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질문에 농담 답변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2일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공보실을 통해 출입기자들에게 “외신 브리핑 현장서 정부의 책임과 군중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관련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통역 내용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곤란해 하자 한 총리가 기술적 문제로 회견이 지체되는 점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 브리핑 도중 <NBC> 스텔라킴 기자는 한 총리에게 ‘애초에 젊은이들이 거기에 간 게 잘못이냐? 이렇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는 사고에서 정부의 책임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느냐’고 질문했다.
통역기가 오류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자 한 총리는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농담조로 반문하며 웃었다.
한 총리는 “젊은이들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최자가 있건 없건, 지자체장이 통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BBC> 진 매킨지 기자의 ‘그날 행사 주최자가 없다는 걸 안다. 그럼 어떤 공공기관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느냐? 궁극적으로 누가 이태원에서 안전을 책임지느냐’는 질문에는 “주최자가 더 분명하면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시민 통제)와 같은 문제들이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에 대한 제도적 개선점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고쳐서 주최자가 있든, 없든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경찰 수사로 책임질 사람이 나온다면 이는(당사자는)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제도를 고치고 여러 교육 등을 통해 우리가 이번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인지하고)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정부 첫 번째 책임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외국인 사상자의 지원에 대해서는 “(내국인 사상자와)동일한 대우를 해드릴 것”이라며 “1대1 원칙으로 보건복지부 인력을 전담식으로 배치해 생존자가 전담자에게 연락하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26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 대통령이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등 엄중한 시국에 이날 한 총리의 농담조 발언은 논란을 빚었다.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취지였다고는 하지만 이날 한 총리의 농담 섞인 발언은 이태원 참사의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한 총리의 농담 발언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어제 경악할만한 장면을 봤다.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될 총리께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며 “농담할 자리냐”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한 총리는 외신기자 회견에서 농담하고 웃기까지 했다. 유가족들 앞에서 오늘 즉기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일각에선 공보실의 해명에 대해 “한 총리가 직접 사과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