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공약을 공개했다. 공약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는 이준석 대선후보 당선 시 초유의 ‘2석 여당’을 배경으로 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혁신당과 이 후보는 당선 후 정계 개편 구상을 말하지 않는다.

개혁신당은 지난 26일 이준석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개혁신당은 공약집 공개 이전에도 당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공약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이 후보는 ‘국가 대개혁’이라는 취지로 ▲부처 통·폐합 ▲3부총리 책임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발표했다.
쏟아낸 공약
부처 통·폐합은 현행 19개 부처를 13개로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여성가족부·통일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통·폐합하고, 기능 중심으로 부처를 재편한다. 13개 부처 위엔 각각 안보·전략·사회를 담당하는 부총리를 설치해 책임 운영을 맡긴다.
대통령 산하 국가안보실도 폐지돼 안보 부총리가 해당 기능을 맡는다.
이 구상엔 “중복을 제거하고,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보수주의 특유의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취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부처가 커짐으로써, 부처의 힘과 장관의 권위가 더 막강해질 수도 있다.
조선은 정책 집행을 육조에 맡겼다. 육조는 건국 직후엔 큰 힘을 갖지 못했다. 태종 재위 당시 임금이 육조를 직접 관장하는 육조직계제를 시행하면서, 판서의 힘이 세졌다. 6개의 부처가 국가의 모든 정책 집행을 맡고, 임금이 직접 관장한 결과였다.
그중에서도 ▲중·하위직 문관 인사권을 관장하는 이조 ▲군을 담당하는 병조 ▲재정을 관장하는 호조는 막강한 부서로 통했다. 세종 재위기에 삼정승이 육조의 보고를 받는 의정부서사제가 다시 시행된 이후에도 판서의 권위·권한은 작아지지 않았다.
개혁신당도 이를 고려해 3명의 부총리에게 부처 운영의 책임을 총괄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구상은 부처의 수를 줄이고 규모를 키운다는 취지를 띄고 있다. 따라서 부처와 장관을 견제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추가해야 권한 집중의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개혁신당은 ‘압도적 지방분권’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지방자치단체별 법인세율 자율화 ▲최저임금 결정권 보장(차등 최저임금제)이란 공약을 제시했다. 차등 최저임금제는 지역별로 최저임금 하한선을 다르게 결정할 수 있단 취지의 제도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는 지난 18일 진행된 대선후보 토론회서 “일본에선 차등 적용을 줄이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미국에선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보다 최저임금·법인세가 낮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지역별 임금차별이 굳어질 수 있다”는 비판과 “지역별 현실을 고려할 수 있다”는 옹호가 나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제에 대한 신뢰가 낮은 우리 현실서 최저임금 하한선과 법인세 세율 결정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보장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잘되면, 기업의 지역 이전이 원활해져 지역의 경기를 되살릴 수 있지만 잘못될 경우 ‘서울 공화국’ 구도가 더욱 공고해질 수도 있다.
뭘 해도 암초 될 ‘2석 여당’
당분간 여성계와 충돌 불가피
“국민연금을 구 연금과 신 연금으로 분리하겠다”는 구상은 지난 3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모수개혁안을 합의할 당시에도 제시했던 정책이었다. 국민연금은 구조상 신규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구 가입자의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그러므로 분리가 실행된다면, 구 가입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지지하는 양당이 이에 찬성할 가능성은 작다. 양당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면, 사실상 실행될 수 없는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개혁신당은 ‘다자녀 핑크 번호판 제도’ 도입을 공약화했다. 이에 따르면, 자녀 3명 이상을 둔 가구가 소유한 차량엔 분홍색 번호판을 부착한다. 이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은 ▲고속도로 전용차선 통행 ▲다자녀 전용 주차장 이용 ▲발렛파킹 서비스 제공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다자녀 전용 주차장 이용’ 혜택서 발생한다. 개혁신당의 구상에 따르면, 다자녀 전용 주차장은 현행 여성 전용 주차장이 전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원래부터 여성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여성계와 소통이 많은 민주당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에겐 “대통령 당선 시 ‘2석 여당’을 배경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어떤 공약을 하든 정치적 한계 때문에 공허하게 들릴 것이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이 후보는 “협치가 강제될 것”이라며 “당파를 가리지 않고 거국내각을 구성할 것이고, 총리는 교섭단체 간 합의로 추천을 요구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사회당을 탈당한 후 신당 앙마르슈를 창당해 기존 공화당·사회당 양당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규합했다. 당시 앙마르슈는 의원이 1명도 없는 정당이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모델을 거론하기에 적절치 않은 이유도 있다. 프랑스 대통령과 하원 의원은 똑같이 임기가 5년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당선됐고, 하원 의원 선거는 같은 해 6월 진행됐다. 대선 결선투표 이후 한 달이 지나 총선이 진행됐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부담 없이 의원 1명 없는 신생 정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028년에 총선이 진행된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약 3년 동안 2석 여당을 배경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47석 규모의 열린우리당을 배경으로 국정을 운영하다가 탄핵소추됐던 사례는 불과 21년 전 일이다.
높은 벽
하지만 이 후보는 한달 간격으로 진행됐던 2017년 프랑스 대선·총선 사례는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에 민감한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혁신당과 이 후보는 당선 이후 정계 개편·정책 추진 구상에 대해 간략히라도 언급해야 했다. 하지만 그 구상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많은 공약에 힘이 붙지 않는 이유이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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