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제화가 때 아닌 법정다툼으로 시끄럽다. 13년 전 타계한 창업주의 유산을 놓고 남매간 소송이 진행 중인 탓이다. 금강제화의 ‘남매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분쟁에 휩싸인 주인공은 창업주 고 김동신 전 회장의 2남4녀 자녀들 가운데 다섯째(53) 딸과 여섯째(50) 딸이다. 이들은 최근 법원에 김 회장의 장남이자 그녀들의 오빠인 김성환 현 금강제화 회장(65)을 상대로 유산상속분을 더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창업주 고 김동신 회장 유산 놓고 남매간 법정다툼
두 딸, 오빠 김성환 회장에 30억 유류분 청구 소송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번 법정다툼의 주요 쟁점은 김 전 회장의 유산 상속이 형제들에게 정확히 배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소송을 제기한 딸들은 문제의 원인을 김 회장의 탓으로 돌렸다. 애초 김 회장이 아버지의 재산 규모를 속였기 때문이라는 것. 이들은 김 회장이 이미 수많은 재산을 생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았음에도 자신들을 속여 상대적으로 적은 재산을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장남이 재산규모 속였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01년 세무서로부터 상속세 통지문을 받고나서야 김 전 회장의 재산과 증여·상속 규모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됐다. 김씨 등은 소장에서 “1997년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김 회장이 아버지의 재산이 거의 없다고 속이고 정보를 전혀 알려주지 않아 우리는 재산 상태를 알지 못했다. 장남인 김성환 회장이 재산의 대부분을 증여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김씨 등이 김 회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다. 선대 회장인 아버지의 전체 유산에 대한 정당한 상속분을 배분하라는 것. 이들은 “아버지가 생전에 장남과 차남, 어머니 등 가족들에게 증여한 재산은 총 1217억여 원이었다”며 “이 중 장남인 김 회장이 874억여 원을, 차남이 182억여 원을 증여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상속을 포기한 나머지 두 형제를 제외한 김씨 등 두 딸은 “우리들은 당시 현금과 부동산 등 각각 35억원씩을 상속받았을 뿐”이라고 밝히며 추가적인 유산 배분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제껏 밝혀진 재산규모를 기준으로 한다면 약 140억여 원을 추가로 받을 권리가 있다”며 “우선 증여받은 유산의 일부인 1인당 15억원씩 3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유류분 청구한다”고 밝혔다.
‘유류분’이란 법에서 특정인이 고인의 유산 대부분을 상속했더라도 타 유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정 비율만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재산으로 남겨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김씨 등은 바로 이 금액 중 일부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강제화 ‘남매의 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해당 문제가 당사자 간에 상당 기간 논란을 빚어왔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김씨 등은 소장에서 “김 회장에게 유류분을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회장이 주겠다고 말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이 아버지인 김 전 회장의 재산 규모를 파악한 지난 2001년 이후 이미 유산 재분배 문제를 놓고 김 회장과 수차례 대립이 있어 왔으며 이로 인해 서로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김 회장이 아직도 생전에 물려받은 재산 중 상당 부분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김 창업주가 김 회장 등에게 증여한 재산 규모가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씨 등은 이 경우 “(유류분) 청구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추가 분쟁의 가능성도 예고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미 13년 전 고 김 전 회장의 타계 이전에 분배가 마무리된 유산 문제가 지금에 와서 다시 불거진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분쟁의 원인이 단순한 금전적 대립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유산 분쟁이 여타 재벌그룹의 유산 상속 다툼과 같이 남매간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이제껏 유산 상속 문제를 놓고 벌어진 재계 재벌그룹들의 법정 다툼이 차후 당사자에 대한 폭로와 비방 등이 난무하는 골육상쟁의 다툼으로 이어진 데에 따른 전망이다.
숨겨둔 재산 더 있다(?)
한편 금강제화는 이번 소송과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성환 회장이 현재 사업차 미국 출장길에 올라 있는 탓이다. 금강제화 한 관계자는 “현재 회장이 해외 출장 중인데다 이번 논란이 사업에 대한 문제가 아닌 가족 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회장이 귀국 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