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이예람 특검 풀스토리

2022.09.19 14:43:22 호수 1393호

100일 만에 털린 군검의 한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군 성폭력 사건’을 수사한 특검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예람 중사에 대한 군의 비상식적 조치가 다수 드러났다. 피해자 보호는커녕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도 하지 않았고 직속상관들은 허위사실을 퍼뜨려 사건 은폐와 반전을 노렸다. 특검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관련자 다수를 재판에 넘겼다.



안미영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해 고 이예람 중사의 유족도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방부 자체 조사에도 불구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사항들이 발견되면서 특검이 의미 있게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보다
나은 성과

특검이 수사의 마침표를 찍었으나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지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특검은 이 중사의 직속상관 2명을 재판에 넘겼다. 20비 정보통신대대장 김모 중령은 상부에 허위사실을 보고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허위보고, 위계공무집행방해)와 함께,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5공중기동비행단으로 파견을 갔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김 중령에게 장 중사의 파견을 연기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또 그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서 분리되지 않았던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또 대대장으로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장 중사가 피해자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가 지휘하는 정보통신대대 소속이자 이 중사의 1차 직속상관인 중대장 김모 대위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사가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출갈 때, 그에 대해서 ‘좀 이상하다, 20비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전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장 중사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한 국방부는 20비 군사경찰대대장 고모 중령과 수사계장 황모 준위를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과정에서 20비 군 검사 박모 중위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재판에 넘겼다.

그는 이 중사가 숨을 거둔 뒤 동기 법무관 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를 받는다. 사건 수사 지연을 자신이 요청했음에도 이 중사가 요청했다고 허위보고하기도 했다.

이 중사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의혹을 받는 몸통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예상과 다르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을 입건해 수사 중이며 또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양모 사무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 검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해당 검사에게 ‘양 사무관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한 구속영장은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수사와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위력을 행사한 혐의(특가법상 면담강요)를 받고 있다.

‘양 사무관의 범행’은 전 실장과 관련 있다. 양 사무관은 지난해 5월 전직 법무병과 고위 간부가 어느 교도소에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전 실장의 요구를 받고, 이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장 중사가 구속될 때, 6월2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사항과 심문 내용 등을 전 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양 사무관이 문자메시지로 전 실장에게 알려준 장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관련된 내용은 언론에 공개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섞여 있다고 전해진다.

군 검사·상관 대거 기소
은폐·피해자 압박 사실로

앞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17일 전 실장이 이 중사 사건을 무마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공군 법무관들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녹취록 자체가 조작됐으며, 전 실장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군인권센터에 이같이 조작된 녹취록과 녹취 파일을 넘긴 혐의로 변호사 김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그는 한 속기사무소 명의의 녹취록을 위조해 공군 법무관들이 이 같은 대화를 나눈 것처럼 내용을 작성(증거 위조, 사문서 위조)한 뒤, 군인권센터에 이 중사 사건을 제보하겠다며 이를 넘긴 혐의(위조 증거 사용,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해당 변호사는 공군 법무관 출신으로 전 실장에 의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대한변호사협(이하 변협)는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변협은 직권으로 조사위원회에 김 변호사를 상정했다. 조사위는 변협 징계위 회부 직전 단계다. 변호사 징계는 통상 조사위 단계에서 관련자 소명이 이뤄지고, 이후 징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징계위원회로 회부되는 구조다.

특검은 녹취록의 진위를 확인하던 중 조작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녹취록의 기초가 된 녹음파일 원본을 과학수사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TTS(Text-To-Speech) 방식으로 기계가 만들어낸 음성으로 밝혀졌다.

김 변호사에 대한 변협 차원의 징계는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특검법상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해도 변협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 권한은 명문화돼있지 않아서다. 변협이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은 특검팀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속 기소된 김 변호사의 1심 절차는 이달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오는 22일 김 변호사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혐의
그냥 봐줬다

특검에 의해 기소됐지만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는 전 실장은 특검 수사 결과 발표 뒤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 문제의 속기사무소에 전화 한 통 해보지도 않는 등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허위사실을 발표했다”며 “이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기에 군인권센터를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공군 공보정훈실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수사 결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받았던 공군본부 공보과 총괄장교 정모 중령이 불구속기소 됐다.

정 중령은 지난 5월31일 밤 이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온 뒤,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반전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기자 3명에게 이 중사가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라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허위사실로 피해자와 남편 김모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를 받는다.

특검은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이 부부간 불화가 아니었다고 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부검 결과 이 중사는 강제추행 이후 자살 위험이 급격히 고위험군에 이르렀고, 15특수임무비행단에 전입해온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겪어 심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겪었다.


특히 이 중사의 디지털 증거분석 자료와 상담일지, 혼인신고 당일 남편 김 중사와 나눈 대화가 녹음된 자동차 블랙박스 파일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성폭력 피해 및 2차 가해 등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겪다가 숨진 고 이예람 중사 및 유족에 대한 심각한 ‘N차 가해’이자, 공보 업무를 명목으로 수사 상황을 유출한 중대 범죄”라며 정 중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 중령은 해당 파일을 넘겨받은 일 자체로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었다. 하지만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6월 그가 이 중사에 대한 보도가 오보라는 인식을 갖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김 중사에게 파일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보장교로서 갖고 있는 직무상 권한을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단, 죄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죄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심적 압박에
분리 안 해

국방홍보훈령 27조는 사건사고 발생 시 관련 부서나 기관, 수사기관은 공보계통 언론 대응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정 중령이 ‘공보장교로서 갖고 있는 직무상 권한’이란 이를 뜻한다.

이 중사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는 국방수 자체 조사와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이 다수 확인된다. 특검은 “국방부 수사 당시엔 사건에 관계된 인물이 매우 많았고, 짧은 시간에 한정된 시간과 자원 내에서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미진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특검 수사를 통해서 미진한 부분의 의혹이 상당수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특검은 국방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여러 범죄 혐의를 발견해 수사했고, 국방부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 벌어진 ‘녹취록 위조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변호사를 구속기소 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심리부검을 통해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몇몇 혐의에 대한 기소를 진행했다.

특검은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 모든 것이, 폐쇄적인 군 조직에서 직업군인 한 사람을 사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며 “의혹이 제기됐던 것처럼 상부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나 무마했던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대장과 대대장, 20비 군 검사에 대해서는 군 문화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사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수사 결과 발표 뒤 입장문을 통해 “특검은 이 중사 사망 전후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끝내 규명하지 못했고, 부실 수사의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사의 죽음에 군 검찰과 군사경찰 등의 부실 수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규명하기는 했지만, 윗선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점은 유가족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군을 수사한 최초의 특검으로서 우리 군이 폐쇄적 병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과정의 전반을 규명한 성과를 이뤘다”며 “가해자 감싸기가 만연한 우리 군의 세태, 군사법원·군 검찰·군사경찰을 폐지하고 민간으로 관할을 이전해야 할 필요성, 거짓과 조작에 익숙한 우리 군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국방부와 공군은 이예람 중사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통렬히 사죄하고 곱씹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부실 조사 확인
“알고도 적극 대처 없어”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있는 이 중사 빈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게 제대로 된 수사다. 특검 수사는 끝났지만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수사 결과를)그대로 민간법원으로 옮겨 (사건 관련자들이) 처벌받게 해야 한다.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어머니 박순정씨는 “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공허감에 힘들었는데 (특검 수사 결과가)엄마 마음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장례 절차를 마치고)우리 아이를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번 특검 조사 결과에 대해 "별도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과한 이후 공군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별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도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재판의 진행 방향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실장 측은 “특검이 이번 특검의 출범 계기가 됐던 녹취록이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의 녹취 조작에 의해 작성됐다는 것을 밝힌 점은 군을 위해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끼워 맞추기식으로 군 관계자들을 기소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한 내용은 ‘군무원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왜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내가 지시한 것으로 기재돼있는 것이냐’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며 “피의자로서 담당 검사에게 사실 아닌 내용에 대해 항의했던 것이고, 당시 군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피의자와 상하 관계에 있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위력을 행사했다고 하면 검사나 재판부에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하거나 변론하는 것은 모두 죄가 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소에 매우 유감을 표하며 이는 허위 녹취록 등으로 그동안 억울한 공격을 당해온 군을 흔드는 일이다. 끝까지 무죄를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위사실 유포
피해자 모독도

이번 특검은 여야 합의로 지난 6월5일 출범해 지난 12일 수사 기간을 종료했다. 특검법에 따라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70일이지만,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최대 30일까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후 관련자 164명을 조사했고, 18회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 중사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마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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