠났던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패자’가 되어 쫓기듯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 두 사람 다 못다한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1년도 채 안 돼 공히 ‘놀던 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벌써 목표로 했던 공부를 다한 것일까. 대한민국 정치에는 다른 나라엔 없는 희한한 ‘전통’ 같은 게 있다. 선거에서 패하면 꼭 도망치듯 외국으로 떠나곤 하는. 국내에 있기 민망해서 그런 것인지, 선거 때 너무 힘을 빼서 재충전을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렇다. 92년 대선에서 YS에게 분패했던 DJ가 그랬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에게 참패했던 이회창도 그랬다. 두 사람 모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선거를 앞두고 돌아와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다시 선거에 출마했던 것. 그후 DJ는 결국 97년 대선에서 대권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지만, 이회창은 세 번째 도전인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정동영에 이어 3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그 희한한 전통을 잇기라도 하듯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에 패한 정동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