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1 10:54
정치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정치가 대중적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정치인의 막말로 정치가 희화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권력 남용이 ‘일상다반사’가 되며 비판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는 극에 달한 상태다. 대한민국은 지금 방송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비꼰 패러디 열풍이 정치권을 난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야5당, 시민단체 회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한미FTA 날치기 비준 원천무효와 MB, 한나라당 심판 각계 5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LA소재 한인신문 <선데이 저널>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주)다스가 김경준-에리카 김에게 제기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 취하를 최종 승인한 사실을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소식이 국내에 퍼지던 같은 날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공격해 다운시킨 주범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또 같은 날 새벽 지난 4월과 5월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었던 농협 전산망이 또다시 4시간 가까이 마비된 사실이 온라인을 장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MB정권의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다니는 미국발 BBK소식을 물타기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5일 밤 일부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내가 한 기자랑 내기를 했다. 이달 안에 (한미FTA) 통과 못시키면 내가 100만원 주고, 내가 이기면 국회 본청 앞에서 그 기자 안경 벗기고 아구통 한 대 날리기로 했다”며 통과를 확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또 “당내 중진들이 모임을 갖고 최대한 신속히 FTA를 처리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며 “할 만큼 충분히 했고 더 이상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고 다들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주도하에 FTA가 날치기 처리되자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 누리꾼은 “홍 대표가 과연 기자 아구통을 날릴 것이냐”며 내기의 결말에 관심을 표했다.
지난 11월22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새마을운동중앙회 주최로 열린 ‘온(溫)맵시 내복입기 캠페인’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내복패션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과 회동하며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요청했다. 당시 사전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ISD폐기를 전제로 한) 재협상 약속을 받으라는 손 대표의 요구에 대해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며 “우리가 얘기하면 응하게 되어 있는 조항이 있는데 (비준 전에) 우리가 요구하려고 하니 미국이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 하려고 하면 국회가 말려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당은 왜 오바마 대통령만 믿나.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지. 내게 하라고 하면 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늦가을의 끝자락인 지난 16일 오후 서울여의도 한강 둔치를 찾아온 시민들이 은빛물결처럼 반짝이는 억새풀 사이를 지나며 즐거운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2011 사랑의 김치나누기’ 행사에서 야쿠르트 아줌마와 자원봉사자들이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도 줄어들었다”며 “고용 대박이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파리 목숨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수치만 보고 자평한 박 장관은 뭇매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치만 보면 고용 시장이 큰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 이 통계치를 체감할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조차 “정신 못 차렸다” “대경실색했다” “분노한다”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졌고,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젊은층과 소통강화를 위해 마련한 ‘타운미팅’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 “꼴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등의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과거에도 저축은행 국정조사와 관련해 취재하던 여기자에게도 “그걸 왜 물어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라고 말해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 급상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면서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래전 안상수 전 대표가 ‘자연산 발언’과 ‘보온 상수’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한나라당 전·현 대표들의 막말에 당 이미지 실추는 물론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제3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가 집회 해산을 촉구하는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있다.
야권단일후보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광장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10·26 재보선과 관련,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경호처장에 촛불시위를 강경 진압했던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임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어 내정자는 지난 2008년 경찰청장 재임 중 촛불집회를 강력 진압하는 동시에 ‘100만 촛불대행진’ 때는 시위대의 청와대행을 막기 위해 광화문 사거리에 컨테이너 장벽을 설치해 일명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당사자다.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임기말 들끓는 민심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명박산성’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조롱과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음식점중앙회 주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외식경영인들은 카드수수료 1.5% 이하 인하, 외국인 근로자 고용정책 개선 등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입주할 계획이던 ‘내곡동 사저’가 의혹백화점이 되며 비난받고 있다. 이에 청와대가 불거진 위법·편법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다. 아들 시형씨 명의로 된 사저 땅을 이 대통령 명의로 곧바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논란이 가시질 않자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며 발빠른 수습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과거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특검까지 가세해 “MB 것이 아니다”라고 사건을 급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당선 전부터 불거진 땅 논란에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수습하고 있어 들끓는 비난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잇단 측근비리에도 불구하고 MB정부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금품수수 혐의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현 정권의 실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종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앉아있는 KBS는 신 전 차관의 금품수수 혐의가 터진 지난달 21일, 이 사실을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뉴스를 뒤쪽으로 배치해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국가권익위가 발표한 공무원 청렴도에서 2년 연속 검찰청이 꼴지한 사실과 ‘MB방송’으로 전락하는 공영방송에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씨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어린이용 게임물을 불법 사행성 게임으로 개·변조해 사용하고 있는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현 정권의 측근 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청와대가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와중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식을 줄 모른다. 지난 5일 내년에 엑스포가 열리는 전남 여수를 방문해 “사실 (내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호남에 가장 많이 온 사람 중 하나다”고 자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초 지역발전주간 행사로 광주를 찾았다.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여수를 방문하며 호남 방문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 게다가 지난달 22일(미국시각) 뉴욕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내가 대통령이면서 위기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18대 국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전, 각계부처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국감 자료 등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