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막걸리전쟁’ 막후

2009.12.08 09:41:36 호수 0호

‘한 잔 더’ 외치며 진로·국순당 ‘부어라 마셔라!’

전통주 막걸리의 열풍에 주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맥주나 와인 등에 비해 외면(?)을 받아오던 막걸리가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각광받으면서 효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막걸리 생산업체들은 앞 다퉈 시장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다. 막걸리의 인기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뻗어가자 최근엔 국내 대기업도 해외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싸구려 술’ 외면 받던 막걸리 웰빙 바람 타고 귀한 대접
국내시장 선점한 국순당 ‘함박웃음’…진로 일본진출 박차  

국내 대표 주류업체인 진로가 막걸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1일, 진로는 수출용 ‘진로 막걸리’ 2400상자(1상자 20본입)를 일본시장에 첫 수출하며 막걸리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진로는 이를 시작으로 내년 3월부터는 현지법인인 진로재팬을 통해 일본 전 지역에 본격적인 시판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진로 막걸리’ 일본 수출

진로의 막걸리 제품 출시는 최근 일본에 불고 있는 한국 막걸리의 선풍적인 인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막걸리 열풍이 한창인 일본에서 먼저 브랜드파워를 가진 진로가 막걸리 제품을 수출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일본은 최근 2~3년간 막걸리에 대한 소비가 크게 늘었다. 일본 막걸리 시장은 2006년 이후 수입량이 해마다 증가해 2008년에는 전년 대비 16.8%의 성장률을 보였다. 수입 품목수도 증가해 올 1~9월에는 전년대비 약 4배에 달하는 50여 종의 막걸리가 수입됐다.

일본 내에서의 한국 막걸리에 대한 열풍은 국내 막걸리의 세계 수출 분포를 보더라도 확연하다. 일본은 국내 막걸리 제품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로 올 상반기 국내 막걸리 총 수출량 중 89%(2336t)가 판매됐을 정도다.
업계에선 이에 진로가 일본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막걸리 시장을 선점해 일본 주류시장 정복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단 진로는 ‘진로 막걸리’가 식이섬유, 단백질 및 비타민 등을 다량 함유해 건강을 중시하고 저알코올 술을 좋아하는 일본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자신하는 모습이다.

반면 진로의 일본 막걸리 시장 진출은 주로 지역에서 소량 생산해 수출하는 시스템을 갖춰왔던 수십여 개의 국내 중소 막걸리 업체들에게는 복병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이들은 앞으로 진로와 치열한 일본시장 선점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위치에 놓인 것이다.

전통주 막걸리의 성장세는 국내에서도 거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9월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에서 막걸리는 맥주와 사케를 제치고 와인과 위스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특히 추석선물용 막걸리 세트가 처음 출시된 9월에는 막걸리가 맥주에 비해 판매량은 4배, 매출은 3배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체인 GS25가 지난 9월 전국 3000여 개 매장을 상대로 조사한 주류 판매 결과에서도 막걸리는 위스키를 이기고 맥주와 소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지자 막걸리 생산업체는 앞 다퉈 유통경로를 확대하는 등 시장 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참살이탁주’로 유명한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은 현대백화점과 하나로마트 및 다양한 유기농 전문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엔 미국 뉴욕 시장으로의 진출도 성공시켰다. 이들은 국내 최초로 생 막걸리를 항공으로 수출, 현지 유통망을 통해 뉴욕 지역의 할인마트 및 매장 등에 국내 쌀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가평잣 막걸리’ 등 15종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우리술도 일본에서 국내 대형 주류업체를 제치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일본 내 백화점 상당수에 진출한 전적이 있는 우리술은 지난달엔 일본 내 매출액 1위 백화점인 다카시마야 20개 전 점포에서 ‘쌀막걸리’ ‘배막걸리’ 등 2종류의 막걸리를 판매하게 됐다.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하며 막걸리 열풍에 웃음꽃을 피운 기업도 있다. 바로 국순당이다. 그동안 주류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던 국순당은 막걸리 열풍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출시된 국순당 ‘생막걸리’는 올해 최고 성장세를 기록한 제품으로 손꼽힌다. 출시 당시만 해도 1억원 정도였던 ‘생막걸리’의 매출은 지난 11월 2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순당 전체 매출에서 막걸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 정도에서 2009년 3/4분기 15.9%로 급성장했다. 백세주 판매의 부진으로 2004년 이후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고전하고 있던 국순당에게 막걸리 열풍이 신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효자 상품 급성장

이밖에도 포천 이동주조 등 다양한 막걸리 제조업체가 일본과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지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올 한 해 매출 향상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포천 배상면주가는 202억원, 포천 이동주조 74억원, 가평 우리술 20억원, 화성 배혜정누룩도가 10억원 등의 수출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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