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2010 인사 생존’ 철면피 CEO들

2010.01.12 09:22:46 호수 0호

구설수에도 버틴 사장님 “얼굴에 철판 깔았다”

대기업의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됐다. 엄격한 신상필벌의 평가와 분위기 쇄신, 과감한 ‘황태자 체제’ 전환 등이 맞물려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규모 지각변동 속에서 자리를 지킨 수뇌부들도 적지 않다. 특히 온갖 구설수와 각종 논란에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버틴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이번 인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장님’들을 꼽아봤다.

주요 그룹 조직개편 마무리 대대적 ‘물갈이’
‘성추행, 만취 추태…’추문 경영인 유임 논란


“휴∼살았다!”
A사장은 최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지저분한 구설수에 휘말려 경질이 점쳐진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기 때문이다. A사장은 지난해 술을 마시고 일행과 함께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소녀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댔다.

“휴∼살았다!”



그는 평소 온화한 인품으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그동안 숨기고 있던 추잡한 ‘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풀려난 A사장은 이 사건 이후 ‘엽색 사장님’으로 낙인 찍혔고 경질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A사장은 이런 예상을 깨고 자리를 지켰다.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무리 사건의 직접적인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기업인 같으면 사임해도 진작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장은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사태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렸고 결국 최대 고비였던 이번 인사에서도 별일 없었다는 듯 살아남았다.

이처럼 온갖 구설수와 각종 논란에도 유임된 CEO들이 적지 않다.
B행장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2007년 ‘만취 추태’로 궁지에 몰렸다. B행장은 한 장례식장에서 부하직원을 불러 세운 뒤 심한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리는 폭행을 가했다.

그야말로 ‘난동’이었다. 당연히 회사 안팎에선 “물의를 일으킨 만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B행장의 소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B행장은 사건 뒤 올해를 포함해 모두 3번의 ‘인사문’을 무사통과했다. 게다가 조만간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승진설까지 나돌고 있다. B행장은 과거 ‘만취 추태’ 이력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사장은 지난해 허술한 직원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라 곤욕을 치렀지만 그때뿐이었다. C사장은 회사의 직원이 거래처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사건 이후 부실 경영 지적을 받아 자리가 위태로웠다.
‘낙마 CEO’ 1순위에 오르내린 것. 더욱이 이 회사는 전임 사장들이 잇따라 직원들이 저지른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 이번 인사에서 해임 가능성을 짙게 했지만 C사장은 얼굴에 철판을 깐 채 간신히 버텼다.

D사장은 회사 실적부진으로 쫓겨날 뻔했다. 지난해 그룹 돌발인사 당시 위기에 빠진 계열사의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D사장은 부임 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다른 업체들에 치여 사업 확장은커녕 매출도 그대로였다.
때문에 D사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고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벼랑 끝에 간당간당 매달렸던 D사장은 “올해 더 지켜보자”는 오너의 의중에 따라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E부회장은 올 인사 막판까지 퇴진설에 시달렸다. 대신 오너의 형제가 자리를 꿰찰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E부회장은 유임이 힘들 것이란 항간의 예상을 깨고 결국 유임됐다. 그룹 측은 유임 이유에 대해 “양호한 실적을 올린 성과가 인정됐다”고 밝혔지만 후계자로 낙점된 오너의 아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아직 이른 점이 잔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E부회장으로선 일단 회사 잔류에 성공했으나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이 아닐 수 없다.

F사장은 자질 논란으로 미끄러질 위기에 처하자 인사철을 앞두고 부쩍 언론 등에 자주 얼굴을 비쳐 빈축을 샀다.
평소 은둔경영인이라 불릴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을 기피해온 F사장이 더 이상 자리 보존이 어렵다고 판단, 인터뷰 등을 통해 직접 자신의 공적을 외부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F사장은 의도대로 유임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의 공로를 부각시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 F사장을 지켜본 내외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내외부 시선 ‘싸늘’

재계 관계자는 “올해 대기업 인사는 ‘안정 속 변화’란 평가대로 전체적인 이동 폭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격한 신상필벌의 평가와 분위기 쇄신, 과감한 ‘황태자 체제’전환 등이 맞물려 적잖은 물갈이가 이뤄졌다”며 “온갖 구설수와 각종 논란에도 자리를 지킨 CEO들은 오너나 이사회의 신임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겠지만 한번 찍힌 낙인은 지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