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 겉도는 소상공인 지원 민낯

2022.04.11 11:40:58 호수 1370호

실효성 없고 현실성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해 동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50만원의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을 받은 소상공인은 총 23만6487명이다. 벌써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2년하고 5개월. 소상공인의 상황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실성 없이 말만 무성한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31일 법무부·중소기업벤처부·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손해 본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 감액 조정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침에 따르면 방역 또는 예방 조치가 시행되고, 조치 이후의 평균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한 경우 임차인인 소상공인은 감액을 요청할 수 있다.

현 정부도

감액 금액은 매출액이 감소한 부분에 비례한 것으로 정했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소상공인과 임대인의 조정성립률이 높아져 소송비용 등 불필요한 부담이 줄어들고, 당사자 사이에 자율적 분쟁 해결의 기준으로 활용돼 차임증감에 대한 협의가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들은 실효성 없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가이드라인의 임대료 감액조정 지원 대상에는 제한사항이 있다. 방역 또는 예방 조치가 없어진 뒤 매출액이 방역 또는 예방 조치 강화 이전으로 회복되는 경우, 임대인은 다시 차임 증액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감액의 구체적인 범위를 협의할 수 있다’고 정해놨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날 “임대료 감액 조정 기준 마련 만시지탄, 권고 수준 실효성 높일 후속 조치 필수적”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에는 가이드라인이 권고안이어서 강제성이 없고, 마련 자체가 너무 늦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실렸다. 이어 공공기관이 보유한 상가점포에 우선 적용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원 독려, 임대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세제 지원, 독립 자영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 교육 등 후속조치를 도입해달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다시 꼬집었다. 코로나와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된 ‘영업제한’ ‘영업금지’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이라는 조건 자체가 매우 불명확하다. 또 차임증감 조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신청된 건수가 저조하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감액 기준은 그동안 증감청구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한계에서 한발 나아가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디테일 전무한 임대료 감액 조정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이 더 많아

무엇보다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늦게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만약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말에 나왔으면 가이드라인 기준안 활용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많다.

이 밖에도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당사자 사이의 자율적 분쟁을 해결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의견에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갑을 관계여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올해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 건물주가 상가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정부를 향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지하철공사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상가점포에 가이드라인 우선 적용 ▲가맹본사가 각 가맹점주를 대신해 임대료 감액 조정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에게 ‘착한 임대인’ 정책에 따른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임대료 조정 협상이 힘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에 참여 ▲임대료 증감청구 소송이 제기됐을 시 비송사건절차법을 개정해 상가 임차인들의 임대료 부담 해소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소상공인 지원은 실현 가능할까.

윤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코로나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 체계 마련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추진을 공식화하며 현 정부에 추경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에서 응하지 않을 시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빈곤 탈출 방안을 수립하겠다며 ‘플랜B’도 발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소상공인 위기 극복을 위해 방역지원금 최대 1000만원 지원과 함께 100% 손실 보상, 보상 하한액 인상 및 소급방안 마련, 대대적인 채무 재조정 등 강력한 소상공인 보상 정책 추진을 강조해왔다. ”며 “이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기대가 큰 만큼, 최우선 국정과제로 소상공인 공약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실었다.

추경 50조원 국채발행 불가피
이미 10년 만에 최고 물가상승

지난 7일 기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이트에는 “소상공인 지원금을 꼭 실행해달라”는 글이 132건이나 게재돼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물가’가 윤 당선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나 올랐다. 4%대 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 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인수위 경제 관련 분과 간사들은 윤 당선인에게 지난달 물가가 크게 뛴 원인과 배경, 향후 국민에 미칠 파급 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각종 경기지표와 물가 전망이 어둡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물가 상승 대응책으로 공공요금 인상 억제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현재 경제 상황과 하반기 경제 전망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시점에서 50조원 손실보상 추경 편성을 하면 더욱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는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포함한 총세입은 524조2000억원, 총세출은 496조9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은 27조3000억원이 발생해 7년째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이 중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 잉여금 초과분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추경 재원은 7조원 수준에 불과해 50조원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소상공인 50조원 손실보상 추경 편성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추가해 재원 10조~20조원이 마련돼도,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이미 선진국 중 1위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보상을 위한 50조원 지원’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2차 추가경정예산은 50조원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다음 정부도

소상공인연합회는 “윤 당선인이 공약한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손실보상 추진이 공식화되고 2차 추경 편성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영업제한으로 본 피해가 정당하고 온전하게 보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질 없고 신속한 손실보상을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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