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6·3 대선 당시 네거티브 발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상대를 이겨 박수받는 정치를 넘어, 문제를 풀고 미래를 여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13일, 당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이 의원은 전당대회 1차 온라인 토론회에서 “당의 비전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개혁신당을 ‘이념 정당’이 아닌 ‘실력 정당’으로 만들어, 정치가 문제 해결의 장이라는 확신을 국민께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6·3 대선을 통해) 정치 기득권의 철옹성 앞에서 무모해 보일 만큼 담대하게 싸운 결과, 우리는 이제 신생 정당이 아니라 낡은 질서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유일한 정당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거대 양당의 패권을 막아낼 힘도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기는 정치’를 해야 한다. 불리한 구도 속에서도 국민과 함께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승리를 만들 것”이라면서 “개혁신당은 진영 논리를 넘어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연금개혁, 에너지 전환의 미래 과제를 놓고 누가 더 유능한지로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내년 6월3일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혁신 방향에 대해선 “세대교체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정치인들이 날마다 도전하고 싸울 수 있는 정치 구조를 만들겠다”며 “공천과 정책 개발 등을 모두 디지털화, 투명화해 젊은 정치인들의 플랫폼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지금 당내 여러 기능을 자동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개혁신당은 전통적인 정당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과 민첩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의 당선 여부는 오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정가에선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내부 지지율이 높은 이 의원의 당선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 6·3 개혁신당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92.81%의 찬성표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 대선 당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이 의원이 비호감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한 채 당 대표에 오를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23일, 개혁신당 대선 평가 세미나에서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선거 기간에 살펴보니 이 의원의 비호감도가 굉장히 높은 수치”라며 “더욱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으려면 이를 어떻게 낮추느냐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김준일 정치평론가 역시 “(대선 이후) 사람들한테 남은 것은 이준석의 네거티브 전략밖에 없고, 미래 (정치적) 자산도 상당히 잠식된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있다”며 “특정 세대와 젠더에 집중된 현 지지층이 더 빠지지는 않겠지만, 확장성에 굉장히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이 의원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대선 직후인 지난달 6일, 그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도 제기된 바 있다. 한 달간 진행된 청원에선 60만명 이상이 서명해 국회 안건 상정 기준(5만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비록 국민동의청원이 의원직 제명으로 이어진 전례가 없어 실질적인 징계 가능성은 낮지만, 해당 논란으로 이 의원이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시선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당내 ‘얼굴’ 역할을 맡은 이 의원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정면돌파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노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달 5일,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하는 데 있어 제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당권 도전 의지를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kj457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