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비상계엄과 각종 사건 사고의 후폭풍으로 유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서 유학 중인 외국 학생들은 서둘러 귀국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으며 외국서 유학 중인 학생들은 높아진 환율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유학생 30만명 시대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국내서 공부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서 비상계엄과 각종 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귀국 일자를 앞당겨 본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8962명으로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중도 이탈
이는 지난 2023년 유학생 18만1842명보다 15% 늘어난 수준이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16년 처음 10만명에 도달한 후 매년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예년보다 적은 유학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12·3 비상계엄서 이어진 탄핵 정국과 대한민국 곳곳서 발생하는 사고 때문이다.
실제로 한 외국인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비상계엄 이후 학기 중인데도 귀국을 알아보고 있다는 글이 계속 게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과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과 달리, 유학생 사회에선 ‘계엄이 발생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돼 여전히 동요가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서 공부 중인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불안을 호소하며 일부는 귀국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부모와 각국 대사관, 교환 학생이 파견된 해외 대학 등으로부터 유학생 안전을 확인하는 문의가 늘어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만나 그들의 심경을 들어봤다.
K팝과 K드라마에 빠져 지난해 8월 교환 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는 프랑스인 A씨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귀국 일정을 오는 2월서 이달 말로 앞당겼다.
A씨는 “비상계엄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 한국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무서웠다”면서 “특히 계엄 이후 출입국이 막힐 것이라는 말이 계속 나와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봐 비상계엄이 끝난 뒤에도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 유학생 20만명 첫 돌파
조기 귀국…상당수 불안감 호소
그는 이번 무안 참사를 이야기하며 “이번 사고에 대해 프랑스 언론서도 테러가 의심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며 “가족들에게 안전하다고 했지만 정보를 접하는 것이 느린 유학생들은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작별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처음에는 교환학생이 끝나고 나서도 2월에 귀국한 뒤 다시 한국에 돌아올 방법을 알아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귀국하는 것만 생각 중”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이미 귀국한 후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경기도 소재 대학서 3년간 공부한 중국인 B씨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후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 바로 귀국했다”며 “기말고사도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겨울 계절학기도 본래 오프라인 수업이었지만 교수님께 문의해서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다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졸업하려면 1년을 더 다녀야 하는데 귀국한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천안문 사태를 경험한 세대다 보니 비상계엄이 터지자 바로 귀국하라고 했다”며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도 귀국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유학을 계획 중이던 호주의 한 학생은 유학을 취소하기도 했다. C씨는 “한국 학생 비자를 받고 일주일이 지나고 비상계엄이 발생했다”며 “이후 합격한 어학당을 취소하고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내 ‘외국 학생 이탈현상’을 걱정하는 학교도 있었다.
비대면 기말 시험 치러
학업 취소 사례도 증가
수도권 대학의 한 관계자는 “자국서 군사정권을 경험했던 학생들이나 정치학, 철학·사상 등을 연구하는 학생들의 경우 특히 이번 사태에 민감도가 높았다”면서 “비상계엄 충격으로 한국에 오려고 했던 학생들이 방향을 틀어버리는 등 내년도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 봐 긴장된다”고 말했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올해 한국 유학을 계획한 외국인 학생 상당수가 입학처를 통해 ‘여전히 한국에 가도 되는 상황이냐’는 문의를 해왔다”며 “학생은 유학을 오겠다고 해도 학부모가 반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이 외국 학생 이탈을 걱정하는 이유는 학교 재정에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 상당수는 국내 학령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지난해까지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자 재정난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완화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은 교육 당국의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로 외국인 유학생이 줄어들 경우 재정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의 한 관계자는 “외국 학생 이탈이 계속 이어지면 그 부담은 결국 국내 대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학령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 학교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등록금 인상을 논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이탈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한국 유학생의 귀국도 늘어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서 보낸 돈으로 생활하는 일부 해외 유학생은 휴학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휴학 고민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걱정하거나 토로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생은 조기 귀국을 생각하거나 생활비가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늘렸다는 글도 게제하고 있다.
현재 한국서 대학교를 다니는 이모씨는 “올해에 편입해서 유학을 가려 했으나 환율이 치솟는 바람에 고민하고 있다”며 “강달러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 같아 유학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달러화 강세는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원화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달러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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