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충돌? 제주항공 참사 국토부 ‘셀프 조사’ 논란

2025.01.06 11:51:57 호수 0호

사조위에 전·현직 인사 다수 포함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구성과 운영을 국토교통부 전·현직 관료들이 맡아 ‘셀프 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의 핵심인 ‘콘크리트 둔덕’을 포함한 공항 시설물 설치 및 관리의 책임 소재를 파악해야 하는데 조사 주체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6일 국토부에 따르면 수습 당국은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 사조위를 급파하고 한미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분석 등을 진행 중에 있다. 합동조사단 23명 중 12명은 사조위 소속이다.

문제는 사조위에 전·현직 국토부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장만희 전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이 조사위원장으로,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이 각각 항공분과와 철도분과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참사 규모를 키운 주원인으로 꼽히는 콘크리트 둔덕 건설의 최종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 현재 국토부는 무안공항 01번 활주로의 콘크리트 둔덕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받치는 콘크리트 둔덕은 지난 2023년 개량 공사서 두께 30cm 콘크리트 상판이 덧씌워지며 더 단단해졌다. 당시 발주처는 한국공항공사, 승인 기관은 부산지방항공청으로 모두 국토부 산하기관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정도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은 수십톤에 이르는 항공기가 시속 200km 이상의 고속으로 부딪히면 엄청난 충격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고 영상을 살펴보면 사고기는 동체 착륙 후 활주로를 따라 쭉 미끄러지다가 둔덕과 외벽에 충돌하면서 폭발 후 바로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콘크리트 둔덕 설치의 이유로 태풍 등으로 로컬라이저가 부서지는 걸 막기 위한 보강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3월3일 한국공항공사의 ‘무안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 공고에 ‘장비 안테나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활주로와 인접 안전지역에 설치되는 물체나 시설은 쉽게 부서지거나 변형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서 국토부가 직접 조사위를 구성하고 이해관계자가 사고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셀프 조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조위 운영 규정 제29조는 ‘조사단 구성 시 사고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는 제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가족협의회’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라”며 국토부의 셀프 조사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들은 “조사위원장은 전직 국토부 관료 출신이고, 상임위원은 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라며 “결국 국토부의 직접 이해 관계인이 위원회 논의를 주도하고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 중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공항 시설물이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혹이 있는데도 국토부는 ‘셀프 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사조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토부 관계자들을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별도 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의 의견 개진도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희생자의 억울함을 달래고 유가족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진상을 조사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사위 보고서를 위원이 아닌 조사관이 작성해 공정성과 중립성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조위 관계자는 “위원들이 국토부 소속이긴 하지만 임기제 민간 전문가로 독립적인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고 국토부에 안전 권고를 내릴 수도 있다”며 “항공정책실장도 실제 위원회 업무서 배제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조사관이 작성한다 해도 위원들이 최종보고 심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데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법 관련 한 전문가는 “비록 조사관이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조사위의 구성 자체가 국토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면, 그 조사 과정서부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나 국제기구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보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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