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당원권 6개월 정지’ 조치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잠행 중인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21일 “의원총회 결의대로 현재 당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하루 빨리 대한민국의 복합 위기를 극복할 최고 사령탑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뭉쳐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안 의원은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 전대론은 당장 실현될 수 없으며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지금 당장은 당 지도부를 포함한 집권당의 구성원들은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모범을 보이고 내부서부터 일치단결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윤석열 후보와 저와의 단일화로 행정부의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2024년 총선서 승리해야만이 입법부에서 정부여당이 약속한 개혁과 민생 문제 해결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며 “그것이 진정한 정권교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의 안정과 화합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 안철수부터 우리 국민의힘의 대동단결과 위기극복을 위해 모범을 보이고 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대신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무를 보고 있으나 최근 강릉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보였던 장제원 의원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졌다.
장 의원은 직무대행 체제가 결정됐던 국민의힘 중진 의원 모임(지난 11일)과 의원총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선 장 의원이 당 상황에 대한 공개 메시지 없이 회의 등 당무 일정에 불참하는 것은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당헌당규에 대한 옳은 해석”이라며 “시급한 민생 현안 과제와 지지율 하락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이준석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복귀한다면 결과적으로 봤을 때 여당의 내홍이 더 격화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전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안 의원의 ‘의혹 해소’ 발언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경우 다시 당원권이 살아나고 당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뉘앙스인 반면 김 전 원내대표는 오히려 내홍이 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금 사실 우리가 전시만큼 위기상황 아니겠느냐”며 “어떤 방식으로 민심 속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어떤 메시지로 국민에게 말씀드릴지, 의정활동의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필요하고 구체적 액션 플랜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행자의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해 이 대표가 자진사퇴 혹은 현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하는 방식의 지도부 해체가 선행돼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인에게 있어 당헌·당규만을 갖고 할 수 없지 않나. 결과적으로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 한다. 몸부림쳐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및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조기사퇴가 필요한 거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게 말씀드리지는 않는다. 책임 있는 분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안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는 공부 모임 및 토론회를 열고 당내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안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에는 35명이, 김 전 원내대표의 공부 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는 56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안 의원의 토론회는 30분 전에 예정돼있던 국민의힘 의원총회로 인해 상대적으로 김 전 원내대표의 공부 모임보다 참석률이 저조했다. 두 인사의 이날 토론회 및 공부 모임은 두 번째 열렸던 공식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