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곽순환로 공사에 떠는 주민들 사연

2018.06.12 09:23:20 호수 1170호

“내 집 밑으로 터널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내 집 밑으로 고속도로나 터널이 생긴다면? 안전에 대한 불안감부터 생기기 마련이다. 공사와 동시에 벽에 금이 가고 지반이 무너진다면 공사에 대한 우려는 증폭될 것이다. 일부 지역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지하에 대한 토지소유권이 애매한터라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 삼두아파트 주민들이 인천-김포를 통과하는 고속도로의 지하터널 발파로 인해 아파트가 붕괴 위험에 놓였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붕괴 위험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달 25일 열린 입체적 도로구역 지정처분 무효확인 2차 공판서 인천 삼두아파트 주민들은 “국토부는 제2외곽순환(인천-김포)고속도로의 인근 지역에 대한 도로구역 지정을 철회하고 도로법에 따라 적법하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는 인천 중구 신흥동부터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까지 약 28km 구간에 1조9421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3월 개통된 민간투자사업이다. 고속도로 시행사는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회사가,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안 쪽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2002년 계획된 최초 설계안이 2012년 아파트와 학교 아래로 통과하는 지하터널로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공사 이후 터널 직상부에 위치한 삼두아파트의 벽이 갈라지고 도로가 벌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공사로 인해 아파트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국토교통부는 책임 소재를 떠넘기려는 자세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 지하터널 공사가 ‘입체적 도로구역’이 지정되지도 않은 상태서 협의없이 진행된 공사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두아파트 측 변호인단은 “도로법 28조에 따라 토지 소유자와 협의를 해야 함에도 국토부는 실소유주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고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밝히지도 못하면서 누구와 협의해 입체적 도로구역을 지정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막바지인 2016년 5월31일에 지하터널 인근 지역에 입체적 도로구역이 지정됐는데 당시는 터널발파공사가 약80% 진행된 상태라서 일방적으로 고시한 사후처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도로법 제28조 2항에는 도로구역을 지정할 때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자와 구분지상권의 설정이나 이전을 위한 협의를 해야 하며, 지상의 공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체적 도로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건물 기울고 지반 침하 진행…국토부 “나몰라”
균열로 인한 가스누출…인근 주민 극도의 불안

변호인단은 “제2외곽순환(인천-김포)고속도로의 사업 주체를 명확히 해야 도로구역 지정 철회와 추후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민자고속도로가 분명함에도 국토부 측은 자신들이 공사를 직접 시행한 주체라고 말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 주체를 알기 위해 공사 당시 업무협약 등 관련 계약 자료를 국토부에 요청했는데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시공사나 도급계약 내용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토부 고시에는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회사가 사업시행의 주체로, 한국도로공사가 용지보상의 주체로 표기돼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업주체를 먼저 확인해야 하므로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허부 여부가 판단되면 국토부는 관련 문서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주민들은 인천 동구를 관통하는 5.5킬로미터의 지하터널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16년에는 터널 인근 시장과 초등학교에 지름 0.5~10m의 싱크홀이 두 차례 생겼고 초등학교 건물 내부에는 100여개의 균열이 발생했다. 삼두아파트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해 건물이 기울고 지반 침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기운 삼두1차아파트 주민회장은 이날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아파트 지하로 터널이 지나며 계속해 균열이 가고 기울어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미끄러져 내려갈 정도로 심각하다”며 “최근에는 균열로 인한 가스 누출이 확인돼 대부분의 주민들이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 회장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는 국토부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포스코건설과 결탁해 벌인 불법적인 공사”라며 “그럼에도 공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지하터널 구분지상권에 대한 법률이 마련됐다면서 토지 보상금으로 한평당 9800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소송 결과는?

삼두아파트와 인천장로교회 등 주민 202명은 국토부가 고속도로 지하터널 발파 공사를 80% 이상 진행하고 나서 일방적으로 입체적 도로구역을 지정한 것은 불법이라며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입체적 도로구역 지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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