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3연타’ 김재범 체육회 위원장 자격 논란

2025.06.13 13:25:34 호수 1535호

과거 딛고 중책 맡은 유도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재범 한국마사회 감독이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그의 선수 시절, 세 번의 음주 운전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42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취임한 지 세 달이 지났다. 유 회장은 42대 집행부 구성에 이어 산하 위원회 구성까지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된 유도 금메달리스트의 과거 음주 운전이 다시 불거지며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세 번의 사건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가 지난 4월 K-스포츠 전성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인물로 유도 영웅 김재범 한국마사회 유도단 감독을 경기력향상위원장에 임명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선수들의 실질적인 훈련 환경, 지원 제도, 데이터 기반 분석 등을 관장하는 핵심 조직이다.

김재범 위원장이 이끄는 이 위원회는 앞으로 스포츠 과학 융합, 국가대표 선발 프로세스 개선, 심리·영양·재활 등 전문 지원 체계 강화 등의 업무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는 유 회장의 ‘선수 중심 체육’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유도의 전설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서 남자 81kg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모두 석권한 최연소 ‘유도 그랜드슬래머’이기도 하다.

그의 커리어는 단지 성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과 투혼,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은퇴 이후에도 한국마사회 유도단 감독으로 활약하며 후진 양성과 유도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이번 위원장 선임은 체육계 안팎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선임 소감서 “지도자로서, 선수였던 사람으로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스포츠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길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장 밀착형 피드백 시스템, 비인기 종목의 성장 기반 마련, 국가대표의 훈련 지원 체계 확립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 임명
무면허 상태 음주 운전 등 3회 적발

체육계서도 김 위원장 임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김재범 위원장과 같은 인물의 합류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책의 무게감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반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을 꼬집으며 자격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월4일 오전 11시께 술을 마신 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사거리 인근서 불법 유턴을 하다 마주 오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혈중알코올농도 0.095% 상태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난 2007년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정지됐으며, 지난 2008년에 또다시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박탈된 상태였다. 무면허 상태서 또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불구속된 지 일주일 여가 지난 후 MBC서 방송한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 신년 특집에 <스타의 가족을 소개합니다>에 출연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유도 기본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손바닥 댄스 등 의외의 순진하고 귀여운 끼를 뽐내며 수줍은 면모를 드러냈다.

또 슈퍼주니어 이특의 친누나 박인영씨와 커플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 시작 직후 네티즌들은 무면허 음주 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던 김재범의 출연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방송분에서는 김재범이 등장하자 ‘이날 녹화는 지난해 12월 진행됐다’는 자막이 떠 논란을 사전 예방하려 했으나 역시 논란은 이어졌다.

많은 네티즌들은 “음주 운전으로 입건된 김 선수가 방송에 버젓이 출연하다니 어이없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라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의견이 이어지자 스친소 제작진은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 “2009년 1월 17일 방송된 <스타의 가족을 소개합니다> 편은 2008년 12월 녹화된 방송분으로 MBC 파업으로 인해, 방송이 지연돼 나간 것입니다. 이에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번 위원장 임명때도 관련 비판이 나왔다.

‘여론 뭇매’ 박정태 사례 보니…
대한체육회 “결격사유 아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구단 SSG의 2군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될 당시 음주 운전 이력이 있어 비판받다가 감독직을 사퇴한 바 있다”며 “과거 전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공적인 자리에 전력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 것을 믿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체육계서 여러 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에 이들에게 다시 체육계서 일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SSG 구단은 지난해 12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 후 SSG 팬들은 물론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장 큰 문제는 박정태의 과거 세 차례 음주 운전 이력이었다. 박정태는 2019년 1월 음주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의 운전을 방해하고 폭행한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을 통해 박정태가 이번 음주 운전 외에 두 차례 더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결국 박 전 해설위원은 SSG 퓨처스 감독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어린 나이에 잘못을 했고, 그 이후 사죄하는 마음으로 2012년 올림픽을 준비했다. 조용히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해왔다”며 “최대한의 피해를 안 입히게, 사회적으로 잘못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과거에 죄 지은 부분에 대해서 비판이 나온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대한체육회 위원장이든 위원이든 어느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범죄 이력 조회 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며 “동의서를 제출하고 대한체육회서도 승인이 났다. 과거 잘못에 대해 짚어주신 부분은 너무 감사드리면서도 죄송하지만 맡은 바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없나

대한체육회 내규의 결격사유는 ▲피성년후견인 또는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사람 ▲징계로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성범죄나 상해와 폭행의 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 등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우 내규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의 음주 운전 사건이 있을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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