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한나라당 ‘쇄신론’ 들여다보니

2011.05.09 09:55:49 호수 0호

반성했나 싶었더니 ‘계파갈등’ 부채질 슥~슥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나라당에 또 다시 ‘당 쇄신 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4·27 재보선 참패의 여파다. 당내엔 ‘변해야 산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을 나흘 뒤로 미루고 연찬회를 개최해 ‘환골탈태’ 작업에 착수했다.

친이-친박 입장차만 확인한 연찬회
위기만 닥치면 ‘쇄신카드’ 꺼내들어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고배를 마셨다. ‘천당아래 분당’이라 불리던 ‘분당을’과 당의 ‘텃밭’이라 여겨졌던 ‘강원도’를 야당에 내준 것. 당 내부에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대선도 어려워 공멸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지난 2일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연찬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번 연찬회는 당의 체질 개선과 민심수습을 위해 열렸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끝장토론’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맹이’는 온데 간데 없었다. 이번 연찬회는 오로지 ‘친이와 친박·소장파’ 로 구분되는 계파간의 이견만을 확인한 채 갈등으로 끝을 맺었다.

‘친이 vs 친박·소장파

포문은 소장파 의원들이 먼저 열었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선 것. 이와 함께 ‘주류 2선 퇴진’을 주장하며 친이계에 총부리를 정조준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의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2선 퇴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도 “이재오 특임장관이 교육부장관 등 다른 자리로 옮기는 식으로 당원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으로 갈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친이계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친이계 안경률 의원은 “집단 지도체제인 만큼 모두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오 장관의 핵심측근인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주류 퇴진론’에 “공천을 직접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주장은 책임전가”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역할론’도 논란거리가 됐다. 먼저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계파가 없어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박 전 대표와 이 특임장관이 당의 공동대표를 맡아 당력을 모아 화합하고 단결하자”며 ‘공동대표제’를 제안했다.

친이계 정미경 의원도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와 이 특임장관 3명의 주연배우가 모두 나와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해 당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수뇌부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요청했다.

이는 다시 친박계와 소장파의 반발로 이어졌다. 정 의원의 발언에 소장파인 김성식 의원은 “유력한 대선주자를 끌어들여서 총선판을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친박계도 대선 출마자가 1년 6개월 이내에 선출직 당직을 맡아선 안 된다는 당의 규정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쇄신론은 연례행사?

한나라당에 불거진 쇄신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정부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2008년 촛불시위 때부터 2009년 4·29 재보선 참패 후, 2010년 6·2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쇄신 주문이 쇄도했다. 그 때마다 한나라당은 쇄신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뜻을 모으지 못했다.

당의 위기가 올 때마다 ‘쇄신론’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매번 ‘계파 해체’ ‘청와대 책임론’ 등 같은 말만 되풀이될 뿐 진지한 자기반성도 없고, 위기를 극복할 공감 가는 대책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적절한 대안은 없었다. 친이계는 “친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발끈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소장파 의원들도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탓인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응급실 중환자 수준’이라는 자체 진단을 내렸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같다’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쇄신론도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또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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