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이 5일,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전당대회 ‘룰 뒤집기’에 반발하며 전격 사퇴한 가운데 김남국 의원 등 39명 의원들이 “당원에게 묻고 결정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대위가 당원들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절차마저 훼손하는 결정을 한 점, 한걸음 나아간 전준위 결정을 비대위가 뒤집은 것을 지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제 비대위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방식을 의결했다”며 “당원들의 투표권을 제한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마저 훼손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의결 내용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본선 진출 후보를 중앙위원급 위원들 투표만으로 결정하는 것 ▲최고위원 투표 시 2표 중 1표는 반드시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의 후보에게 행사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대위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전준위서 결정한 국민 여론조사 30% 반영안을 뒤집고 중앙위원급 위원 투표 100%를 의결했다”며 “이는 당 의원들이 심도 있게 논의해 마련한 당 혁신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비대위의 결정은 오랜 기간 지적돼온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혹평했다.
김남국 의원은 “당 지도부 선출에 당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전준위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보완하려 했으나 비대위가 막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출 시 1인2표를 행사하게 되는데 이 중 1표를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당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의 수도권 지중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우리 당이 특정지역에 국한되는 정당으로 갇힐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지도부는 권역별 대표자 연합체에 그치게 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부가 전국적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선 투표권 행사 방식을 강제가 아닌 민주적 과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 등은 이미 각 시도당을 통해 최고위원회의서 논의되고 있다. 특정 지역 출신 최고위원들이 특정 지역 숙원사업에만 관심 가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결정이고 최고위원을 역임했던 동료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남권은 호남권에 비해 의석수와 권리당원 수 모두 절대적으로 적은 만큼 비대위가 내세운 지역균형의 명분이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강원/충청과 영남 권역을 합쳐도 호남 또는 수도권 권역에 미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어떻게 지역균형이고 지역안배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제 비대위의 결정은 당내 극소수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으로 대선과 지선을 치르면서 당원과 국민 앞에 호소했던 혁신과 쇄신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닌 당원이다. 당 주인인 당원에게 당 대표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졸속 의결한 비대위의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에는 강민정, 권인숙, 김경만, 김남국, 김병욱, 김승원, 김용민, 김윤덕, 김정호, 문정복, 문진석, 박범계, 박성준, 박주민, 박찬대, 신정훈, 안민석, 양이원영, 유정주, 이수진(지), 이수진(비), 이용빈, 이재정, 이탄희, 임종성, 장경태, 전용기, 정성호, 정청래, 정필모, 조정식, 주철현, 천준호, 최강욱, 최혜영, 한준호, 허종식, 홍정민, 황운하(이상 가나다 순), 정다은(경주시 지역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는 내달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