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위기의 하이브

2025.06.23 10:21:32 호수 1537호

뉴진스만 나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뉴진스가 연일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마다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뉴진스 엄마’로 알려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도 당장 본인 앞가림이 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하이브를 때리는 악재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시혁 의장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뉴진스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뉴진스는 소속사인 어도어가 제기한 소송에서 ‘완패’했다. 법원은 뉴진스 측에서 주장한 바를 단 한 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 결과가 전해지자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오너 리스크

지난 17일 서울고법 민사25-2부는 법원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뉴진스의 항고를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3월 어도어 측의 기획사 지위 보전,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전부 인용했다. 뉴진스는 이에 불복해 이의 신청, 항고 등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사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며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의 사전 승인, 동의 없이 스스로 어도어 외 제3자를 통해 연예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뉴진스는 작사·작곡·연주·가창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및 방송 출연, 광고 계약의 교섭·체결, 광고 출연이나 상업적인 활동 등 어도어의 승인이나 동의 없는 독자적 연예 활동이 금지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도 받아들여 뉴진스가 어도어의 사전 승인 없이 독자 활동을 할 경우 각 멤버별로 위반 행위 1회당 10억원을 어도어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룹으로 움직이게 되면 활동 1회당 50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독자적인 활동은 막혔다고 봐야 하는 셈이다.

어도어 제기 소송 ‘완패’
단 한 건도 인정하지 않아

여기에 그동안 ‘뉴진스의 엄마’를 자처하며 멤버들의 방패막이 돼줬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도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금 소송 첫 변론을 진행했다.

풋옵션은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 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본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동안 알려진 민 전 대표와 어도어의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가 풋옵션 행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6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풋옵션 대금 분쟁은 주주 간 계약 소송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주주 간 계약이 해지됐다면 풋옵션 역시 소멸하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소송은 하이브가 제기했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빼가기’를 감행하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풋옵션의 효력이 없다는 것.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풋옵션과 관련해 채무 사유가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며 “풋옵션이 유효하다는 게 청구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의 속 시끄러운 사정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경찰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금감원은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주주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속이면서 회사 상장을 추진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를 상장하기 전 방 의장 지인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와 지분 매각 차익의 30%를 공유하기로 계약을 맺고 상장 이후 4000억원가량을 정산받았다. 이 계약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금융감독원·경찰 정조준


경찰도 금감원과 같은 내용으로 방 의장을 수사하고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신청한 하이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다. 경찰은 검찰을 통해야만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다.

검찰의 연이은 반려에도 경찰은 다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수사 개시 없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하나둘 전역하면서 ‘완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 의장이 초래한 ‘오너 리스크’가 하이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이브는 BTS 멤버들의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뉴진스, 세븐틴, 르세라핌, 아일릿 등 가용 가능한 라인업을 풀가동했다.

그럼에도 BTS가 하이브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남다른 데가 있기에 이번 컴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 의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 의장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하이브의 주가가 요동치면서 주주에게도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실제로 방 의장이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브 주가가 널뛰었다.

사생활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지난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방 의장이 여성 BJ와 나란히 걷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후 방 의장과 해당 BJ 사이의 관계에 대한 루머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하이브는 “지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계기로 일정 도움을 줬을 뿐”이라며 즉각 해명했지만, 기사 게재 다음날 주가는 급락했다.

주가 요동

문제는 반전을 일으킬 요인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도어는 애초에 소속 가수가 뉴진스뿐이었기에 현재 상황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뉴진스, 민 전 대표와의 송사도 마무리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비상계엄, 탄핵, 조기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사회를 강타하면서 연예계에 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시기 동안 급성장했던 K-POP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이브와 방 의장은 회사 안팎의 악재를 뚫어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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