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실패한 K-방역 불신론

2021.12.13 11:18:14 호수 1353호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화자찬 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이 코로나19가 발생한지 2년 만에 좌초 상태에 빠졌다. ‘역대 최다 확진자’ ‘역대 최다 사망자’ 등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수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그 속도 또한 역대급이다. 의료 붕괴라는 말이 나올 정도. 문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달 만에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그해 8월 2차 대유행이 일어났다. 겨울과 함께 12월 말 3차 대유행이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지금까지는 백약이 무효한 수준이다.

병원도 못 가

지난달 1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10개월 만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영업시간‧사적모임 제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국민, 특히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곡소리조차 잦아든 시점이었다.

정부는 일상회복을 위해 3단계에 걸쳐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위드 코로나의 실패가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실패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확진자 수가 3000명대를 지나 5000명, 7000명대까지 폭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대미문의 수치다. 심각한 점은 확진자 수 폭증이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 비율이 80% 넘어선 시점에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을 팬데믹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백신 개발이 발 빠르게 이뤄졌다. 게임 체인저로 불린 백신 도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불길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나갔고, 더디긴 했지만 국내에도 백신이 들어왔다. 

위드 코로나 한 달 만에
확진자 수 7000명대로

우리나라는 고령층,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했고, 이어 성인 남녀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추석 무렵 1차 백신 접종 비율이 70%에 이르렀고, 위드 코로나 시작일인 지난달 1일 기준 백신 접종 완료율은 총인구 대비 75.3%, 18세 이상으로 치면 87.6%에 달했다. 

당초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일정 정도의 확진자 수 증가는 예측한 범위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 증가 수치와 속도가 문제였다. 의료 체계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진행한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정부는 5000명, 1만명까지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3주 만에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의료 과부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최대 1만명까지는 확진자 수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은 불과 한 달 만에 공염불이 됐다.

확진자 수가 1만명에 다다르기도 전에 의료 체계가 마비에 이른 모습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175명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위중증 환자 수도 처음으로 800명대에 진입했다. 직전 최다 기록이던 전날 774명에서 66명이나 늘어났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일부터 7일 연속 700명대를 기록해왔다. 사망자도 63명 늘어 4020명에 이른다(7일 기준). 치명률은 0.82%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델타 변이에 이어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는 치명률은 낮지만 확산률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이미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자칫 방심하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증화율 잘못 계산 인정
백신 맞으라는 말만 반복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다른 나라는 위드 코로나 이후 치명률이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첫 주 사망자 수는 126명인데, 한 달 만에 무려 3배 가까이(333명) 폭증했다. 

방역당국은 고령층 환자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체 확진자의 35%가 60세 이상으로, 고령층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며 “이로 인해 상당히 많은 중증환자가 나왔고, 중환자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체계 붕괴를 사망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는 분석도 있다.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이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병상 확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환자 발생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채 침대에 누워보지도 못한 채 사망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정부는 중증화율 계산을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당초 중증화율을 1.6% 정도로 가정해 병상을 충원해놨는데, 이 수치가 2~2.5%까지 치솟으면서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는 해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과 의료진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중환자들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처지다.

길에서 죽어

정부는 확산세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부활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추가 접종과 소아·청소년층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이 역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층 접종의 경우 학부모의 반발이 상당한 수준이라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어디로 갔나?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역할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기 기획관은 지난 4월 임명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식 회의에 몇 차례 모습을 드러냈을 뿐 두문불출 중이다.

국회 국정감사, 운영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한 차례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기 기획관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백신 구매가 급하지 않다”는 기 기획관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도 청와대는 그가 방역 담당이라며 감싼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방역 문제가 대두된 현 시점에서도 기 기획관의 존재감은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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