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제약 직원 ‘자살 미스터리’<쟁점2>

2009.12.08 09:34:56 호수 0호

산재처리 안되는 사건에 위로금 협의 중?

최근 태평양제약이 직원 자살 사건에 휘말려 몸살을 앓고 있다. 단순 자살로 종결될 듯했던 이 사건이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수면 위로 급부상한 탓이다. 경찰 조서에서 자살하기 전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따라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 그동안 영업사원의 자살에 대해 개인적이 이유 때문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던 태평양제약으로선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태평양제약이 뒤로 유족 측과 위로금에 대해 합의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영업사원 자살을 둘러싼 쟁점들을 따라가 봤다.

모범 사원에 영업능력도 뛰어난 인재 자살 ‘의혹투성이’
‘개인사’ 입장 고수 회사가 뒤로 합의 진행 행보 ‘아리송’


지난 10월16일 밤 10시쯤 서울 노원구 M아파트.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한 경비원이 달려간 자리에는 태평양제약 본사에서 근무하던 영업사원 윤모(35)씨가 죽어 있었다.
경찰 조사와 CCTV 판독 결과에 따르면 사건 당일 윤씨는 2층 자택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갔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윤씨가 1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쟁점1>개인사정 vs 권고사직?



그러던 이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윤씨의 자살에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유족들이 경찰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 권고사직을 받았다’고 진술한 내용이 단초가 됐다.
실제 윤씨의 아내인 A씨가 당시 경찰에서 “남편이 사고 전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는 진술을 한 것이 경찰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진술 당시 아내가 ‘남편이 조만간 직장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한동안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었다고 진술했다”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태평양제약의 권고사직 압박이 윤씨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태평양제약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사건 직후 윤씨의 자살 원인과 관련 일관되게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해왔던 태평양제약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윤씨에게 회사가 권고사직을 통보한 적이 없다”며 “일부에서 사고 당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사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족이 왜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고 진술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분명한 것은 그의 자살이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윤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개인적인 사정에 대해선 “유가족이 얘기를 하지 않아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쟁점2>유족-회사 위로금 합의 중?

현재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유족과 태평양제약 간의 합의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직원의 자살에 대해 ‘개인사’라며 논란을 일축한 회사가 뒤에선 유족들과 장기간 위로금에 대해 합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일반적으로 자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법령에 따라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다. 회사 사규에서도 업무재해로 인한 사망이 아닌 자살의 경우 위로금 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히 자살로 인한 위로금 합의는 자칫 회사가 의도하지 않은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일각의 해석이기도 하다. 

태평양제약은 현재 유족들과의 합의 진행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이는 도의적인 차원의 보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윤씨는 회사의 모범사원일 뿐 아니라 영업 능력도 뛰어난 인재였다”며 “지난 11년 동안 근무한 훌륭한 직원이었기에 도의적인 차원에서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과 회사 간 위로금 합의는 사건 이후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어느 정도의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사건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단순 자살로 종결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일 권고사직으로 인한 자살로 판명난다면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전무후무한 태평양제약의 ‘도의적 차원의 위로금 지급’이 진행될 경우 업계의 새로운 판례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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