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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6.01.12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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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일요연재]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⑨흑백 사이 붉은 여자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헬리콥터 편대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데도 군용차량 행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훈련중인가, 혹은 부대가 어디로 이동하는 걸까? 설마 무슨 폭동이나 데모를 진압하러 출동 중인 건 아닐 테고…….’ 홍조 같은 애달픔 청운은 생각에 잠겼다. 장갑차 안에서 껌을 찍찍 씹어대던 흑인 병사가 청운을 향해 씩 웃었다. 큰 눈과 하얀 치아가 일면 선량해 보이고 그네들의 조상이 노예로 핍박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동정심도 들었으나, 다른 한편으론 이 작은 땅에서 그들이 백인들과 더불어 저지르고 있는 숱한 범죄와 죄악을 들은 적이 있기에 청운은 미소로 답례를 할 수가 없었다. 청운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바라보는 사이 그 흑인 병사는 장갑차와 탱크를 탄 채 다른 여러 흑인과 백인들과 뒤섞이며 청운의 망막 위를 스쳐갔다. 한동안 이리저리 발길 가는 대로 떠돌던 청운은 마침내 한길을 멀리 벗어나 어느 느티나무 아래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