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폭발 소리…” 포천 민가에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2025.03.06 13:58:38 호수 0호

한미 실사격 훈련 중 좌표 오입력
‘숟가락 얹은’ 진보당 “중단해야”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6일 오전 경기 포천서 공군 전투기가 훈련 도중 폭탄을 민가에 잘못 투하하는 사상 초유의 군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분께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민가에 군용 폭탄이 떨어졌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군인 및 민간인 등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교회 건물 1채와 주택 2채도 일부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오폭 사고로 목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은 A(60)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차를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깨어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당시 해당 지역서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 화력 실사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공군은 이 훈련에 F-35A, F-15K, KF-16, FA-50 등 전투기를 투입했으며 이 중 KF-16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적으로 투하돼 사격장 밖에 낙탄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불발탄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고 현장 주변 주민들은 인근 대피시설로 이동 조치됐다.

현재 공군은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훈련 중 발생한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에 피해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피해 보상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군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며 “(처음 주어진)좌표가 잘못된 건 아니고, 조종사가 입력을 잘못한 것”이라고 공지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 과정서 실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 발표는 2번 기체도 오폭됐던 만큼 군이 사고의 은폐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또 오폭 사고가 발생한 후 1시간37분이 지나서야 언론에 알린 점도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군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된다. 훈련이고는 하지만 단 정밀장비를 운용하면서 한 치의 좌표 입력 실수는 자칫 적군이 아닌 아군에게까지 적잖은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시의 경우, 전투기 조종사의 작은 실수 하나로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전투기 조종사는 베스트 중에 베스트 실력을 갖고 있는 엘리트로 구성되는데, 단순히 실수라고 치부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오폭 사고를 낸 해당 부대 측에서 피해 농가에 이렇다 할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군 당국은 이번 오폭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소총 등 모든 실사격 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번 오폭 사고를 겨냥해 정치권 일각에선 한미연합훈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도적 전력’을 보여주겠다던 훈련은 오히려 우리 국민에게 중상을 입히고, 이재민을 발생시키는 공포스러운 현실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은 앞에서는 북한을 자극하며 전쟁 위험을 높이는 선제공격 훈련이고, 뒤에서는 오폭 사고, 소음, 불안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또 다른 공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한미연합훈련은 위협적인 첨단 무기들이 동원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너무 자주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100회가 넘는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됐고, 그로 인해 접경지역에는 첨단 무기가 집중 배치되고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사훈련은 국가 방위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며 “접경지역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빌미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0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해 풍부한 현대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일,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부산 해군작전기지 입항에 반발하며 낸 담화서 “전략적 수준의 위혁(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인 바 있다.

물론, 이번 오폭 사고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핵심 축인 연합훈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작금의 안보 현실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이번 오폭 사고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사고를 훈련 자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안전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일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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