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몰락한 처럼회 막전막후

2023.05.30 12:40:23 호수 1429호

화려한 비상 끝 날개 없는 추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날개 없는 추락’이다. 집권여당 시절 화려하게 비상했던 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다. 당 대표의 ‘호위무사’ 역할로 주목을 받았던 과거와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으로 알려진 ‘처럼회’ 이야기다. 



‘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이하 처럼회)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초선 의원 모임으로 2020년 6월 만들어졌다. 처럼회엔 최강욱·김남국·장경태·민형배·김용민 의원 등이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공부모임 성격이 강했던 이들 모임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 당시 선봉에 나서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잘나가다가

최강욱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대표)은 “본받을 분들에겐 배우고 누구처럼 못된 짓은 하지 말자는 다짐도 있고 늘 근본을 생각하자는 뜻도 있다”고 처럼회의 명칭에 대해 말했다. 처럼회는 검찰 이슈서 특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개혁에 발을 맞추면서 강성 민주당 지지층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처럼회 소속 의원 가운데 대다수는 친이(친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문정부서 불거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는 공격수를 자처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당초 검수완박 정국 자체가 처럼회의 입법으로 시작됐다. 2020년 공소청법 제정안과 검찰청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검사의 직무 중 ‘범죄수사’를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수준을 넘어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수완박 정국이 갈무리됐다. 그럼에도 처럼회의 검찰개혁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윤석열정부를 향한 공격도 이어졌다. 소속 의원이 20여명 정도인 정치 모임에 170석 거대 야당이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 안팎에서 불거졌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17일 ‘이해충돌 방지법에 위반될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헌법 제53조제2항을 보면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상황일 경우 국회의원은 국회법 제32조의5에 따라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안건 등에 대한 회피 조항이 규정돼있다”고 설명했다. 

검찰개혁 주도 강성 모임
대다수 친이재명계 분류

그러면서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이해충돌의 상황 속에서도 재의권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대통령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위반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공수처가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고 부정한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하거나 인사권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불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등 법 왜곡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한 판·검사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공수처법 개정안의 근거로 판검사의 부당한 사건 처리와 불공정한 재판 진행을 ‘법 왜곡’으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한다는 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개정안 발의에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코인 사태’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당장 반발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 수단으로서 삼권분립의 가치가 반영된 것은 물론,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절대 선’ 이라도 되는 줄 아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윤석열정부
역풍 맞아


유 수석대변인은 “불공정의 판단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에게 죄가 있다 판결하고 송영길 전 대표도 문제 있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불공정하다고 주장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금까지 자행한 ‘입법폭주’도 모자라 법 위에 군림한 채 ‘입법탈주’로 치달으며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근본마저 짓밟는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처럼회가 강하게 나갈수록 그 반작용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처럼회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모임 해체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 배경으로 처럼회 소속 의원의 ‘헛발질’이 꼽힌다. 처럼회 핵심 멤버로 꼽히는 의원들이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손절’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거액의 가상화폐(코인) 보유·투자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이미 개인적인 사안을 넘어 당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선자금 관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게이트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치명적인 악재가 불거진 셈이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서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으로 불리는 코인 관련 개정안도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재산 신고‧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국회의원이 국회에 신고하는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도 포함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등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부칙으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변동내역을 내달 말까지 국회윤리심사자문위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30대
지지율↓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20~30대 청년층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3주차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8.5%, 민주당 42.4%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체 지지율서 국민의힘에 앞섰지만 20~30대서 크게 떨어진 결과를 받았다. 20대서 12.9%p(47.9%→35.0%), 30대서 8.5%p(47.8%→39.3%) 떨어진 것.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직전 조사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김남국 코인’ 이슈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평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서도 처럼회가 ‘김남국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19일 SBS 라디오서 “코인 투자를 하는 국민이 6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며 “코인 투자가 비도덕적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의 코인 투자에 도덕적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처럼회 소속 유정주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불법과 투기는 그 무엇이든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일반화시키며 그 행위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 이슈 따라 끝도 없는 삼만리가 되는 것도 지양해야 하지 않을지”라고 적었다. 처럼회의 김남국 의원 비호에 당내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처럼회가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강욱 의원의 도덕성 논란에 불을 지핀 ‘짤짤이’ 논란이 사실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을 뜻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짤짤이 논란은 지난해 4월28일, 민주당 내 온라인 화상회의를 하던 중 김 의원이 화면에 보이지 않자 최 의원이 ‘지금 짤짤이 하는 것이냐’고 물었던 일을 말한다. 

‘무소불위’ 입법폭주 비판
코인 의혹 김남국 비호 중

당시 회의에 여성 보좌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고 몇몇은 최 의원의 발언이 성적 행동을 뜻하는 ‘XXX’로 들렸다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자 성희롱이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의 발언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악재로 불거졌다. 당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당윤리심판원에 해당 발언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윤리심판원은 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최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해 현재 재심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난해 8월25일 최 의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손 기자는 인터뷰 과정서 최 의원이 코인을 짤짤이로 표현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불거졌던 최 의원의 발언이 김 의원의 코인 사태와 연결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처럼회의 자정 작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처럼회 소속 장경태 의원 역시 2021년 8월, 김 의원의 코인 거래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처럼회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는 말 그대로 ‘망신살’을 샀다. 당시 민주당은 최강욱‧김남국‧김용민‧이수진‧민형배 의원을 앞세워 한 장관을 공격했지만 역공에 망신만 당했다. 당시 김남국 의원은 한 장관의 조카가 이모(이씨 성의) 교수와 공저한 논문을 딸과 그 이모(어머니의 자매)가 공저한 것으로 착각해 “딸이 이모와 같이 논문을 쓰지 않았느냐”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다그쳤다. 

최강욱 의원도 영리법인 ‘한국쓰리엠’이 한○○으로 표시돼있는 것을 한 장관의 딸 한모양으로 착각해 엉뚱한 공세를 펴기도 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급상승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 반면 한 장관의 인지도와 인기는 청문회를 기점으로 크게 올랐다. 

총선 전
악재될까

민주당 내부서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처럼회 해체론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이 불거지면서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이 대표는 어디 있느냐”고 비판하면서 “폭력적 팬덤과 이제는 결별해야 한다. 김남국 의원을 비호하는 처럼회를 해체하고 처럼회를 떠받드는 극성 팬덤정치를 확실히 끊어내라”고 요구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처럼회 탈퇴 강성희
“의정활동에 도움 안 돼”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처럼회서 탈퇴했다.

강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최근 공정사회포럼(처럼회) 가입이 뜻하지 않은 논란을 불러와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탈퇴의 뜻을 대표님께 전했다”고 적었다.

처럼회는 민주당 내 모임이면서 국회 의원연구단체로 ‘국회 공정사회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돼있다.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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